기다림의 시간은 길었다.
나도 처음부터 반찬을 안 했던 것은 아니었다.
최대한 영양가 있는 야채 반찬으로
5첩씩 올렸었다.
초록색이 들어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먹지 않아도 익숙해지라고
열심히 만들었다.
결국에는 만들어도 나만 먹기에
선언했다.
'나 이제 너희들을 위해서는 반찬 안 만들 거야!'
그때 이후로 내가 먹고 싶은 반찬 위주로
주구장천 만들었다.
종종 어른들 반찬은 몇 개씩 있는데
아이들 반찬은 한 개도 없어서
아이들은 조미김 한 봉지와 생오이 자른 것으로
밥을 먹곤 했다.
너희들이 안 먹으니 난 만들 이유가 없다는
굳은 마음으로
내가 먹고 싶은 것 위주로 반찬과 밥을 하니
스트레스가 그나마 덜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가뜩이나 '오늘은 뭐 먹지?'라는 밥 걱정 때문에
그나마 있던 식욕이 확 줄을 정도라서
나 편한 대로 하기로 하니 마음이 편했다.
그러던 며칠 전,
우리 둘째가 "고작 반찬이 2개야?!"라는 말을 시전 해주셨다.
고작? 고작?
오호라!
황당했지만 둘째 아이한테 우아하게 말했다.
"반찬 해놓아도 안 먹는데 내가 왜 해야 해?
엄마는 하인이 아니야.
내가 니들이 먹지도 않을 것을 바쳐야겠니?
먹지도 않을 것을 뭐 하러 하니?"라고 했더니
첫째와 둘째 아이가 앞으로는 내가 만든 어떤 반찬이든
잘 먹을 테니 반찬을 해달라고 했다.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그다음 날, 반찬을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 3:내가 먹이고 싶은 반찬 7로 해서
만들었다.
오징어실채간장볶음
멸치볶음
애호박들깨볶음
자른 생피망
팍초이 간장들깨무침
청경채 두부무침
숙주나물무침
이렇게 만들어서 그날 저녁에
식판에 각 반찬을 적당히 다 담아서 줬다.
지들 입으로 한 이야기가 있으니
식판에 담긴 모든 음식과 밥을 다 먹었다.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서
혹시나 아이 반찬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럴 시간에 엄마가 좋아하는 반찬을 하나 해서
맛있게 드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이는 뭘 먹어도 어차피 잘 큰다.
좀 마르면 어떠랴, 살아있고 건강하면 되었지.
소식하면 몸에도 좋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단호하게 안 해주면
반찬 해달라고 조르는 날이 올 테고
그때 해주면 잘 먹게 된다.
아이가 안 먹겠다는 건 어쩔 수 없다.
엄마가 그런 아이 옆에서 평생 먹여주고 반찬 해줄 수 없다.
아이가 안 먹겠다면 그것도 존중해 주는 편이 좋다고 본다.
지금 아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해주면
나중에 애 독립해서 살 때도 해줘야 하고
애 결혼할 때도 해줘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손자 손녀 태어나면 내가 봐줘야 한다.
난 그건 정말로 싫다.
손자 손녀는 휴일 때만 잠깐씩 보고 싶다.
이제 이렇게 해두었으니
어떤 반찬을 해도 잘 먹겠지.
이러다 또 아이들이 안 먹으면
다시 안 해주면 된다.
이렇게나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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