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도 그렇고 인연도 그렇다.
미니멀리즘에 빠져서 주방도 정리하고
아이들 책도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실제로 4X4 책장 안에 있던 책들을 다 주거나
중고 판매하거나 해서 비웠다.
책장은 약간 부서져있는 것이라서 내년 커브사이드 픽업
(큰 쓰레기 버리면 카운슬에서 가져가는 날) 때 버리려고
보관해두고 있다.
이렇게 버리고 비우니 삶이 평온해진다.
집안일이 줄어들고 몸이 편해지니 기분이 좋다.
이렇게 평온함을 유지하려고 매일 비울 것을 찾는 와중에
인연을 정리 또는 거리 두기를 할 일이 생기고 있다.
잘 생각해 보면 그들보다 내가 함부로 인연을 맺고
함부로 도와주겠다고 먼저 손을 내밀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난 좋은 의미로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계속 만나다 보니 그 인연과 연관된 일이
나한테는 어느 순간 참으로 귀찮고 버거운 일이 되어버렸다.
함부로 인연을 맺은 값을 하나보다 하고 이대로 놓아두려 했는데
본의 아니에 인연에 거리 두기를 할 일이 생겼다.
예전 같으면 이 인연이 깨어질까 마음 앓이를 하겠지만
비움을 아는 지금은 인연값을 더 이상 안 물어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기꺼이 그리고 기쁘게 놓아줬다.
이렇게 또 함부로 맺은 인연을 탁 하고 놓아버리니
번잡했던 내 마음이 평온하고 평화로워진다.
몇 안 되는 인연을 기꺼이 보내며
인연값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나와 더 이상 연이 없기를 바라며
그렇게 버리가 아까워서 몇 년 동안 꼭 보관하고 있던 겨울 바지 두 벌을
오늘 과감하게 비운 것처럼
그 인연들도 고이 비우기로 한다.
비우면 평온하고 평화로워진다.
물건도 그렇고
인연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