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잘 묻어두면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
육아의 날이 2년 반 정도 남았다.
셋째가 만 5살이 되어 학교를 가게 되면
내가 아이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대부분의 것은
가르쳤다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아이에게 받을 효도도 다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부터는 아이와 함께 한시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룸메이트 정도가
서로의 위치가 아닐까 싶다.
서로의 바운더리를 적당히 지켜주고
지지해 주며 하지만 남 피해 주지 않고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 않으면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그런 관계.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니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것은
기껏해야 밥 해주고 빨래해 주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것뿐인 듯하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다가올 5년 육아종료 후
무엇을 할지 고민이 크다.
간호사로 다시 돌아가 일을 할지
아니면 다른 공부를 할지 여전히 고민이 많다.
이러나저러나 요즘 드는 생각은 하나 있다.
내가 20대 때 했던 노력으로 30대를 잘 살았고
30대 때 했던 노력으로 지금 40대를 잘 살고 있구나라는 것이다.
노력이 누가 하라고 해서 한 노력이 아니라
10년 동안 내가 스스로 뭔가를 하려고 한 노력과
시도로 다져진 나만의 결과물과 경험등에서
다음 10년간의 인생에 쏙쏙 잘 빼먹고 있는 것 같다.
10대 때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하다가 솔직히 망했고
20대 때는 내 마음대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다가
영어에 푹 빠져서 공부하게 되었다.
영어만 잘했는데
자신감이 생겨서 그 덕분에 30대 때 유학을 가게 되었고
호주 영주권도 받았다.
30대 때 그렇게 용을 쓰며 호주에서 공부하고 영주권 받아서
간호사로 돈도 벌면서 집도 샀다.
30대 때 했던 노력으로
지금 40대를 여러 가지로 안정적으로 보내고 있다.
공부하고 일하고 할 때는 그렇게 힘들어서
빨리 이때가 지나갔으면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 그렇게 노력하고
뭐라도 해보려고 했던 몸부림이
그나마 지금 이 정도라도 살 수 있게 해 준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인생은 묻어놓은 주식 같은 것이구나 싶다.
왜 그런 말 있지 않은가.
우량주를 사서 묻어두고 수면제 먹고 10년 후에 깨어나면
그 주식이 날 먹여 살릴 것이라고.
그러고 보니 한 10년 용을 쓰고 묻어둔 노력의 결과를
그 당시에 써먹지를 못해서 속상했는데
돌아보니 다음 10년 후에 남김없이 잘 빼먹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급해진다.
40대 때 뭔가를 해두어야지
50대 때 편해질 텐데
책 몇 권 쓴 것 말고는 뭔가 해둔 것이 없다.
아직 40대가 끝나려면 멀었으니
부지런히 책이라도 몇 권 더 써야 하겠고
애들 학교 가면 돈도 벌어둬야겠다.
50대 때 내가 쓴 책 중 하나가 잘 될지 모르니까
지금 하고 있는 노력과 시도는 잘 묻어두려고 한다.
그래야 50대 때 40대 때 해놓은 것으로
잘 빼먹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은 묻어둔 주식 같은 것.
10년 잘 묻어뒀다가
10년 후에 잘 빼먹겠습니다.
50대 때도 그렇게 되기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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