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인간관계, 굳이 노력하지 않기로. 물 흐르듯이 갑시다.
그까짓 인간관계, 굳이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인정 욕구가 큰 사람이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참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안다.
어린 시절 채워지지 못한 진정한 인정의 결핍이,
어른이 된 나를 타인의 시선에 매달리게 하며 끊임없이 몸부림치게 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습관은 어느새 몸과 마음에 깊이 박혀,
의식적으로 멈추려 해도 자꾸만 나를 되돌이표 같은 굴레에 빠뜨리곤 한다.
다행인 점은, 나이가 들며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력이 달리니 '근사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다는 욕망이나
그에 따르는 노력도 자연스레 잦아들고 있다.
언젠가 '인간관계는 꽃과 같아서 지속적인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 말이 정답인 줄 알았다.
그래서 관계가 어긋날 때면 내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에 자괴감과 자책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체력이 바닥난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그까짓 인간관계, 굳이 꼭 그렇게까지 애써야 하나?" 하며 한숨 섞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살아보니 관계란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와 친해지려, 혹은 그 관계를 지키려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의 상황이나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허무하게 끊기는 일이 허다하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정말 좋은 친구가 차 한잔하자고 연락해 오면 반가움보다 부담이 먼저 앞선다.
대화를 나누는 건 좋지만,
남아있는 에너지가 없다 보니
미안하게도 차라리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까지 든다.
그저 기회가 되면 연락하고,
장을 보다 우연히 마주쳐 웃으며 안부를 묻고,
필요할 때 소소하게 도움을 주고받는 정도.
딱 그만큼이 지금 내게는 가장 편안하다.
누군가의 정성 어린 제안을 내가 거절하게 되듯,
타인도 비슷하게 힘들지 않을까 싶어 먼저 만나자는 말도 아끼게 된다.
인연의 끈이 점점 가늘어지는 것 같지만 어쩌겠는가.
'노력해야 한다'라고 마음먹는 순간 가슴에 커다란 부담이 얹히는걸.
어차피 억지로 애써야만 이어질 인연이라면,
언젠가는 끊어질 인연이라 생각한다.
남을 인연은 연락의 횟수와 상관없이 곁에 머물 것이고,
시절 인연은 아무리 붙잡아도 결국 한 시절의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한 시절이면 또 어떤가.
그때 그 좋은 사람과 그 시간을 잘 지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까짓 인간관계, 굳이 노력할 필요는 없다.
요즘 내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