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조언과 참견 부탁드립니다.
(2021년 5월 15일 '나의 기록'을 다듬은 글입니다)
요즘 정말 고민이 많다.
무슨 일을 하고 살아야할지..
최근 며칠 동안은 요리에 관심을 두고 책을 읽어 보았다.
헬스키친(Hell's Kitchen)에서 열정 있는 멋진 셰프들을 보았다.
그들처럼 되고 싶단 욕구가 샘솟았다.
여자친구에게 음식을 해줄때마다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다 요리를 진로로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하지만 내 길이 아니었다.
요리사에 대한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낮은 사회적 인식, 긴 노동시간, 낮은 임금 등이 나에게 요리에 대한 즐거움을 반감시켰다.
그래서 셰프가 아닌 요리 유튜버를 생각하며 여러 요리 유튜버를 찾아보았다.
육식맨, 취미로 요리하는 남자, 정육왕 등을 보았다.
너무나도 퀄리티가 좋아서 비교의식이 들었다.
특히 육식맨은 명문대 나온 직장인으로, 고퀄 영상을 주 1회 업로드하며 성공을 이루어냈다.
그럼에도 전업유튜버는 단호하게 안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러웠다.
나는 전업유튜버를 꿈꿨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시작한지 1년 반이 되어가는데도 수익창출조차 나지 않았다.
심각한 현타와 비교의식, 열등감이 샘솟았다.
기가 죽었고, 자신감도 없어져갔다.
우울함 속에서도 깨달음은 문득 나를 찾아왔다.
각 사람에게는 각자의 길이 있다는 것과, 성공은 열정과 진심이 있는 사람에게 온다는 것이었다.
위안이 되었고, 난 다시 나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현재 나는 돈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돈 걱정이 내 눈을 가리고 시력을 나쁘게 만든다.
내 안의 흥미와 진심 그리고 꿈을 볼 수 없게 만든다.
물론 핑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난 천성이 이런 사람이다.
돈 없는 것과 돈 걱정에 무척 취약하다.
너무 싫지만 잘 바뀌지 않는다.
돈 걱정을 없애고 싶다.
그러기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그 전에 내가 가진 건 무엇일까?
현재 내가 가진 건 'XX대 기계공학과'이라는 학벌 밖에 없다.
어려서부터 다른 쪽으로 할 줄 아는 것은 없었고, 오직 공부를 했다.
꿈이 없었기에, 주변 친구들을 따라 스펙으로 가득 채운 16쪽의 긴 생활기록부도 모두 겉만 번지르한 모조품에 불과했다.
남들을 따라 사는데 바빴고, 열등감을 느끼는 건 일상이었다.
'진정한 나'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 없이 그저 주어진대로 살았다.
그래서인가?
나의 진로 고민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뭐 먹고 살아야 하지?'
지금의 내 생각은 이렇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일이 아니라 삶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 여가생활이 있는 삶, 풍요로운 삶이다.
그런데 내가 가진 기계공학으로 취직을 한다면, 웬만해선 지방 근무를 해야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절망적이었다.
디자인 계열인 여자친구는 웬만해선 서울 근무였다.
떨어져야 한다는 소리다.
그녀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어서 선택했던 기계공학과였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나의 원래 전공은 생명공학이었다. 전과한 것이다.)
사실 지금 당장 복학하더라도, 나는 막막한 상황에 놓여 있다.
흔히들 '4대 역학'이라고 하는 공대 핵심 과목은 물론, 기계공학과의 수업을 하나도 들어놓은 것이 없다.
갈 길이 멀다는 소리다.
생명공학과였던 난 단순 암기식의 과목들에서 지루함을 느꼈고, 유일한 역학 과목인 유체역학에서 A+를 받았다.
그때부터 암기보단 이해 중심의 학문을 배우고 싶었고, 물리에도 흥미가 있던 난 기계공학으로 전과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땐 이런 문제들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다.
무언가가 내 명치를 툭 친 듯, 가슴이 갑갑했다.
그러다가 한 영상을 보았다.
세바시 인생질문이라는 유튜브 채널이었다.
MBC 드라마 PD가 나와서 어떤 사람의 질문에 답을 해주는 콘텐츠였다.
그 사람의 질문에 나는 너무나도 큰 공감을 하였다.
‘취업 잘된다는 말만 듣고 공대를 왔는데 너무 적성에 맞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였다.
알고보니 그 pd님도 공대를 나왔다고 했다. 너무 놀랐고 감사했다.
‘나와 같은 상황이었구나’라는 것이 신기했다.
책 보고 글쓰는게 좋았지만 아버지 때문에 공대에 갔다고 하셨다.
그 분은 원래 영문학과를 가고 싶다고 하셨다.
결국 그분은 ‘공대에서 가장 영어 잘하는 사람’을 목표로 대학생활에 임하셨다고 했다.
이렇게 자신의 무언가를 얹어서 발전시키라고 하셨다.
또한 현재 나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지만, 세상에는 앞으로 가질 수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하셨다.
큰 위로가 되었다.
졸업은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상당히 고민이 되고 있다.
2025년 12월, 이 글을 다시 보았다.
복학과 진로고민으로 가득하던 그 날로부터 4년 반이 지난 지금,
난 택배기사가 되어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다.
돈 때문에 시작했지만, 여전히 돈 때문에 일한다.
아니, 빚 때문이라고 해야하나?
어찌됐든 택배로 내 밥벌이하며 글을 쓴다.
어느 순간부터 좋아졌던 글쓰기와 독서를 여지껏 꾸준히 하고 있다.
막연히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
동시에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다.
그래서 피곤해도 다작, 다독, 다상량하려고 노력한다.
7년 전, 22살의 난 더 나은 대학으로 진학하기위해 편입을 결정했다.
휴학 후, 시험을 준비했다.
아쉽게 떨어졌다.
그 이후로 군복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의 휴학 기간이 이어진 것이다.
서른을 한달 앞둔 지금의 나, 과연 복학해야할까?
복학할 수나 있을까?
복학 후 졸업한다면 도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
부모님의 반강요와 취업 깡패라는 말에, 당연하다는 듯 결정해버린 이공계와 공대 진학.
만약 복학을 한대도, 공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철학과 경영학을 배우고 싶다.
언젠간 기회가 오겠지 생각하며 오늘도 잠자리에 든다.
내일의 출근을 위해.
오랜만에 비 소식이 있는 내일.
조심스럽게 꾸깃꾸깃한 우비를 가방 속에 집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