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 싶은 ‘무엇’이 있다면,

이미 그 ‘무엇’이 되어버린 것처럼 살아라.

by 주택야독

(2022년 7-8월 사이의 '나의 기록'들을 다듬어 올린 글입니다)



이미 꿈을 이룬 것처럼..


'내일은 꼭 쓰자', '오늘만 미루자'

라는 생각으로 매일 일기를 쓰기로 했던 나의 결심은 허무하게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20일이나 지난 오늘에서야 다시 일기장을 폈다.


요즘 내 하루는 개울물 같다.

쉽게 쉽게 흘러가버린다.

분명 흘러가긴 하는데, 이 물이 방금 지나간 그것인지, 5초 전에 지나간 그것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삶은 일정하게 반복되고, 돈의 굴레에서 나는 적나라하게 노출되어있다.

우울이 차오를때마다 희망을 품었던 과거와 달리, 생각을 묻게 된다.

생각을 묻으려고 다른 걸 찾는다.

낚시, 농구, 유튜브, 게임 등..

그러다 묻혀있던 생각이 다시 고개를 빼꼼 들어낼때면, 불안이란 친구도 함께 찾아온다.

'작가'가 되겠다던 나의 다짐이, '유튜버'가 되겠다던 지난 다짐과 같은 결말(실패와 포기)을 맞이하게될까 두려워진다.


난 무얼 위해 글을 쓰고자 하는가?

돈? 자아 실현? 그저 기록? 관심과 사랑? 인정욕구?

정확히는 모르겠다.

시작은 여자친구를 위한 글이었고, 다음은 나를 위한 글이었다.

이제는 남을 위한 글도 쓰고 싶단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돈은 없고, 먹고는 살아야한다.

언제까지 택배를 해야할지, 그리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글이 좋다면, 마땅히 글로 돈도 벌고 싶다.


그때 마침 내 관심을 끈 건 '웹소설'이었다.

처음엔 책 한 권 제대로 안 읽어봤던 놈이 무슨 소설인가 싶었다.

우선 스스로부터가 납득되지 않았다.

그래서 닥치고 웹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웹소설에 빠지게 된 건 정말 의외였다.

계단을 오르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한 손엔 택배 상자, 다른 손엔 핸드폰을 들고 웹소설을 읽었다.

단순히 스낵컬쳐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동안 웹소설을 만만히 본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 중에서 가히 명작이라 불릴 만한 작품은 많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라운 반전, 펑펑 눈물을 흘릴 정도의 감동, 주인공에게 이입하여 얻은 짜릿한 대리만족, 감정적 허리케인, 삶을 바꾸는 깨달음 등..

웹소설 시장은 내 생각보다 의미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렇게 1년 정도, 여러 작품을 탐닉했다.

자연스레 웹소설 작가라는 꿈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런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웹소설, 흔히 말하는 장르소설은 정형화된 레드오션이고, 그 레드오션에 끼어들어야 살아남는다고 혹자는 말했다.

과연 난 그들 틈에 끼어들어 아득바득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한참을 망설였다.

그럼에도 해보겠단 생각은 떠나질 않았다.

무엇이 되고 싶다면.png (이미지 출처: ChatGPT 이미지 생성)

그러던 중 갑자기 마음 속에서 떠올라, 나의 행동을 변화시킨 한 문장이 있었다.

분명 어디서 들은 문장인데 출처는 떠오르질 않는다.


“되고 싶은 ‘무엇’이 있다면, 이미 그 ‘무엇’이 되어버린 것처럼 살아라.”


난 작가가 되고 싶다.

그러니 오늘부터 내 직업이 이미 작가가 되어버린 것처럼 글을 쓸 것이다.

묵묵히 쓸 것이다.

(라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약 한 달 후.

내게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 왔다.


'그냥 묵묵히 쓰는 것도 쉽지 않더라.'

는 것이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려면 필수적인 요소가 있다고들 한다.

인물(주인공), 사건, 세계관.

구상을 다 했다고 생각했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갈아엎는다.

몇 화를 쓰고도 갈아엎는다.

큰 맘 먹고 올려봤는데 조회수가 처참해 좌절한다.

그러다보니, 내게 재능이 없다는 생각만 가득해졌다.



그리고 또 하나.

퇴근 후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하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줄 몰랐다.

그건 아마도 잘해야지라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부담감 때문에 시작도 못할 바에, 부끄럽더라도 짧더라도 읽을 수 있는 한 문장을 쓰는게 훨씬 낫다.

너무 많은 생각에 빠지지 말고 일단 손가락을 움직여보자.

어차피 완벽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내가 이미 웹소설로 일정 수익을 내고 연재 중인 작품이 있다면?

매일 일정 시간 글을 써서,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만들어내야만 할 것이다.

그게 꿈을 이룬 후의 내 삶이라면, 지금부터 그렇게 살아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꿈과 근접해져 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택배로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커피를 탄다.

찬물로 세수 한번 쏴악 하고, 커피를 시원하게 마신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손가락을 열심히 굴려본다.


화이팅이다.




지금은 2025년 12월이고, 그때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크게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 다짐하고 못 지키고, 또 다짐하는 건 내 특기구나..라는 것이다.

나에겐 '꾸준히'가 참 어렵다.

여전히 어렵고, 평생 어려울 것 같다.

어떤 책에서 읽었던 것처럼 루틴을 만들고 시스템화하면 된다는데, 나에겐 쉽지 않다.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하기 때문이다.


요즘 내 스스로를 잘 표현한 단어 하나를 발견했다.

여자친구의 입에서 나온 단어다.


'베짱이'.


맞다, 난 베짱이다.

노는 거 좋아하고 한없이 나태하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기대가 높고, 야망이 있다.

괴리감을 크게 느낀다.

한심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도 스스로의 이런 게으르고 나태한 특성을 인지하고 있다면 좀 낫지 않을까?

'어차피 이런 놈이니까 이 정도면 잘했어. 그러니 담에 또 잘 해보자?'

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타일러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과정이 쌓이다보면 나도 언젠간 '자기통제력과 자제력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둘째, 뭐든 계속 써야겠다는 것이다.

내가 써온 글은 크게 두 가지다.

'나의 기록'(원래는 내 이름을 따, 20XX년 XX의 기록이 정확한 제목이다..)이라고 내 삶을 기록하는 일기장이자, 떠오르는 소재로 자유글을 쓰는 글연습장이다.

또 한가지는 앞서 말해온 것처럼 웹소설이다.

웹소설로 얼마 벌어봤냐고 묻고 싶다면, 묻지 마라. 아프니까..

대략 3편 정도(그 중 하나는 리메이크병에 걸려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물론 망했지만) 써봤다.

유료 연재는 없었다.

완결작도 없었다.

다 중도포기한 셈이다.

공모전도 나가보았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그 이후, 진지하게 내 재능에 의구심이 들었고 때려칠까 고민하기도 했다.

택배일을 하며 하루 한편씩 업로드하는 것 또한 나에겐 죽을 듯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신기한 건, 꺾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딴식으로 할 거면 때려쳐라'는 주변인들의 반응과,

'보통 1화보고 하차 안하는데 이 작품은 진짜.. XXX' 등의 악플에도 불구하고, 난 포기가 안되었다.

결국 또 작품 구상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혼자 웃음 짓고, 공상에 빠져있었다.

사실 택배일을 하면서 매일 연재하는 게 상당히 부담이 된다.

그러면 한 50화 정도 미리 써놓고 연재 시작해도 되는 문제다.


그냥 내가 안한거다.


꽤 오랜 공백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일들로 머리가 어지럽기도 했지만, 결국 돌아왔다.

조만간 연재를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오늘 글의 제목인

'되고 싶은 ‘무엇’이 있다면, 이미 그 ‘무엇’이 되어버린 것처럼 살아라.'처럼,


작가가 되고 싶기에, 이미 작가가 된 것처럼 오늘도 글을 써나갈 것이다.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