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게 작별인사하는 방법

"안녕, 고마웠다."

by 주택야독

(2022년 10월 6일 '나의 기록'을 다듬어 올린 글입니다.)



약 2년동안 유튜브를 하였다.

그 시간 동안의 과정과 결과를 좋다면 좋게 볼 수 있지만,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게 사실이다.


천 명대에 머물던 구독자 수와 조회수.

점점 부자연스럽고 부담스러워지던 촬영 과정.

타유튜버에 대한 비교의식과 열등감 등..


허황된 꿈을 꿨던 것 자체가 잘못이었는지, 나의 노력이 부족했는지,

이제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오래 사귄 연인과의 이별처럼,

떠올리면 아련함과 희미하지만 짙은 슬픔의 향기가 몰려오는 그런 일이 되어버렸다.



최근 경제적 상황이 악화됨으로, 카메라를 처분하려 했다.

여러 부품들도 찾아서 한데 모아보고, 어디 고장난 곳은 없는지 이곳 저곳 다시 작동해보았다.

그러다 문득 앨범에 가보았다.


2022년 3월 22일.


가장 최근에 찍은 영상이 있었다.

아마 새로 시작하려 했던 컨텐츠였던 것 같았다.


그 감정을 그리움이라 해야할지, 짠함이라 해야할지, 표현이 막막하다.


아마 목돈 천만원을 생활비로 거의 다 쓰고,

카드값의 굴레에 빠져서,

택배일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막연함이 떠올랐던 탓일지도 모른다.


그저 외면하고 싶다.


없었던 일이라고 하기에는 그 순간들이 아깝다.

그래서 그냥 아름다웠다는 말로 대충 포장해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게 안된다.

고작 그게 말이다...


나는 도대체 그 시간들을 통해 무얼 얻길 바래왔을까?


돈?

원하는 직업?

인기?


목표를 좇는 게 아니라, 목표에 쫓기는 삶을 살았다.

꿈은 어느새 빛을 서서히 잃어 갔다.

오직 잿빛의 허황만이 남았다.



그 값진 교훈을 나는 현재 삶에 적용시키고 있는가?


대답하고 싶지 않다.

여전히 나는 겁쟁이이고, 비자발적이기 때문이다.


주류에서 밀려난 비주류인 자신에게 독특함이라 칭하며 거품을 넘치도록 씌운다.

안도하며 아이디어 뱅크가 아니라 '핑계 뱅크'가 되어 나태함과 더 깊은 우정을 쌓는다.


항상 나는 인생을 길게 보고 큰 그림을 그리며 사는 삶을 동경해왔다.

내가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숲을 보자.


지금 내 인생은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을까?


그저 그런 택배기사?

제대로 된 작품 하나 없는 만년 작가 지망생?

대학 중퇴한 인생 낙오자?


밝은 빛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고,

큰 성공을 이루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무수한 실패들이 선행한다.


누군가는 실패라고 부를만한 나의 여러 고난의 상황들이

장차 있을 나의 멋진 스토리의 튼실한 줄기와 기둥이 되어주길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실패 작별인사.png (이미지 출처: Chat GPT 이미지 생성)

그 소망 하나로 난 웃을 수 있다.

진심으로 기쁘게.


또 하나의 실패에게 이렇게 작별인사한다.

활짝 웃는 표정과 함께..


"안녕,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