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DNA

나에게 실망하다

by 주택야독

(2023년 10월 26일 '나의 기록'을 다듬어 올린 글입니다.)



나에게 실망한 하루다.

철저히 실망했다.


오늘 든 생각이다.


난 역시 엄마의 DNA를 물려받은 거 같다.


너무 절망적이고 좌괴감이 든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이미 내 인생은 망한 것 같아서..



볼링을 쳤다.

볼링을 치면서 나도 모르게 타인을 평가했다.

초보자를 데리고 왔으면서 내 말을 안 듣는다고 나무랐다.


'아니, 아니, 너무 힘 줬어.'

'오른쪽, 오른쪽! 손을 꺾어야지!!'

'그게 아니라니까. 이게 안돼? 어려워?'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내 방식과 기준에 상대방이 맞추길 강요했다.

그것도 차가운(정확히 말하자면 X가지 없는..) 표정을 한 채로 말이다.


즐기려고 온 볼링장이 차갑고 싸한 빙상장이 되어버렸다.

웃음은 끊겼고 대화는 짧고 날카로워졌다.



놀라운 건..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었다.

볼링이 끝나고 건물을 나오면서까지도, 난 상대방의 좋지 않은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전.혀..!!


뒤늦게 상대방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아주었다.

무척 감사했다.

못난 나를 포기하지 않아 주어서.


난..
너무 눈치가 없다.
공감 능력도 없다.

근데 간섭과 강요는 심하다.
차라리 아무 말도 안하는 것이 낫겠다.


소름 돋는다.


이 말들은 정확히 내가 엄마한테 했던 말들이다.


좀 고치라고.

왜 그런 못된 습관을 가졌냐고.

엄마의 좋지 않은 모습을 바꾸기 위해 내가 수 년간 강조했던 것들이었다.


너무나도 우울하고 충격적이다.


학교 생물 시간에 사람의 성격을 형성하는 건, 유전보다 환경이 크다고 배웠다.

근데 그게 아니라면?

내 DNA에 엄마의 충격적인 DNA가 포함되어 내 성격이 그렇게 타고난거라면?

정말 어떡해야 하지?


좌절스러웠다.

동시에 뼈에 새기는 각오로 다짐했다.


더 조심하고, 더 생각하고, 더 노력해서,

반드시 고치자.


엄마처럼 이기적으로 살고 싶진 않다.

엄마처럼 남에게 상처주며 살고 싶진 않다.

절대.


이런 악습관과 못난 집안 문화는 내 대에서 반드시 끊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