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힘들게 일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2025년 11월 18일 '나의 기록'을 다듬어 올린 글입니다.)
카드값 연체의 위기.
신용불량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절벽 끝에 몰린 26살의 난, 택배기사가 되었다.
중고차 딜러가 소개해준 XX캐피탈.
생전 처음 들어보는 회사였지만, XX캐피탈은 친절했고 참 후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1410만원의 빚을 지어 트럭을 샀다.
4년 후, 29살의 난 여전히 빚 더미와 동행 중이다.
XX은행, XX카드, 리볼빙, XX미소금융..
여전히 나에게 ‘친절과 대출’을 베풀어주는 곳은 많았다.

그러던 중, 최근 현타가 왔다.
돈 계산을 해보니 빚이 대략 3배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4년 간 일을 했는데,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하루 빨리 빚 청산해서 택배를 때려치고 다른 일을 하겠다던 4년 전 나의 결심은 빛이 바랬다.
아니, 어쩌면 빛이 바랜 정도가 아니라 ‘소멸’되었다가 맞겠다.
도대체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문제는 당연히도 나에게 있었다.
정확히는 ‘보상심리’였다.
‘오늘도 힘들게 일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내가 매달 그 정도씩은 버는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
‘안되겠어, 너무 힘드니까 오늘은 이걸 해야해.’
..라는 식의 자기 합리화 말이다.
처음에는 ‘낚시’였다.
찌낚시, 루어낚시, 원투낚시 할 것 없이 다 했다. 일단 장비부터 사고 보았다. 그리고 장비가 생기면 방법을 배워야했다. 유튜브도 보고, 누군가에게 물어도 보고, 연습도 했다.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다 써버린 셈이었다.
낚시를 시작하니 관심사는 자연스레 ‘여행’으로 확장되었다. 사실 이게 더 출혈이 컸다. 유류비부터 숙박비, 식비, 입장료 등등.. 주 1회 있는 휴일을 어떻게든 즐겨보겠다고 열심히 다녔다. 한번 다녀오면 수십만원 쓰는 건 기본이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꾸준했던 건 ‘식비’였다. 여자친구와 나 모두 먹는데서 큰 행복을 느끼는 편이다. 맛집에서 외식을 하고, 디저트를 먹으러 카페까지 가는 건 필수였다. 그러다보니 식견(食見)은 늘었지만, 통장은 텅텅 비워져 갔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세상은 넓고 돈 쓸 곳은 많았다. 돈 벌기는 훨씬 힘든데 말이다.
4년이란 시간이 꼬박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었다.
멍청한 건지, 모자른 건지.. 아마 둘 다 인 듯 하다.

좌절, 자포자기, 우울, 자기비하도 해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도움되지 않았다.
스스로 좀먹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모든게 다 깨닫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던 거야.’
‘이제야 비로소 절실함을 얻게 된거야.’
…라고..
현재 나는 많이 달라졌다.
낚시대를 다 팔았다. 낚시를 안 간지 1년이 넘은 것 같다.
외식 횟수 또한 주 1회 정도로 줄였다.
아침은 사과로 간단히, 점심은 주먹밥을 싸간다.
트럭을 운전하며 빠르고 간편히 먹기에 주먹밥만한 게 없다.
저녁도 웬만해선 집밥을 해먹는다. 요리와 설거지가 귀찮아도 돈 쓰는 것보단 낫다.
물론 여행도 안 간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잘 떠나지 않는다.
평일에는 당연하고 휴일과 휴일 전날에도 내 할일에 집중한다.
독서와 글쓰기 혹은 집안 청소나 세차 등.
새로운 곳을 여행할 때 느끼던 짜릿함과 신선함과는 다른, 미지근한 평화로움이 은은히 내 삶을 데워주는 듯 하다.
이렇게 살다보면 빚도 청산하고, 삶을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든다.
‘보상심리를 추구할수록 빚은 늘어간다.’
‘빚과 보상심리는 정비례하다.’
크게 데인 만큼, 얻은 교훈은 더욱 값지다.
한번 풀면 ‘화아아아악-’ 풀어져버리는, 나약한 나이기에..
뼈에 새겨두고 종종 상기시켜보아야할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