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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uhapark Feb 01. 2022

Alone? Alone!

혼자 여행에서 얻은 것들



지금 혼자 여행 온 이곳에서 글을 쓰고 있다. 오랜만에 혼자 여행을 위해 오른 기차에서 그동안 혼자 여행을 해오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기차에서 조금씩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경험한 영역이 많거나 좋아하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쓴다면, 주저 없이 써 내려가게 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아지는 것 같고, 혼자 여행이 가져다준 tmi일까.



친구들 또는 연인과 함께 하는 여행은 함께라서 느낄 수 있는 '같이의 가치'를 느낀다면,

혼자 여행은 '나와  도시와의 유대감' 형성한다.



나는 혼자 여행을 좋아한다.


첫 여행, 첫 롤필름 카메라의 사진



   혼자 여행은 1 ,  당시 꽤나 필름 카메라가 유행하고 있었고, 엄마의 장롱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발견했다. 엄마 허락 없이 혼자 필름 카메라를 수리를 하고, 무작정 사진 찍으러 가고 싶다는 마음에 카메라 하나 들고 부산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해운대 바닷가로 가는 길과  골목 사이의 돼지 국밥집에서 혼자 국밥 먹기 도전하기도 했었고,  당시 찍은  필카 사진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속에 남아있다. 필름 사진과 함께  당시에 느낀 감정들의 잔상들이 남아 있는  보면,  혼자 여행은 아무래도  특별했던  같다.




지금은 없어진, 해운대 골목의 오래된 친구


  그때의 기억을 시작으로 혼자 여행에 대해 도전 의식이나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과 그때의 감정들을 다시금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혼자 여행을 하는 계기가 됐다.




그 나이라서 가능했던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코레일에서 ‘내일로’라는 기차여행 프로그램이 갓 시작한 지 얼마 안 될 때였다. 그 당시 4-5만 원대의 저렴한 금액으로 기차를 환승하면서, 짧게 또는 긴 기간을 선택해서 국내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내일로 첫 이용 당시 혼자 간 여행지는 여수였다. 향일암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혼자 내일로를 왔던 여성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경치를 보면서 한국에 아름다운 명소들이 참 많구나를 깨달았던 여행이었다.


  여행 이후 혼자서도 새로운 곳에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었고, 1년에  번씩 여름방학 또는 겨울방학이 되면 내일로를 찾게 되었다. 대학생 다운 가난하지만 알찬 여행을 했던 시기였다. 경남에 살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지역을 경험할 일이 부족했는데 내일로라는 프로그램으로 강원도의 영하 -21도의 극한의 겨울도 느껴보고,  좋다는 전라도의 음식도 먹어보고, 드라마에서 종종 보던 정동진의 일출도 경험할  있는 계기가 됐었달까. 물론, 여행이  순탄하지 많은 않았다. 기차를 놓쳐서 다음 기차 시간에 맞춰 동선을 바꾸기도 하면서 모든 계획들이 뒤틀리는 상황도 오며, 자리가 없어서 바닥에서 7시간가량을 앉아서 이동해야하기도 했었다.    찾아 방황하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히치하이킹을 하기도 하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고 하니까,  나이였기에 경험할  있지 않았을까. 새로운 도시,  길을 가기 위한 여정들 그리고  도시에서 경험한 다양한 것들로 나라는 사람의 경험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기차 밖 풍경

  

  내일로는 친구들과 떠나기도 하고, 혼자 떠나기도 했었는데 혼자 긴 시간을 기차와 함께 하다 보니 기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이나 기차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호기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기차로 출퇴근하는 걸까. 기차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교통수단인 기차의 소중함과 편리함도 생각해보게 되고, 사소한 것부터 불필요할지 모르는 생각들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옛 여행 기록에서 발견한 문장은, ‘회사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마시는 맥주 한 캔의 맛은 어떨까? 아직 술이 맛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터라 나도 일하고 난 뒤의 시원한 캔맥주를 맛있게 먹는 날은 언제쯤 올까?'라는 글이었다. 지금은 너무 잘 알아 버린 술맛이지만, 그때의 나는 여행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글로 기록해야 그 당시 느꼈던 생각들이나 감정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국내 여행을 원 없이 했던 대학 생활이었달까. 그 당시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코레일에 감사하다.

멀리든 가까운 곳 이든 소소하게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얻는 용기와 자신감으로,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도전들을 지속해왔던 것 같다.







여행은 그대에게 적어도 세 가지의 유익함을 가져다줄 것이다.
하나는 타향에 대한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고향에 대한 애착이며, 마지막 하나는 그대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 -브하그완 bhagvan






자. 이제 국내 여행이 아닌,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교토였다. 처음에 갔던 건 학교에서 단체로 갔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꼭 교토는 혼자 다시 오리라 다짐했었다. 물론 실행하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혼자 여행이라 그런지 장소 한 곳 한 곳, 사진 한 장 한 장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 일본에 태풍이 왔다.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심한 태풍으로 차가 매우 위태롭게 휘청거리면서 바다 위 다리를 지나고 있었다. 심한 흔들거림으로 이러다 버스가 떨어지는 건 아닌지. 떨어지면 바로 바닷가인데 라며 순간적인 공포감을 느끼고, 이렇게 바다로 떨어지면 흔적도 못 찼겠다며, 혼자 얼마나 상상했던지, 손잡이를 부여잡고 운전기사를 주시하며 갔다. 무사히 태풍을 뚫고 공항에 도착했지만 자연재해가 이렇게 무섭다는 걸 새삼 느꼈고, 이 날씨로는 비행기는 뜰 수 없는 상황이라 공항에서 노숙하게 되었다. 경험치 추가 됐던 날이기도 했다.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해결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시간이 걸릴 뿐. 갑자기 일어나는 상황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경험치를 얻었달까.



 

간사이 공항의 모습




  지나고 보면 나의 체력과 시간,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현재 나의 상태에서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언제 생길지 모르는 연인과, 취향 맞는 친구와 함께 가는 날을 위해 여행을 미룬다던지, 혼자라는 두려움에 내려놓는다던지,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나이의 나는 다시 오지 않고, 내가 머무른 곳에서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 테니까 경험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 지금 경험하고,  경험으로 다음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와서 경험할 때의 느낌은  색다르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하자!   있을  하자!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자! 라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혼자라도 서슴없이 여행을 떠나는  같다.






혼자 다니면서 얻은 것들이 있다면,  용기 / 자기 확신 / 대처능력 / 시야의 폭/ 발견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뻔하다면 뻔한 프레임에 나의 이야기를 담아보자면,



용기

  ,   접근하기 쉬운 여행지부터 어려울  같은 곳까지 도전해보고, 점점 확장시켜 나갔다. 그렇게 언어도 안되면서 유럽 여행도 혼자 가고 막상 경험해보고 나면 ',   있는 일이구나. 별거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다른 일도 충분히 도전할  있는 용기가 생긴다. 혼자 여행을 통해서 나는, 혼자서 살아갈 용기를 얻는  아닐까. 사실 인생은 혼자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삶의 고통과 무게를 온전히 스스로 감당해야 하니까. 주변의 친구나 연인이 해결할  없는 문제들이고, 오롯이 스스로 극복해야  부분들을,  삶을, 헤쳐나갈 용기를 혼자 여행을 통해 얻는다.


자기 확신

 여럿이 여행을 하면서 느껴지는 감정들 , 물론 좋은 것도 있지만 진짜 내가 좋다고 느끼는 것인지, 타인의 반응에 내가 동요하는  아닌지  당시의 분위기에 휩쓸리는데,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온전히 나라는 사람에 대해 집중하게 되고, 그렇게 내가 느끼는 모든 감각들을 통해 내가 원하는  무엇인지 알아가면서   명확해지는  같다. 여행에서 얻은 감정과 생각, 성찰들을 통해,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기준이나 불명확한 것을  명확히 알아가는 시간이 되고, 현실에 돌아와 내가 해야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다.


 상해에 혼자 들어오는 일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서슴없이 가겠다고 했으니까. 맨땅에 떨어져 극복해나가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는 걸 보면서, 발전하고 있다. 성장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이런 지속적인 도전에 나를 노출시키면서 나는 잘 극복해 나가고, 잘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더욱 생기는 것 같다.


대처 능력

혼자 여행에서 무서운 적이 없었으랴. 드라마에서 극단적인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 나리라는 법이 없고,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서 상황을 바라보는데,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내가   있는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상황을 모면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긍정적이지 못하더라도 받아들이고 낯선 상황에 있어서 유연함과 대처능력이 향상됨을 느낀다. 거듭된 대처 능력을 통해 자신감도 얻고 여유도 생기는  같다.


사야의 폭

혼자여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상황들이 많다. 혼자 온 사람들에게 호텔이나 식당 사람들은 좀 더 관대한 편이다. 사장님이나 기사님에게 말 한마디 건네어 여행 온 곳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알지 못했던 이 도시만의 이야기, 지식들을 접하면서 깊게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모르고 지나쳤을 이야기들을 이곳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도시에서 내려온 이야기들. 역사. 이곳의 스토리를 통해 시야의 폭이 넓어짐을 느낀다.


발견

여행에서 발견한 다양한 소스들이, 현실로 돌아가면 나의 영감이 되기도 하고, 자양분이 되어 내 현실 세계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생각지도 못한 발견으로 디자인 아이디어로 연결될 수도 있고, 호텔을 경험하면서 나만의 시각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취향이 선명해짐도 느낀다. 내가 살고 싶은 공간이나 나의 집에 인테리어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어쩌면, 매번 여행을 가는 건, 새로운 발견을 하기 위함이 아닐까.





통루의 자연경관



혼자 여행을 하면서 생긴 나만의 사전 준비. 사실 대단한  없다. 어떤 여행을  것이냐. 목적에 따라 준비할 것도 다르겠지만, 평소에 관심 있는 곳을  픽해두는데, 내가   있는 시간과 여건에 따라 꺼내서 골라간다. 아무래도 코로나 이후 요즘은 중국의 호텔이나 자연경관 위주로 픽해두는 .(이번에 방문한 여행지는 3년 전부터 픽했는데, 드디어 여건이 맞아 방문하게 됐다. 막상 와보니 얼마든지 더 빨리 올 수 있는 곳이 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그렇게 기간이 정해졌다면 첫 번째로는 여행지 선정 픽해둔 장소/공간/호텔이 있다면 그 여행지를 선정 후 그 주변에 볼거리가 3가지 이상이다. 하면 주저 없이 선택하는 편이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호텔. 호텔에 쓰는 비용은 아끼지 않는 편이다. 혼자 여행이라서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대에 최적의 환경을 선택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호텔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치에 투자하는 편이랄까.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도 있지만, 그 여행지에서 최적의 선택이라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기도 한다. 비싼 만큼 서비스가 좋은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안전도 보장된다.


두 번째는 교통수단 확인 아무래도 혼자 여행이니까 위험 요소가 적은 편을 선택하는 편이고, 너무 교통수단이 많이 들거나 이동이 불편한 환경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적당한 수준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여행지의 교통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미리 기사를 연결해 예약해 두고, 동선 정도만 미리 체크해둔다. 중국 큰 도시를 벗어나면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라 사전에 필수적으로 조사해야 할 부분은 체크하고 간다.


이렇게, 준비하면 !   음식은 사실 나에게 중요한 사항이 아니고 맛있는  먹으면 좋고,  먹으면 어쩔  없고,  먹어도 괜찮은


볼거리들은 그날의 동선에 따라 픽한 곳들을 모아서 보고, 당일날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다면 바로 가는 편이다.




즉흥적으로 항저우행 기차 안



엄청 계획적일  같지만, 현실은 즉흥에  가깝다.  마음이 움직이는 곳으로 몸을 움직이는 편이고,


이게 편하더라. 너무 계획적으로 움직이면 그 계획이 틀어졌을 때 오는 스트레스가 더 커서, 여행을 망치는 경우가 많고, 계획을 하지 않는 게 나의 계획. 스트레스를 안 받기 위한 나의 방법이랄까.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동선을 변경하는건 혼자라서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도쿄에서의 시간


 

 무작정 혼자 여행 보세! 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의 성향이나 취향이 맞아야 느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여행  느껴지는 외로움이 싫고, 혼자  먹는  싫다면, 혼자 여행이 즐겁지 않을 것이다. 종종 혼자 여행으로 산속 호텔을 간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혼자? 여자 혼자? 뭐하러?라는 주변 반응들이 있다. 일명 꼰대 어르신들이나, 혼자 여행에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  별로 개의치 않아서 그렇게 보는 그들의 시선이 편협하다고 느낄 뿐이다.  모르고 하는 사람들의 말에 흔들릴 생각은 없어서, 경험했을  본인이 느껴보고 좋으면 그만이다.


 사색을 즐기고, 혼자 있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잠깐씩 느껴지는 고독함에도 무리 없이 보낼 수 있다면, 혼자 여행은 금상첨화. 도전은 해보고 싶었지만 아직 그럴 엄두가 안 났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경험해 보라고 하고 싶다. 경험해보고, 좋은 경험으로 와닿지 않았다면 다음엔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하면 되고, 그 경험이 값지게 느껴졌다면, 또 혼자 여행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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