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발견

by 꿀꾀배기


"삐, T 순경, 출근 처리되었습니다."

업무 결산 장치에 디바이스를 태그 한 T는 자리에 앉아 책상을 정돈했다. 이내 서장실 문이 열렸다.

"서장님, 벌써 오셨네요."

서장은 얼굴 가득 근심을 안고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그래... 바로 출동해야 하니까 준비해."

"무슨 일인가요?" T가 의아해하며 묻자, 서장은 한숨을 내쉬며 외투를 걸쳤다.

"실종 사건이야. 위에서 직접 내려온 명령이니까, 경찰견 전부 준비해. 찾기 전까진 퇴근 생각 말고."

"실종... 이요?"

지금까지 실종 신고에 대한 반응은 늘 같았다. '찾을 수 없다. 섬에 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사건'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T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묘한 긴장을 느꼈다. "누군가요? 인상착의는요?"

"쉘터 연구소장 중 하나야. 마지막으로 찍힌 사진을 보냈으니 가면서 확인해."



밖으로 나온 T는 경찰견의 전원을 켠 뒤, 등에 삽입된 디바이스에 연구소장의 사진을 등록했다. 출동 버튼을 누르자 두 기의 개가 힘차게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그는 개들이 사라지는 방향을 바라보다, 문득 J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한 달이 넘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지나간 기억이 흐릿했다. 출근, 순찰, 퇴근, 잠... 이렇다 할 사건 없이 반복되는 날들을 무미건조하게 지나쳐 왔을 뿐. 그 시간에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어쩌면 그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가 믿고자 하는 정의는 없고, 이미 도달한 실패 앞에서 억지를 부리고 있을 뿐이라는 걸. 무기력하게 흘려보낸 시간이 그가 방황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은 일방적 소통에 불현듯 화가 났다. 아무리 정이 없어도 그렇지, 이쯤 되면 먼저 연락을 해줄 법도 하지 않나?

'못된 놈.'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디바이스를 켜 J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디바이스에서는 연결음만 이어졌다. "아직 자나...?" 그는 전화를 끊고, 대신 문자를 보냈다.

'잘 지내고 있냐? 근처에 실종 사건 터졌다. 조심해서 다녀!'



회색빛 하늘 위로 해가 높게 떠 있었다. 오전 내내 거리를 돌았지만 실종자는커녕 사람 한 명 보지 못했다. 경찰견도 소식이 없었다. T는 수분 캡슐을 입에 넣으며, 무거운 숨을 뱉었다. 빼곡한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 이곳은 분명 '거주 구역'인데도, 아무도 없었다.

'정말 모두 섬으로 떠났단 말인가?'

처음 사람들이 하나둘 떠날 때, 그는 이런 결말을 상상하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절망 끝에 '실종'을 택하기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그는 정작 쉘터의 사람 한 명이 실종된 지금에서야 온 도시를 뒤지고 있었다. 가로등에 달린 CCTV는 관리가 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였다. 아무도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고, 지켜주려 하지도 않았다. 경찰인 T조차도.

'우리 아빠가 사라졌어요... 이름은... 나이는... 코가 짧고, 턱에 수염이 있고요...'

떨리는 목소리로 서에 찾아와 말하던 아이가 떠올랐다. 그는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다. 이미 그 아이의 아버지가 섬으로 향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봤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은 아주 잦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 역시, '섬으로 간 사람은 우리가 찾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게 되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좌절했고, 실종자를 찾아 섬으로 떠나는 자들도 있었다. 그중 누구도 돌아오지 않았다.



J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점심도 거른 채 자는 모양이었다. 거주 구역의 끝자락에 선 그의 시야에, 낯선 풍경이 들어왔다. 회색 건물들 사이에 유독 이질적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 원목 건물 하나. J가 좋아하던 음식점이었다. '미스터나인'이었던가? 점심 겸 포장을 해서 J에게 갈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시대에 원목 자재를 어떻게 구했을까? 장식품과 마감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했다. 그는 가게의 주인이 궁금해졌다. 가게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유리창은 빨간 페인트로 덧칠된 듯했고, 내부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간판엔 'OPEN'이라고 쓰여 있었다. 잠시 망설인 끝에 그는 문을 열었다...





"그만 좀 진정하고 들어와서 거들어. 경찰이라는 놈이 비위가 왜 이렇게 약해?"

문틈으로 얼굴을 내민 K 서장이 말했다. 마스크와 장갑을 낀 그의 손엔 감식용 도구가 들려 있었다. 늦지 않게 도착한 두 기의 안드로이드도 도구를 들고 사건 현장을 분석 중이었다. 하지만 가게 밖에서 구토를 하던 T는 좀처럼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어린 시절 전쟁터에서 본 광경이 떠오르며 속이 뒤집혔다. 아니, 그보다 더 끔찍했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친 것 ─ 코 아래가 잘려 나간 반쪽짜리 머리 ─ 은 두건을 두르고 있던 걸로 보아 이 가게의 요리사였을 것이다. 아마 그가 주인이었을지도. K는 혀를 차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군.'

가게 안은 그날 그가 마주했던 지옥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토막 난 시체들과 낙서 자국. 천장과 벽에 가득한 핏자국과 문지른 흔적들. 팔다리가 잘린 토르소가 의자 위에 놓여있고, 두 손으로 머리를 안고 있는 상체도 있었다.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 공간의 모든 것들이 전부 의도적으로 배치된 듯했다. 마치 살인 현장이 아니라, 어떤 미술 전시장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K는 손전등을 들어 시신들을 살폈다. 그때, 조명에 반사된 반짝이는 물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넥타이, 그 위에 커다란 넥타이핀이 걸려 있었다. 갖가지 보석이 치렁치렁 붙어 있었다. 주위를 슬쩍 훑어보았다. 안드로이드들은 각자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떼어낸 다음, 몰래 주머니에 넣었다.




이전 01화20. 실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