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헤어디자이너의 기록_2부 성장의 시간
5장 도전 그리고 실패_첫 클레임을 받다
미용사로 일하다 보면, 아무리 신경을 써도 클레임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나 역시 파마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아 고객의 불만을 직접 들어야 했던 날이 있었다.
그 순간은 부끄럽고 두려웠지만, 돌이켜보니 내 기술을 돌아보고 다시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면 바로 모발 진단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고객들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만져왔지만 현재까지도 가장 어려운 게 머리카락의 진짜 상태를 알아보는 것이다.
인턴 시절의 내가 만나는 머리카락들은 항상 고열에 타거나, 약품에 의해 녹거나, 혹은 고객의 실수로 인해 실패한 머리카락들이 대다수였다. 그런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머리는 바로 건강한 머리카락.
한 고객은 1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3년간의 인턴 생활을 보내면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머리카락들은 극극손상모였기 때문에,
'똑같이 시술하면 되겠다' 싶었지만 나는 간과했던 것들이 있었다.
원장님은 샴푸 한 번에 모발 진단을 정확하게 할 줄 아시는 분이었고, 나는 건강한 머리카락을 거의 본 적 없는 초디(초보디자이너)라는 것. 심지어 이 고객은 임산부라는 것.
여자의 몸은 임산부일 때 가장 많이 변한다, 아무리 많은 시술을 했었던 사람일지라도, 임신을 했다면 몸이 변한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두통이 자주 생길 수도 있지만,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머리카락이 잘 자라고 굵어지기도 한다.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는 말은 출산 3개월 이후부터이다.
그 고객은 나에게 너무나도 귀했던 시술 고객이었기에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고객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연애이야기부터 임신이야기까지 서로 이야기하며 하하 호호 웃으며 시술을 이어갔다. 마지막 샴푸를 하고 난 후, 머리카락을 보자마자 느꼈다.
'망했구나.' 그때의 나는 몰랐다. 사람의 DNA마다 태생부터가 다른 모발도 있다는 점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임산부 고객은 첫 시술상대로는 너무나도 어려운 고객이었음을 마무리할 즈음 깨달았다.
미용을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아는 사실이다. 세팅파마를 완벽하게 잘해도 모발을 돌려가며 말리지 않는다면 제대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희미하게 만들어진 컬을 억지로 붙잡아 손가락 사이사이로 껴 컬을 만들고 있었던 나는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했던 고객이 분명 원망할 것 같은 느낌에 고객의 눈을 피하며 모발을 말렸었다.
"이거 파마된 거 맞아요?" 딱 한마디. 고객의 한마디가 나를 무너지게 했다. 결국 고객에게 사과를 하고,
다시 재시술을 권했지만 곧 출산을 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재시술은 원하지 않는다며 결제를 못하겠다고 했다.
✦ 무너진 자신감
그날 퇴근길, 발걸음은 유난히 무거웠고, 눈시울은 붉어져만 갔다. "나는 이 길에 맞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침대에 앉아 왜 그렇게 되었는지 계속 되짚어보았지만 이미 자신감은 무너졌고, 출근을 위한 잠이 더는 달콤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실수는 모자람이 아니라 배움의 시작임을 깨달았다. 그저 인턴일 적의 기억만 믿고, 고객의 머리카락이 그들과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내 잘못이었다.
✦ 클레임이 가르쳐준 것
처음에는 부끄럽고 괴로웠지만, 그 클레임이 나를 성장시켰다. 그 이후로는 다시 모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고객에게는 시술히스토리를 묻기 시작했다. 원하는 스타일뿐만 아니라 몇 번의 시술을 했었는지, 집에서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평소 머리카락을 말릴 때 속도는 빠른지 느린지까지. 고객의 현재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까지 보려고 했다.
그리고 작업 전에는 꼭 "이런 느낌의 웨이브까지는 만들 수 있습니다."라며 충분히 설명하고, 고객이 이해할 때 시술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고객과의 신뢰는 더 깊어졌다.
✦ 실패에서 단단함으로
돌이켜보면, 클레임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다, 실수에서 배운 교훈을 내 안에 단단히 새겼다.
지금도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할 때면 그날의 고객이 떠오른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한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 하지만 만약 한다면, 반드시 더 나은 디자이너로 돌아오겠다."
✨ 망친 파마와 고객의 불만은 내게 큰 상처였지만, 동시에 가장 값진 교훈이었다.
클레임은 나를 주저앉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게 하는 거울이었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더 단단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다.
✨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오늘 저와 같은 클레임이 있었나요? 그 클레임을 상처로만 생각하지 말고,
더 나아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