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18장. 에필로그 ― 가위로 쓴 나의 시간
가위를 처음 손에 쥐던 그날의 나는,
그저 머리카락을 예쁘게 자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이 일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함께 그려가는 일이라는 것을.
인턴 시절 바닥을 닦던 나,
처음으로 고객의 머리를 드라이하던 떨림,
실패로 울던 밤,
그리고 다시 일어서던 새벽의 연습들.
그 모든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시간에 감사하다.
실패가 없었다면 단단해질 수 없었고,
좌절이 없었다면 진심의 무게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15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첫 면접을 앞둔 대학생,
육아에 지친 엄마,
웨딩 촬영을 준비하던 예비신부,
그리고 오랜 세월을 함께한 단골 고객까지.
그들은 모두 나의 손끝을 거쳐 갔지만,
사실은 그들이 내 마음을 다듬어주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내 기술을 성장시켰고,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나는 머리를 다듬으며 사람에게 배우고,
사람을 만나며 다시 나를 다듬었다.
✦ ‘가위로 쓴 시간’이라는 이름
가위는 나의 펜이었다.
머리카락은 나의 종이였고,
매일의 손끝은 글자였다.
그 위에 내가 써 내려간 건
성공의 기록이 아니라,
사람과 마음, 그리고 시간의 이야기였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가 나의 손끝에서
조금의 위로를 느끼고,
조금의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 여전히 배우는 중인 디자이너로
나는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
내일의 고객은 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올 것이고,
나는 그 이야기에 맞는 새로운 손끝을 배워야 한다.
배움은 끝나지 않는다.
가위질은 여전히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 싶다는
나의 다짐이자, 내 삶의 리듬이다.
세월이 흘러도 나는 가위를 놓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일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나의 언어이자, 나의 인생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 나를 지나간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모든 고객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의 신뢰가 있었기에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 울고 웃던 동료들,
끝없이 연습하던 인턴 시절의 나에게도 고맙다.
그들이 내게 남긴 건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오늘의 나를, 그리고 내일의 나를 움직인다.
✨ 가위로 쓴 나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도 또 다른 이야기가 내 손끝에서 시작된다.
어쩌면 내 인생은,
수많은 사람의 머리카락 위에 써 내려가는
긴 에세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가위를 든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한다.
“오늘도 한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더 아름답게,
한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자.”
그것이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고,
내가 살아가는 가장 진심 어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