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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완희 Feb 29. 2024

우리만의 특별한 학습지 '일기장'

'말놀이'로 시작해 '글놀이'로 이어지는 엄마표 생각 키우기 (1부)

 나는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매일 새벽수영을 다녔다. 첫 수업이 6시라, 늘 5시 반에 수영장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그때마다 가끔씩 마주치는 아저씨 한 분이 계셨다. 이른 새벽 우리 집으로 신문을 가져다주시고마운 분. 정확히 2020년 10월 5일부터 신문을 받아보기 시작했는데 작년에 처음 알았다. 쿠팡기사님보다 더 빠른 시간에 다녀가셨다는 사실을.


 요즘엔 따로 수영을 배우지 않고 자유수영으로 운동을 이어가는 편이라 전처럼 아저씨 뵙는 것이 어렵지만 통틀어 얇은 두장의 신문을, 매일 가져다주시는 감사한마음을 나는 늘 가지고 있다.


 보통 신문사마다 보수, 진보 등으로 정치색깔이 있다고는 하지만,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다고 하는 신문을 구독하여 받아본다고 하더라도 크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던 기존의 내 생각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아, 어린이 신문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어린이 조선일보'를 지금까지 구독하고 있다.

 신문의 한 달 구독료는 처음엔 7천원이었는데, 작년 5월부터 3천원이 올라 지금은 1만원이다. 나에겐 한 달에 1만원의 행복인 신문이, 가끔 아이들에겐 1만원의 고통(?)이 되기도 하는 신문에 대해  1부에서는 "신문을 이용한 글놀이를 하기 위한 엄마와 아이들의 워밍업" 과정을 2부에서는 "신문을 통한 글놀이의 활용방법과 다양한 글놀이의 소재" 더불어 "엄마의 신문활용법"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내 생각을, 내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에 있어 많이 서툰 편이다. 긴장하면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았던 터라 오해가 있었던 적도 많았고, 또 가끔은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도 나를 닮아 그런 건지 부끄러움도 많고 어딜 가면 조용하게 있는 편이다. 성향 또한 외향적인 부분들보다 내향적인 부분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나처럼 표현하는 부분들이 간혹 서툴때가있다. 그런 건 나를 닮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나는 말보다는 '글'로 내 생각과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꼈고, 아이들도 글로나마 자기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그 마음하나로 '말놀이 글놀이' 수업을 시작했다.

 

 하얀 종이 위 또는 밑줄이 그어진 종이에, 어떤 주제로 혹은 있었던 일들을 무작정 아이들에게 적어보라고 하면 막막해하지 않을까? 없던 고민도 생길 것 같은 답답한 마음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처음부터 어떤 글을 적어보는 것보다 먼저 '종이', '연필, 지우개와 친해지는 것' , 그리고 수업을 준비하는 부분에 있어서  '엄마마음'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준비물인 종이, 내가 선택한 종이는 바로 '일기장'이었다. 일기장 하면 '매일'이라는 키워드가 생각나는 만큼 매일 아이들과 조금씩 일기장에 채워나가는 의미에서 일기장을 글놀이 종이로 결정했다.


 두 번째 준비물인 연필과 지우개, 쓸 수 있고 지울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상관없다. 나는 되도록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도구들을 준비하여 아이들이 사용하고 싶고, 써보고 싶어 하는 '기대감'을 높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마지막 세 번째, 아이와 함께하는 글놀이 수업을 준비하며  '이 아이들은 내 자식이 아닌, 나옌맘 수업에 온 학생들이다.'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 그다음은 '너의 생각을, 너의 마음을 듣고 싶어.'라는 귀 기울여 들을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 이미 이 수업의 준비는 끝났다.






 나옌맘의 '말놀이 글놀이'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엄마와의 수다 인 '말놀이'로 시작하여, 쓰는 것으로 이어지는 '글놀이'라는 점이다. '신문을 이용한 말놀이 글놀이'를 하기에 앞서, 일기장이라는 글 놀이터에 아이들과 워밍업으로 해 보았던 몇 가지의 활동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사진의 왼쪽상단에서부터 시계방향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이들과 둘러앉아 끝말잇기를 하며 말놀이를 한 뒤, 끝말잇기를 글로 적어보기

 우리 주변의 여러 모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 모양을 찾아 사물의 이름을 적어보기

 재밌게 읽은 책이나 읽어보고 싶은 책에 대해 서로 얘기해 보고, 네모칸에 책 제목을 적어 빙고게임하기

 글자 수에 따른 여러 단어를 이야기해 보고 일기장에 적어보기

 일기장에 내어주는 엄마표 연산학습지 풀어보기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보며, 그림과 말풍선으로 만화 만들어보기

 

 위의 말놀이 글놀이 활동들은 두 아이들 모두 저학년(1~2학년) 때 이루어졌던 결과물 중 일부분이다.


※ '말놀이 글놀이' 수업의 예. (세 번째, 책 제목 빙고게임)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식당에 갔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 어김없이 수첩과 볼펜을 꺼내 빙고판을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과 함께 외출할 땐 항상 작은 가방에 수첩과 볼펜, 색종이, 작은 퍼즐 등 아이들이 간단히 할 수 있는 놀이를 챙겨 다녔다) 아이들은 숫자빙고부터 시작해, 과일, 과자 종류를 빙고판에 적어 게임을 했다. 나는 그 순간 '책 제목 빙고'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다음 날 이어졌던 말놀이 글놀이 수업은 '책 제목 빙고게임'

"엄마가 스무고개를 내 볼게. 잘 들어봐. 이건 너희들이 자주 하는 게임이야."
"할리갈리"  "부루마블게임" "루미큐브"
"이 게임의 이름과 같은 영어 노래도 있어"
"..."  "다른 힌트도 주세요. 엄마"
"25라는 숫자, 네모칸"
"빙고게임이요."
"맞아 빙고게임이야. 그런데 오늘은 조금 더 색다른 빙고게임을 해 볼 거야."
"어떤 걸로요?"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중에 너희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형,스티커,레고, 만화책"
"그중에서 어떤 것이 종류도 많고 빙고게임하기에 적당할까?"
"레고도 좋고, 책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오늘은 책 제목으로, 내일은 레고 종류로 빙고게임을 해보자."

(아이들과 어떤 책들을 좋아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집에 있는 여러 책들의 제목을 적어보는 글놀이로 이어가며 '책 제목 빙고게임'을 해 본다.)


 이 활동은 '스무고개'라는 말놀이를 하며 글놀이였던 '책 제목 빙고게임'으로 이어진 엄마와 아이들의 수업이었다. 간단하고 단순한 놀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책 제목'을 이용한 빙고게임을 해보며, 좋아하는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기도 하고, 집에 있는 여러 책들을 살펴보며 다음에 읽고 싶은 책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적고 쓰는 것으로 인한 걱정과 스트레스로 '일기장'이라는 존재가 '쳐다보기도 싫은, 쓰기도 싫은, 존재가 아닌 친근하고 편안한 존재'로 아이들의 일상 안에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유도했던 부분이 내가 특히 신경을 썼던 부분이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초등 중학년(3~4학년)에 해당된다면, 한 단계 더 레벨업을 시키고 싶다면, 이 방법은 어떨까.




사진의 왼쪽상단에서부터 시계방향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기념일의 앞 글자를 이용하여, 삼행시 지어보기

 어떤 주제를 이용한 마인드 맵 만들어보기

 '나에게 100만 원이 생긴다면?'처럼 상상하여 글 적어보기

 식물, 동물에 관련된 책을 읽고 일기장에 나만의 도감 만들어보기

 거울을 보고 나의 자화상을 그린다음, 내 얼굴의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글 적어 보기

 '고인돌'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역사와 관련지어 책의 내용과 자신의 생각 적어보기


 위의 말놀이 글놀이 활동들은 두 아이들 모두 초등 중학년(3~4학년) 때 이루어졌던 결과물 중 일부분이다.



 몇 년간 아이들과의 '말놀이 글놀이' 수업을 준비하며, '오늘은 아이들과 어떤 주제로 말놀이 글놀이를 하면 좋을까?' 에 대한 고민을 수없이 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별다른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던 그때의 가정환경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많은 아이들이 하고 있던 그 흔한 '학습지' 조차 우리 아이들은 해 보지 못했으니까. 그때의 나는 아이들과 매일 '말놀이 글놀이' 수업을 하며 활동하는 이 '일기장'이 '우리만의 특별한 학습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엄마와의 '말놀이 글놀이' 수업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다. 또한 지금까지도 우리 아이들은 '학습지'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처음엔 엄마와의 '말놀이 글놀이' 수업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많았다. 엄마표라는 수업은 '꾸준함'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하지만 엄마의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씩,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의 생각은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이 자라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처음 어렵게 글을 써 내려갔던 막막함에서 벗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조금 더 가볍고 자유롭게 변화될지도 모른다.



 나는 그 가능성을 믿고, 오늘도 나옌맘의 '말놀이 글놀이' 수업을 계속 이어간다.






 다음 2부에서는 "신문을 통한 글놀이의 활용방법과 다양한 글놀이의 소재" 더불어 "엄마의 신문활용법"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겠다.






(대문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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