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여름이었다. 학교를 다녀와 집에서 시원하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밑에서 갑자기 무언가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설마 그거인가?'라고 생각하며 먹던 아이스크림을 내려놓고, 화장실을 갔는데 속옷을 확인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으악" 내 비명소리에 거실에 있던 엄마가 더 놀라, 화장실을 나오는 나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리셨던, 등이 아팠던 추억이 있다.
그날 엄마는 생리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리대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사용한 생리대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내 방에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그게 나의 첫 생리였다. 지금도 엄마와의 그 기억이 또렷하게 남아있다.
한 달에 한번 이루어지는 '마법'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많은 걱정이 되었다. 생리를 하는 것도 하는 것이지만, 혹시나 너무 이른 시기에 시작하게 될까 봐. 내가 처음 생리를 했던 중학교 2학년.
나의 친구 중엔 초등학교 6학년, 보통은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 생리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생리를 가장 늦게 시작했었기 때문에 요즘아이들이 빠르면 초4에도 생리를 시작한다고 하니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걱정은 바로 '생리통'. 나는 10대 때는 생리통이 없었다. 그런데 20대가 되고부터 생리통의 아픔을 느꼈다. '금쪽이였던 나의 20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내 생각으로는 아마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발 아이들의 생리기간에 생리통은 가볍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5학년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아이에게 초경이 시작되기 전 증상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몸의 변화였다. 가슴이 조금씩 커졌고, 음모와 겨드랑이 털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짧게는 3개월 안에, 길게는 6개월 안에 생리를 시작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은 기름진 두피와 머리의 쉰 냄새였다. 처음엔 머리를 제대로 감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내가 직접 머리를 감겨준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두피의 쉰 냄새는 약해지지 않았고, 저녁에 머리를 감고 자면 아침에 말 그대로 '기름으로 떡진 머리'가 되어있어서 매일아침 바쁜 등교시간에 '머리 감기'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 가끔 아이는 괜찮다고 했는데, 그 모습을 보는 내가 용납(?)이 안 되었다. 기름으로 떡 진 머리를 하고 학교를 갈 순 없어! )
마지막으로 '냉' 분비물이었다. 처음 분비물이 나왔을 때, 자신의 실수로 오줌이 샌 건 아닌지 걱정을 하며 나에게 조심스레 얘기하던 아이의 모습이 기억난다.
조금씩 변화가 있을 때마다, 나는 아이와 몸의 성장, 그리고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약 학교에서 처음 생리를 시작하게 되었다면 어떻게 그 상황을 대처하면 좋을지.(무조건 "보건실"로 가기)
생리혈로 옷이 오염되었을 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 지에 대해서도 아이와 다양한 방법의 생각을 함께 나누었던 것 같다.
그중 아이와 내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바로 "생리용품은 어떤 것을 쓸 것인가?"였다.
일반적인 생리용품의 종류는 속옷에 부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생리대.
면. 레이온의 재질로 만들어진 엄지손가락 만한 크기의 마개형태로 되어있는 것을 질 내부에 직접 삽입하여 사용하는 탐폰.
탐폰과 마찬가지로 질 내부에 깔때기 모양의 실리콘을 삽입하여 사용하는 생리컵이 있다.
아이가 처음 사용하는 생리용품이라, 질 내부에 사용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이 되어 아이와 나는 일반 생리대의 사용을 고민하였다.
생리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일반 생리대를 사용해 보며 방법을 익혔다.
그런데, 아이가 밑부분에 닿이는 부분이 거칠거칠하다 느끼며 불편해하는 모습이 보여서 아이에게 또 다른 일반 생리대인 '면 생리대'를 소개해주었는데 아이는 착용감이 너무 좋다며 만족해했다.
그렇게 생리의 준비를 한 지 5개월 후, 6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에 아이는 소녀가 되었다.
그런데 "면 생리대"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아이에게는 걱정이 생겼다.
커졌던 아이의 걱정은 바로 "엄마의 수고로움"이었다.
생리혈이 묻어있는 아이의 면 생리대를 세척해 주는 일은 나에게 그리 어렵지 않다. 소중한 내 아이를 위해서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생리대를 세척하며 나는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한다. 아이의 생리통이 조금만 더 약해지기를, 귀찮을 수 있지만 사용한 생리대를 파우치에 잘 챙겨 온 아이에 대한 고마운 마음, 또 아이의 생리혈의 색깔을 보며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어두운 색깔의 생리혈을 발견하면 혈액순환이 안되나? 하며 걱정을 하기도 하고, 생리혈의 양을 보며 이제 거의 다 끝나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깨끗하게 세척해 놓은 생리대를 가져가며, 아이는 늘 나에게 "엄마.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엄마는 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어서 기분 좋고, 사용할 때마다 늘 감사인사를 해주는 너의 마음이 더 고맙다고 나는 아이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 아이의 생리기간에 엄마는 아이를, 아이는 엄마를 서로 안아주는 우리 집의 특별한 "마법의 hug " 가 이루어진다.
작아졌던 아이의 걱정은 "환경문제"였다.
평소, 아이와 나는 환경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계절의 기후변화, 의성의 쓰레기 산, 태평양의 쓰레기 섬, 헌 옷의 종착지인 가나에서 버려지는 옷들의 처리방식으로 생기는 온실가스문제와 자연 생태계의 심각한 문제 등 많은 대화를 하며 앞으로의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다.
아이는 생리대 또한 마찬가지라 여겼고, 매달 일반생리대를 사용하며 버려지는 플라스틱과 비닐쓰레기가 썩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구환경에 좋지 않다는 생각이 컸던 이유다.
생리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면 생리대를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나부터 조금씩 줄이는 방법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지구를 위한 아이의 노력이 곧 실천이라 생각한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깨끗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반 일회용 생리대와 탐폰을 자주 사용했었는데 집에 있는 시간만큼은 면 생리대의 사용빈도를 높일 수 있도록 실천해 보아야겠다.
환경을 위해.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나옌 맘의 '특별한' 면 생리대 세척하는 비법]
1. 사용한 생리대를 5시간 이상 찬물에 담가 생리혈을 빼세요.(혈이 많은 경우, 중간중간 새로운 물로 교체)
2. 생리혈이 어느 정도 빠졌다면, 세탁비누로 생리대에 비누칠을 한 뒤, 조물조물 비벼 애벌세척을 하세요.
3. 빨래통에 따뜻한 물과 과탄산소다 한 스푼을 넣은 뒤 섞어줍니다.
4. 과탄산소다가 어느 정도 녹았다면 생리대를 담가둔 다음, 5~10분 정도 기다려줍니다.
5. 시간이 흐른 뒤, 생리대를 비벼 옅어진 얼룩을 말끔히 지워냅니다.
6. 얼룩이 지워진 생리대를 몇 번 더 헹군 뒤, 빨래통에 식초 한 숟갈과 물을 넣어 "식초물"을 만들어 줍니다.
7. 식초물에 생리대를 5-10분 담가둔 다음, 두어 번 헹군 뒤 빨래망에 넣어 탈수시킵니다.
8. 생리대를 펴서 건조대에 널어주면 됩니다.
[환경에 대한 아이의 생각]
아이가 5학년 때 '헌 옷 쓰레기' 에 관해 쓴 글
[세계적으로 옷, 플라스틱 등으로 환경오염이 더욱더 심해지니까, 팔고 남은 옷들을 재활용해 사용하시는 분의 이야기도 봤는데, 환경을 위해 재활용하면서 새로운 스타일도 만들어내니 너무 좋은 아이디어였다.
염소와 소들이 풀대신 버린 옷들을 먹는 모습을 보니 '오죽하면 풀 대신 옷들을 먹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장면을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환경오염이 없어지기 위해 옷을 살 때나 버릴 때도 신중하게 행동을 해야 하고. 꾸준히 실천해, 환경을 보호해야겠다.]
아이가 6학년 때 '쓰레기의 심각성과 실천'에 관해 쓴 글
[하지만 더욱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이렇게 쓰레기 사태가 심각한 것을 알고도 플라스틱을 무자비하게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북 태평양 쓰레기의 10%가 우리나라 쓰레기로 밝혀졌다. 세계 여러 곳에서도 이러한 쓰레기 사태를 알았는지, 쓰레기 섬의 실태와 해양오염의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2017년 미국 광고 제작자들이 쓰레기 섬을 국가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2018년 국제연합인 'UN'에서 쓰레기 섬을 공식 국가로 인정했다. 이러한 계기로 사람들은 해양오염의 심각성(쓰레기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