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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엘리 May 24. 2021

코로나 시대, 남편이 알바를 시작했다.

불혹의 나이에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다

백수가 되다


얼마 전 운영하던 반찬가게를 남동생에게 넘겼다. 계약기간이 7월까지라 그때까지는 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놈의 손목이 도통 말을 듣지를 않는다. 결국 예상보다 더 빨리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우리 가족의 생계는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난 그저 마음 편히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았는데 남편은 아니었나 보다. 남편도 개인사업자로 일을 하고 있지만 거래처에서 일이 들어올 때만 작업을 하고 있어 수입은 불규칙하고 매달 생활비는 기본 350만 원이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한 달 정도만 버텨보고 다시 일을 시작하리라 계획했지만 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꼬마김밥 배달전문점 해볼까? 아니면 택배 같이 하는 건 어때?"

"손목은 어쩌고? 그게 쉬울 것 같아?"


손목 때문에 우리의 생계를 책임지던 반찬가게도 그만두고서 더 힘든 일을 하겠다니 남편은 얼마 못 가 그만둘게 뻔하다는 듯 말했다. 20대 때만 해도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불혹은 쉽게 시작하고 쉽게 그만둘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그렇게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통장잔고는 점점 사라지고 남편의 일은 뚝 끊겨버렸다. 아주 가끔 수정해야 할 일이 들어오긴 하지만 소액이라 지금 이 상태라면 곧 재정은 바닥이 나고, 우리는 강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물론 나야 다이어트를 해야 하지만 다섯 살 먹은 우리 아들은 먹여 살려야 할 것 아닌가.


"나 알바라도 하려고."


몇 날 며칠 알바 사이트만 쳐다보던 남편은 보건증이 필요하다며 보건소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검진은 하지 않아 다른 병원을 안내받았다. 하... 보건소에서는 3천 원이면 되는데 병원에서는 2만 5천 원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게다가 결과서는 인터넷 발급으로 받아볼 수가 없어 다시 방문까지 해야 한단다.


"아르바이트비 10만 원 벌려고 2만 5천 원짜리 보건증을 해야 해?"

"한 달 25일 일하면 하루 천 원이잖아."


큰 깨달음을 얻은 남편은 내일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하더니 다시 알바 사이트만 쳐다본다. 하지만 나라고 그 돈이 안 아까우랴. 나의 서치 능력을 발휘했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서는 9천 원에 검사가 가능하며 1회에 한하여 인터넷 발급도 가능하단다.

다음 날 남편은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알바 첫 출근


보건증(현 건강진단결과서)을 기다리던 남편은 제약품 분류 알바를 나간다고 한다.


"갑자기? 그럼 보건증 검사는 왜 한 거야?"

"혹시라도 그 일 안 하게 되면 다른 데라도 바로 해야지."


나름대로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은 벌고 있었고 가끔 여행도 다니고 맛집도 가고 아들 장난감도 사주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런 생활은커녕 입에 풀칠해가며 살아야 하는데 나만 현실 앞에서도 안일했나 보다. 남편의 가장이란 무게는 나의 낙천적 성향과 운이 좋으니 굶어 죽진 않을 거라는 나의 말에도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다.


회사에 연락을 한 그 날 오후, 다섯 시 사십 분 첫 출근을 했다.


"쉬는 시간이라 전화했어."

"일은 어때?"

"그냥 뭐 할 만 해."

"밥은?"

"먹었어."

"맛은 있었어?"

"도시락 나왔어. 그냥 그랬는데 미역국은 맛있더라."


미역국이 맛있다며 해맑게 웃는 남편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그런데 왜 이리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걸까. 오늘은 새벽 세 시까지, 내일부터는 여섯 시까지 연장 근무할 거라며 한 달 월급을 계산하고 있는 남편은 힘든 것보다 당장의 생활비가 더 중요했다.


시계가 세 시를 향해간다. 남편이 들어오면 간식이라도 챙겨줘야지. 식빵에 딸기잼 발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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