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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엘리 May 27. 2021

결혼 7주년을 앞두고

70년만 더 함께 행복하길 바라며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만 사랑인 줄 알았다.

미지근한 건 사랑이 아니라며 편하고 익숙해진 마음을 버리고 불같은 사랑만을 쫓았다.

하지만 한 사람과 9년을 함께하며 뜨겁지도, 타오르지도 않는 이 감정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이다.

편한 것보다 편안함이고 설렘보다 안정적이며, 뜨겁기보단 따뜻한.
동지애와 전우애까지 추가된 끈끈한 사랑.




신혼 1년간은 정말 지겹도록 싸웠다.

결혼 한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한참을 싸우고 밖으로 나왔지만 처음 살아보는 동네에서 내가 향한 곳은 고작 작은 편의점.

소주 두 병과 새우과자를 하나 사서 집 앞 벤치에 앉았다. 나 몰래 뒤 쫓아오던 남편도 내 옆에 털썩 앉았다.

소주병을 들고 벌컥벌컥 마셔대자 나보다 주량도 약한 남편이 본인도 마시겠다며 소주를 낚아챘다. 얼마 못가 내려놓았지만.

쌀쌀한 날씨에 우린 차에 들어갔다. 그리고 난 계속해서 아무 말없이 소주만 들이켰다. 남편은 미안하다는 말만 이따금씩 내뱉었고, 여전히 우리 사이엔 냉랭한 기운만 맴돌았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남편 집에 들어가자며 손을 붙잡았지만 괜한 자존심에 난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그렇다고 진짜 혼자 들어갈 줄이야. 10분, 20분, 30분... 난 그가 다시 데리러 오길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은 술기운에 취해 잠이 들었고, 결국 나는 내 발로 혼자집으로 들어갔다. 평온히 자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꼴 보기 싫던지... 이런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머리통이라도 한대 쥐어박을 걸 싶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린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함께 웃었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며 사네 마네 했던 시간들이 흘러 벌써 7년이란 시간을 같은 집에서 먹고 자고 숨을 쉬고 있다. 여전히 꼴 보기 싫은 날도, 어떤 말조차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지만, 그래도 힘들게 일하고 들어와 큰소리로 코를 골며 잠든 남편을 보면 안쓰럽고 측은한 마음이 든다. 연민이나 동정인가 싶다가도, 그게 뭐 어떤가. 그것조차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의 미니미까지 함께하면서 우리는 전보다 더 행복한 시간을 쌓아가고 있고, 더 진한 우정과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아직도 본인의 어깨가 젖더라도 우산을 내 쪽으로 기울이며 날 감싸 주는 사람. 시간이 지나도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갈 사람. 그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내가 있기에 그가 있다.


70년만 더 행복하게 삽시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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