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쥬엘리 May 26. 2021

덜컥 브런치 작가가 되어버렸다

설마 취소되는 건 아니지?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글 쓰는 걸 좋아해 중학생 시절부터 시를 썼었다. 드라마 작가가 되겠다며 시나리오를 써 공모전에 내보기도 하고, 몇 개월 간 아픈 허리를 복대로 연명해가며 웹소설을 연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매일 육아와의 전쟁으로 글을 쓰기는커녕 책을 읽는 시간조차 부족했다.

육아 퇴근 후면 방전이 되어버린 저질체력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꿈의 목록 중 하나는 작가였기에 생각나는 문장이 있으면 메모를 해두는 습관은 바뀌지 않았다.


"언젠가는 진짜 작가가 될 거야."


현실과 동떨어진 꿈이었지만 입버릇처럼 자주 내뱉었던 말 덕분이었을까? 몇 번을 쓰고 지우며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덜컥 합격의 메일을 받았다.

사실 2015년에 브런치가 무엇인지 잘 몰랐을 때, 신청만 하면 다 되는 줄 알고 네 다섯 글자 정도 써서 작가 신청을 한 적이 있는데 결과는 불 보듯 뻔했고, 그 후로는 차마 작가 신청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6년이란 시간이 흘러 남편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평소보다 더 많은 감정에 휩싸였고, 이를 어딘가 표출하고 싶어(어쩌면 예술가의 피가 흐르는지도...) 선택한 것이 브런치였다.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꽂혀 다시 시작한 글쓰기였고, 물론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지만 설마 되겠어? 안되면 다음에 또 신청하자, 라는 생각이 더 많았기 때문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를 확인했을 땐 얼떨떨한 기분이 더 컸다.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은 '중요' 메일로 분류되었다. 앞으로 우울할 때마다 꺼내 볼 계획이다.



자신의 얘기들이 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걸 꺼려했던 남편도 막상 브런치 작가가 됐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내 얘기 많이 해도 돼."

"응,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은 데 뭐. 창피해할 거 아니야."


다른 글을 쓰고 남편한테 제일 먼저 보여줬는데 이제는 자신의 얘기들이 부끄럽기보다는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아무래도 매일 컨펌받아야 할 것 같다.


남편아, 내 글들의 주인공은 셋이야. 나, 남편, 우리 금동이. 우리 이야기,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야.




덜컥 브런치 작가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라는 브런치의 축하 문구처럼 소중한 글을 쓰고 싶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쉬이 읽히지만 쉽지만은 않은,

부드러우면서 강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