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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Oct 25. 2020

꿈은 바뀌어도 된단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지구별 여행

내 아이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로봇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마도 5살 때부터 로봇 과학자가 되고 싶어 했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울 수 없게 되자 로봇 고양이를 만들어서 자기처럼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도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키우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고양이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가 좀 더 크면서는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 이유는 사고나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해 걸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로봇의 힘을 빌려서 잘 걷게 해주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집에서 아이 아빠와 조립식 로봇을 만들어 움직여 보게 하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 좀 더 활동적이고 멋있어 보이는 로봇을 직접 보고 싶어 했다.

그러한 이유로 아이의 아빠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꼭 과학관을 데리고 다녔다.

보통은 아이와 아이 아빠 둘이서만 과학관을 다녔고,
나는 집에서 쉬곤 했다.
평소에 재택근무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나를 위해 아이 아빠는 주말에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어쩌다 가끔 내가 따라가 둘을 관찰하면, 아이는 마음에 끌리는 데로 또는 보고 싶은 것대로 움직였고
아이 아빠는 불평 한마디 없이 마치 따스한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기분 좋게 스치듯이 아이 뒤를 가만히 따라다니고 있었다.

집에서 과학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어주었지만,
아이는 글자와 사진으로만 채워진 것을 보면서
설명을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궁금해하는 걸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도록 과학관에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게 됐다.

아이는 로봇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이 단단한 철옹성처럼 변하지 않았고,
그런 아이를 지켜보면서 꿈을 꾸는 아이가 기특하면서도, 인생에서 꿈을 꾸는 건 의미가 있고 또 살아갈 힘이 된다는 걸 알기에 응원도 해주었지만, 아이가 어른이 되어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오는 슬픔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고민 끝에 나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꿈은 바뀌어도 된단다"라고 말해주곤 했다.

"우리 딸이 되고 싶은 꿈을 꾸고 또 그것을 위해 노력을 해보렴 그러다가 안되면 또 다른 꿈을 꿔도 괜찮단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많이 슬플 수도 있어 그러면 슬퍼하면 돼"

"단, 너 자신에게 실망하는 건 안돼, ​왜냐하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바로 너 자신이기 때문이란다."

아직 어린아이였던 내 아이는 내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잘못 이해한 아이는 되고 싶은 꿈이 있는데 엄마가 마치 안될 것처럼 말하는 것이 서운했는지 심통 난 표정으로 투덜댔다. 아이를 이해시키기에 좀 더 쉬운 비유가 필요했다.

그래서 난 아이에게 꿈 상자에 대해 말해주었다

"사람은 마음에 보이지 않는 꿈 상자가 있어, 그 꿈 상자에는 되고 싶은 걸 아주 많이 담아도 된단다."

시무룩했던 아이는 다시 신이 나서 물었다.

"엄마 그러면 3가지, 5가지 담아도 돼요?"
​"그럼, 더 많이 담아도 된단다. 우리 딸이 되고 싶은 건 뭐지?"

​"음.. 난 로봇 과학자요!"
​"그럼 그다음에 또 되고 싶은 건 있어?"
​"음.. 그림 그리는 사람이요!
글 쓰는 사람도 되고 싶어요!"

"그럼 우선 3가지만 꿈 상자에 담아두자, 그리고 앞으로 꿈이 더 생기면 그때 또다시 담을 수 있어.
​맘에 들지 않은 꿈은 상자에서 꺼내 버려도 된단다."


"자 우리 이제부터는 꿈 상자에서 담아놓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야
​어떤 게 먼저 될지는 아무도 몰라, 또 어떤 게 안될지는 역시 아무도 모르고
​하지만 괜찮아 새롭게 되고 싶은 꿈을 꿈 상자에 담을 수 있거든"


중학생이 된 아이는 지금도 그 마음의 꿈 상자에 부지런히 꿈을 채워놓고 있다.

난 아이에게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 주고 싶다.
그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초등2학년때 아이가 아빠를 소개하는 글 & 과학관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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