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워킹맘이었던 내가 일을 그만두게 된 건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일이다. 내 건강이 갑작스레 나빠져서 신랑과 의사의 권유로 퇴직하고 3년 정도 치료를 받았고, 의사 선생님의 "이제는 일반인과 동일하게 사셔도 됩니다! 1년에 한 번 건강 검진하러만 병원에 오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듣고 '삶의 무거운 고뇌'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이 조금 나아졌을 때, 아이에게 예쁜 머리핀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아파트 단지로 찾아오는 리본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듣다 보니 재미가 나서 리본아트 강사 자격증까지 따고,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었을 때 집 부근의 한 중학교로 토요일마다 방과 후 수업을 2년 정도 나갔다.
수업용 크리스마스 머리 방울 & 중학교에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촬영
주말에만 수업이 있어서 평일은 완벽하게 전업주부였다.
초등 저학년이었던 아이는 밤 8시에는 잠을 자서 그 이후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무렵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된 나는 살림을 정리하고 간소화하면서 집안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아이를 재우고 남는 시간은 나를 위해 온전히 사용할 수 있었다. 아이가 초등 4학년이 되었을 무렵 나는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을 나가던 방과 후 교사를 그만두었다. 아이가 잠자러 가는 시간도 9시 30분 정도로 늦춰져서 8시부터 가지던 나만의 시간이 방해를 받았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왜 전업주부는 퇴근시간을 가질 수 없지?" "어떻게 하면 다시 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였다. 낮 시간에는 집안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아이 공부 봐줄 것을 미리 공부해야 해서 시간이 나지 않았고, 아이가 하교 후엔 식사를 챙겨주고, 학원 등원을 챙기고, 학교 공부를 봐주고, 잠자리를 챙겨주고 나면 마음 놓고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잘 나지 않았다. 전업주부는 낮에 시간이 많이 날 거라고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경우에는 아이반친구들의 엄마 브런치 모임에도 시간을 내서 쉽사리 다녀오기 힘들었다. 아이와 신랑에게 나도 퇴근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을 하고 원칙을 정했다. 평일날 퇴근시간이 매우 늦는 신랑은 문제 되지 않았으나 아이의 협조가 필요했다.
모든 식사와 집안일은 저녁 8시 이전에 완료하고 그 이후의 시간에는 "나를 찾지 말라달라"라고 했다. 저녁식사 준비를 할 때 아이가 먹을 간식을 함께 만들어서 담아 놓으면 저녁에 아이가 배고플 때 알아서 챙겨 먹기 쉬웠다. 내가 집안일에서 퇴근하는 8시 이후부터 나오는 물컵이나 기타 그릇 종류들은 정리하지 않고 싱크대에 그냥 둔 채 다음날 아침에 정리했다. 집안일에서 퇴근시간을 원한다고 말한 이후에도 처음에는 뭔가 정리되지 않으면 못 참는 내 성격 때문에 싱크대 안에 씻을 그릇들이 남아있으면 신경이 쓰여서 몇 번 가서 정리하곤 했는데 그러면 내가 하던 공부나 글쓰기가 흐름이 끊겨서 다시 집중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다시 마음을 비우고 내 퇴근시간을 확보하기로 다짐을 했고, 지금껏 대부분의 날들은 그것을 지키고 있다.
나는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본인이 관심 있거나 또는 좋아하는 분야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그 시간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그냥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매일 꾸준히 하는 작은 습관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내가 원하는 대로나의 미래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