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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ul 09. 2021

비 내리는 날 문득 떠오른 독일식 감자 부침개

비가 조금 내리다 말다가 하는 날은 왠지 독일의 날씨와 닮아 있어서 내가 청춘시절에 잠시 머물렀던 독일이 생각이 난다. 나는 독일의 작은 도시에 있었기에 동양인이 별로 없었고 유럽 곳곳에서 온 아이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공용 주방을 사용해서 혼자 독립해서 사는 유학생보다는 외로움이 많이 덜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외로울 사이가 없었다. 나는 유럽 이곳저곳에서 온 아이들과 친하게 지냈다. 아마도 공용 주방에서 각자 요리를 하지만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함께 식사를 해서 더 친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달걀 프라이도 제대로 할 줄 모르던 나는 대학식당에서 사 먹는 것 이외에는 거의 빵만 뜯어먹고 살고 있었는데 스페인 친구나 이탈리아 친구들은 그런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내가 테이블 의자에 앉아서 빵을 뜯어먹고 있으면 본인이 요리한 음식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권했다. 나는 유럽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다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스페인과 이탈리아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낯가림도 없고 동양인인 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어 했다.

그녀들의 잔소리에 편식이 심한 나는 그때까지도 먹어보지 못한 식재료들을 먹어야만 했었다. 예를 들면 당근이나 파프리카는 내가 20대 초반까지도 정말 잘 안 먹는 채소였다.

그리고 감자도 즐겨먹지 않았다. 엄마가 감자채 볶음을 해서 주면 조금 먹고 말거나 찐 감자는 어릴 때 시골에 놀러 가서 한 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하지만 당근은 여전히 먹기 어렵다.



아파트 지인이 시골에서 친정 부모님이 택배로 보내주셨다고 우리 집 문 앞에 감자와 양파 그리고 마늘을 두고 갔다. 지금 한참 절약을 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는 나는 지인들이 문 앞에 두고 가는 선물이 너무 고맙다. 비도 내리고 들어온 감자를 열심히 먹어야만 해서 스페인 친구에게 배운 독일식 감자 부침개 "새둥지"를 만들어 보았다.

독일식 감자 부침개 "새둥지"를 독일인 친구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스페인 친구에게 배웠으니 확실한 요리가 아니라고 여태 의심을 했었는데 얼마 전 백종원 님께서 "새둥지"를 요리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내가 스페인 친구에게 배운 것과 동일했고 요리 이름도 같았다. 여태 이 요리를 가르쳐 준 스페인 친구를 믿지 않았던 것이 미안하다.



감자 껍질을 깎아서 찬물에 담가 놓는다.

감자 한 개씩 꺼내어서 채를 썰고 채를 다 썬 다음에는 찬물에 여러 번 씻어 준다.

여러 번 찬물에 씻어준 감자채를 채반에 담아서 물기를 뺀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감자채를 넣어서 익혀준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지만 내 아이는 소금 간을 싫어해서 넣지 않았다.

감자채를 동그랗게 새둥지 모양을 잡아서 그대로 기름에 튀기듯이 익혀주는 것이지만 스페인 친구의 말로는 그렇게 하면 기름을 너무 많이 써야 하니 기름을 조금 넣고 감자를 뒤적거리면서 익혀준 후에 새둥지 모양을 만들면 좋다고 했다.

감자채를 익힌 후에 새 둥지 모양처럼 동그랗게 만들어 준후 기름을 더 넣어서 달걀 1개를 정중앙에 올려준다.​



달걀을 반숙으로 익혀야 해서 뚜껑을 잠시 덮어준다.

달걀이 어느 정도 익는 것 같으면 뚜껑을 다시 열어서 감자가 바삭해지게 기름과 열을 가해준다.




완성된 독일식 감자 부침개 "새둥지"이다. 내 아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내가 만들어 주어서 이 요리를 좋아한다. 요리를 잘 못하는 나는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그곳 친구들에게 배웠던 몇 가지 요리를 여태 잘 사용하고 있다.

음식은 신기한 힘이 있다. 요리를 잘 못해서 빵을 먹고 있던 나에게 그곳 친구들이 요리해서 함께 나누어 먹었던 음식은 나의 배고픔뿐만 아니라 마음도 든든하게 채워 주었던 것 같다. 타국에서 조금은 외로울 수 있었지만 먹는 것을 챙겨주는 그녀들의 따뜻한 마음이 나에게 위로와 힘을 주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그 시절의 친구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어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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