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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ul 13. 2021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 geraltphotography, 출처 pixabay


밤하늘에 별처럼 스스로 빛이 난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에너지로 인해 그것이 차고 넘쳐서 빛난다는 의미이고 그렇게 되려면 나 자신이 충만하게 가득 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내가 나 자신을 믿어 주야 한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알기에 그리고 어느 누구의 위로보다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 가장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독일에서 공부를 다 마치지 못하고 한국으로 임시 귀국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다시 돌아가려는 마음을 가졌지만 삶은 내가 꼭 생각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시대운"이 나에게는 없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가 가장 힘든 순간이었던 그 시기,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자신의 위치를 잃고 나와야 했고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들은 받아주는 곳이 없었던 절망으로만 가득 차 있던 순간이 대한민국에 있었다.

내 청춘시절의 한 부분은 IMF라는 시대운을 피할 수 없었다.


그때까지의 내가 하려던 꿈과 전공을 바꾸고 나는 새로운 분야인 웹디자인과 웹프로그램 과정을 일 년 동안 배웠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꼬박 수업을 받는 것이 나에게는 힘들었다. 공부보다도 "이것 배워서도 아무런 희망이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함께 종일 지내는 것이 더  힘들었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그 사람들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얼마나 마음이 힘들고 기댈 곳이 없었으면 본인의 마음과 다른 말이 나왔을지 미루어 짐작이 되지만 나 역시 그때는 청춘시절이라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능력이 지금보다 없었다.


대부분 컴퓨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나처럼 전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취업을 할 수 있는 순서를 따지자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더 능력이 있었을 것 같다. 일 년 동안 나는 나에게 "크리스마스에 나는 취업을 선물로 받을 거야"라는 말을 나 스스로에게 해주면서 그곳에서 공부하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였다.


그때만 해도 입사지원 원서를 제출할 때 나이 제한이 있었지만 "나를 뽑지 않으면 너희들이 손해야"라고 마음 속으로 말하면서 나이 제한에 걸리는 곳까지 포함해서 원서를 내었다.

그리고 연락이 온 곳에 가서 면접을 보았다. 면접관이 나에게 한 질문 중 가장 불쾌하고 기억에 남는 질문을 들었다.

"아직 미혼이시군요? 결혼 후 아이가 생겼다고 가정합시다. 어느 날 아침 아이가 갑자기 아픕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함께 면접을 보았던 나를 제외한 세명은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돌봄을 요청하고 반드시 출근하겠다고 대답을 하였고 대답의 순서가 내가 되었을 때


"나는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 마음을 다해 내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성실히 일할 것입니다. 내가 회사에 마음을 주고 열심히 일을 한다면 내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회사도 나를 배려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 전화를 해 양해를 구하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온 후,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그다음 날 출근하겠습니다."


라고 대답을 하였다. 그 후 나는 불합격하겠지 생각을 하고 면접을 본 그 회사를 잊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았던 그때 합격 전화를 받았다.


중소기업이었지만 1명의 웹디자이너를 뽑는데 300명 이상이 입사지원 원서를 내었고 서류전형을 통과한 면접은 10명이 보았다고 한다. 궁금한 것을 못 참는 내 성격으로 인해 입사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그때 면접에 면접관으로 들어온 사람 중 한 명에게 물어보고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왜 뽑았는지가 궁금했다. 내 대답이 그들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력이 대단해서 뽑았다기보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저렇게 자신만만할까,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더 컸다고 한다. 나를 뽑지 않으면 왠지 손해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어차피 신입 웹디자이너를 뽑으면 그 회사의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관리하고 있었던 웹에이전시에 나를 한 달 동안 파견해서 교육하려고 했기에 아주 특별한 웹디자이너의 능력은 필요하지 않았고 "기본"만 가지고 있으면 되었다고 한다.

내가 일할 곳에서는 선임 웹디자이너가 없어서 나는 한 달 동안 웹에이전시로 파견근무를 나갔다.


© JillWellingtonphotography, 출처 pixabay


취업을 준비하던 일 년 동안 내가 나에게 말을 해주었던 "나는 크리스마스에 취업을 선물로 받을 거야"라는 말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어쩌면 우연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나의 간절함이 신의 마음을 돌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나 자신을 믿었던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그 어떠한 순간에도


내가 나 자신을 지켜주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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