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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ul 24. 2021

평범한 일상이지만 행복하게 기억되기를

아이가 지난주 금요일에 방학을 하였다. 그리고 일주일을 아이와 함께 종일 시간을 보냈다. 거실 중앙에 식탁과 책상을 이어서 붙여놓은 곳에 나는 식탁을 차지하고 아이는 책상을 사용한다. 바로 마주 보고 앉지 않고 대각선으로 앉아서 서로 얼굴은 보이지만 각자 하고 있는 것은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함께 있지만 각자의 사생활을 어느 정도 보호하고 있는 자리 배치이다.

나의 집 거실의 두 벽은 유리창으로 되어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벽이 없고 유리로 되어있는 것이 적응이 안 되고 이상했다. 밖의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는 장점은 있지만 왠지 밖에서도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날개 달린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나의 집 거실을 들여다볼 수 없지만 말이다. 날아가는 새와 가끔 눈이 마주칠 때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코로나 시대인 지금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데 이렇게 개방감이 있는 거실은 나의 답답함을 덜어준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이 고스란히 창문을 통해서 나의 집 거실 안으로 들어온다.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 나는 식탁과 책상을 거실 중앙에 배치하였다.

아이와 나는 자연의 풍경을 보면서 공부하고 각자의 자유시간도 보내면서 놀기도 한다. 차를 마시면서 노을이 지는 하늘도 감상하며 지루한 코로나 시대를 버텨내고 있다.

사춘기 중학생인 내 아이의 최대의 관심사는 식사 메뉴인 것 같다. 요리를 잘 못하는 나는 아이의 여름방학 동안 식사를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계속 고민이다. 오늘은 나와 아이가 늦잠을 자서 두 끼만 먹으면 되는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신랑이 출근하면서 아이를 분명히 깨웠다고 하는데 아이가 다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보통은 아이 아빠가 출근 전에 아이를 깨우면 아이는 일어나서 전날 내가 채소 달걀찜을 해서 냉장고에 넣어둔 것을 데워먹거나 또는 아이 아빠가 구워놓은 버터쿠키와 우유를 마시고 수학 공부를 한다. 오늘은 아이가 다시 잠든 바람에 내가 오전 10시쯤 일어났을 때 아이를 깨우고 각자의 할 일을 하였다. 아이는 공부를 하고 나는 배가 고픈 아이를 위해 브런치를 준비하였다.

내 아이는 한국식으로 채소를 볶아주는 것보다 유럽식으로 채소 요리를 해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내가 독일에서 잠시 머물렀을 때 주방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기숙사에 있었다. 유럽 곳곳에서 온 친구들은 요리를 잘 못하는 나에게 그들의 가정식 요리를 가르쳐 주곤 하였다.

나에게 요리를 가르쳐 준 스페인 친구나 이탈리아 친구의 말에 의하면 냉장고에 있는 채소는 다 사용이 가능하고 고기를 싫어하면 채소로만 요리를 하고 허브류 중 생바질이나 민트를 넣어주면 된다고 했다. 고기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또는 닭고기 등을 넣어주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와인을 조금 넣어주면 좋다고 하였다. 나는 와인은 넣지 않고 올리브 오일을 조금 더 추가하였다.

내 아이는 사춘기 중학생이어서 그 채소볶음에 반드시 고기가 들어가야만 한다. 나는 며칠 전에 닭가슴살 수제비를 만들고 남은 닭가슴살을 꺼내어 채소와 함께 요리하였다.

베란다에서 자라고 있는 바질


채소는 집에 있는 것으로 사용하였지만 아이가 양송이버섯을 좋아해서 그것은 따로 구입을 하였다. 양송이와 청경채 그리고 애호박과 바질이 들어간다. 생바질은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는 바질을 사용하였다.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애호박과 양송이버섯 그리고 올리브 오일을 넣고 익히다가 이탈리아 레드페퍼와 닭가슴살을 넣고 볶아준다. (생닭가슴살은 채소보다 먼저 익혀주고 나중에 채소를 넣어주어야 한다.)


유럽식으로 요리한 닭가슴살 채소볶음


올리브 오일을 조금 넉넉하게 다시 붓고 약불에서 살짝 조리듯이 두다가 바질과 청경채를 넣어준다. 조금 뒤적거리면서 청경채와 바질이 숨이 죽으면 불을 끄고 접시에 담아내면 된다. 레드페퍼를 넣을 때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하지만 내 아이는 소금 간을 좋아하지 않아서 후추로만 간을 해서 채소를 볶아낸다.​

오븐에 마트에서 구입한 미니 크루아상과 집에 있는 빵을 함께 넣어서 데워내었다. 그러면 마치 갓 구운 빵처럼 먹을 수 있다.​


아이와 나의 브런치 메뉴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로만 차려진 나와 아이의 브런치이다. 한참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는 많이 웃기도 하고 이야기도 평소보다 더 많이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려진 식탁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것 같다.

나는 시드니 여행 때 사 왔던 CD를 틀어놓고 아이와 이야기하면서 맛있게 브런치를 먹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방학을 한 아이는 본인이 짜 놓은 계획표에 맞춰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역사, 세계사를 공부하고 있다. 아이가 공부하다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내가 도와주고 있다. 3학년 2학기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범위를 방학 동안에 한 번은 미리 진도를 나가려고 한다. 그러한 이유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간격이 고등학교 입시로 인해서 3학년 2학기에는 매우 짧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해 놓지 않으면 2학기 때 많이 바쁠 것 같아서 선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하루 종일 과목별로 공부를 하고 저녁에 한두 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가지지만 그마저도 그날 계획한 공부를 마치지 못하면 본인이 더 공부를 하려고 해서 쉬지를 못한다.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 암기과목 공부를 하기 싫어해서 내 마음을 애태웠던 아이는 당장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지금은 컨디션이 좋은 상황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부에 꽤 의욕적이다.

나는 그런 아이의 마음을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위로해 주고 있다.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시간 동안은 잠시 "쉼"을 가지며 행복해한다.

요리를 잘 못하는 나이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주고 아이는 먹는 내내 맛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내 마음도 따뜻하게 채워준다.

종일 붙어있어서 티격태격할 때도 많지만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식사를 하는 소중한 시간들이

후일 아이에게 평범한 일상이지만

행복하게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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