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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ul 23. 2021

중3 아이의 여름방학 시작

© JillWellingtonphotography, 출처 pixabay


드디어 아이가 지난주 금요일에 여름방학을 시작하였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등교를 간헐적으로 하다가 방학식도 못하고 온라인으로 방학식을 하였다. 아이는 미래의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다.

예전에 내가 어릴 때 미래에 관한 어떤 소설책에서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재미있게 상상을 하였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다. 1학기 내내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받았다. 나는 학교 교과목 선생님들의 정성스러운 수업을 아이와 거의 함께 들었다. 그런 이유는 거실 중앙에 식탁을 두고 그 식탁 옆에 책상을 하나 더 붙여서, 아이는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나는 식탁에서 주로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하기 때문에 수업이 자연스럽게 들린다.



식탁과 책상을 거실 중앙에 두었어요


아이는 헤드셋을 사용하지 않고 스피커로 크게 듣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의 반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도 들리고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 목소리도 들려서 학교 교실을 그대로 나의 집 거실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든다.

수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개념을 재미있고 자세히 설명해 주는 수학선생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문제도 풀 수 있을 만큼 이해도 되고 재미가 있었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는 엄격한 선생님에게 "이해 안 되면 외워라!"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공부를 했는데 과목별로 자세히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선생님에게 수업받는 내 아이가 부러웠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에는 나이가 지긋한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어서 매우 엄하였다. 다행히 내가 고등학교 때는 대학을 졸업하고 첫 부임지로 고등학교에 오신 선생님들이 많아서 지금 아이가 선생님과 지내는 것 같이 나도 즐거운 고등학교를 보냈던 것 같다. 공부는 힘들었지만 선생님과의 관계는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 아이의 선생님들이 더 다정하게 아이들에게 대해 주시는 것 같다. 어쨌든 나의 염려와는 다르게 온라인 수업이지만 마치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듯이 아이는 수업에 집중하였고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잘 챙겼다.

그렇게 내 아이는 중학교 3학년 1학기를 내 기준으로 잘 보냈다. 내 아이는 수행평가와 지필 고사를 포함한 성적이 전 과목 A를 받아왔다. 코로나 때문에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내 아이는 작년 중학교 2학년 때와는 달리 본격적인 사춘기에 접어들어서 암기과목 공부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시험기간 내내 나는 아이를 달래가면서 공부를 하였다. 한참 호르몬 분비로 아이의 마음도 널뛰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수 A 만 보이게 다른 부분은 블러처리 했습니다.


늘 지필 고사에서 만점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는 계속 1개씩은 틀려와서 본인 혼자 속상해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도 아이가 좋아하는 수학 과목에서 부분 감점 2점이 추가되어서 아이는 매우 속상해한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서술형 문제를 풀 때 꼼꼼히 과정을 빠트리지 않고 기입을 해야 하는데 본인도 모르게 머리로 그 과정을 계산하고 그다음 과정을 써넣었나 보다. 

아이는 시험 점수를 확인하고 수학선생님에게 문의를 하였고 선생님께서 아이의 풀이 과정이 과정과 답은 맞지만 중간에 한 부분이 빠져서 부분 차감이 되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다행히 암기과목은 내 염려와는 다르게 과목별로 100점을 받아왔고 단, 역사에서 1개를 더 추가로 틀려서 나는 그 점이 아쉬웠다. 암기과목은 외우면 무조건 만점인데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을 달래가면서 하니까 확실히 100점 받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이번에 아이의 기말고사 대비 공부를 봐주면서 중간고사 때보다도 아이가 너무 암기과목에 협조를 하지 않아서 애가 탔다. 내 공부가 아니고 아이 본인 공부인데 왜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려고 하는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당장 시험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암기과목 공부할 때 집중해서 외우지 않고 염려도 하지 않는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암기과목에 마음을 주지 못하는 아이를 달래가면서 공부를 함께 한 나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서 이렇게 마음이 홀가분할 수가 없다.



수행점수를 포함한 전 과목에서 A 점수를 받은 것은 전과 동일하나 총점에서 점수가 내려간 아이는 그것도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에서 부분 차감받았다는 것이 매우 속상해하고 자신이 기말고사 때 왜 집중을 예전보다 안 했는지 후회하고 있는 것 같다. 기말고사 때 암기과목에서 의욕을 보이지 않았던 아이가 방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2학기 국어, 사회, 역사, 도덕 과목들을 진도를 미리 나가려고 계획을 세웠다. 본인이 부분 차감받은 수학 과목은 공부시간 비중을 많이 높였다.

본인이 좋아하는 과목에서 부분 차감받은 사실이 아이에게는 충격적인 큰 사건인 것 같다. 지난주 금요일에 방학을 하고 나서부터 아이는 수학 문제집을 내내 풀고 있다. 아마도 수학에서 틀리는 사람은 고등학교 때 문과계열로 가야 한다고 내가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아이가 문과계열로 선택하는 것에 대해 겁을 먹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는 문이과 통합이라서 문이과 선택이 아마도 크게 좌우되지는 않겠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 아이를 협박하였다.

방학이 시작되고 중간, 기말고사에 대한 부담 없이 계획표에 맞추어서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평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옆에서 나 역시 마음이 편안하다. 시험의 부담 없이 공부를 하는 것은 "즐거움"만 있는 것 같다. 

아이는 암기과목 공부는 하기 싫어했지만 수학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좋아했는데 시험 결과에서 만점이 아닌 것이 속상한 것 같다. 나는 그 과정에 충실했다면 결과보다 과정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이 아빠가 구워놓은 버터쿠키


주말에 아이 아빠는 열심히 버터쿠키를 구워 놓았다. 아이가 공부하면서 중간에 배가 고플 때 먹으라고 구워놓은 아빠의 마음이 담긴 쿠키이다. 일주일 동안 먹을 양을 한꺼번에 굽느라 에어컨을 틀어놓았지만 몇 번씩 오븐을 가동해서 거실이 조금은 더운 주말 저녁이었다.

아이는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지필 고사에서 단 1개도 틀리지 않고 만점을 반드시 받아보겠다고 다짐을 했다.

나는 그런 아이를 응원하지만 옆에서 한마디를 건네주었다. 

시험기간에 또 암기과목 공부할 때 하기 싫어하면 이번에는 엄마가 도와주지 않고 그냥 두겠다는.

아이가 그렇게 협박하는 나에게 미소를 띠면서 "엄마는 그래도 도와줄 거죠? "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나는 아이와 중학교 3학년의 여름방학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그건 내 마음이고 사춘기 아이의 마음은 항상 널뛰기를 해서 이제는 가늠이 잘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마음을 잘 달래면서 중요한 이 시기를 무사히 잘 지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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