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라하의 별 Jun 30. 2021

삶에서 공부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밤 12시가 넘었으니 이제 오늘 아이가 시험을 보고 오면 기말고사가 끝이 난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는 수학과 물리 부분은 아이 아빠와 공부를 하였고 그 이외의 과목은 나와 함께 공부를 하였다.

기말고사 준비를 6주 전부터 하였지만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의 마음은 집중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는 기간은 3주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머지 3주는 집중했다가 마음이 풀어졌다가 이런 순간들을 반복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사춘기를 시작하지 않아서인지 엄마 아빠와 열심히 공부를 하고 모든 과목을 대부분 좋아했던 아이는 사춘기를 시작하면서 과목별로 선호도가 뚜렷해졌고 그 현상은 시험공부할 때 문과계열 과목은 힘들어했다.

지극히 이과형 스타일의 아이는 수학과 물리를 너무 좋아한다. 그 과목을 공부할 때는 마음의 안정이 되고 힐링까지 된다고 하니 아마도 내 아이는 정말 이과에 적합한 아이인듯하다. 하지만 교과목에서 수학과 물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다. 이 두 과목을 빼면 나머지는 다 암기를 필요로 하는 문과계열 과목인 것이다. 골고루 잘해야 내신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현실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게 둘 수는 없었다.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고 칭찬도 해주고 또한 내신점수에서는 다른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이유도 끊임없이 설명해 주었다. 아이가 원하는 로봇공학 분야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문과계열 점수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아직 중학생이지만 고등학교 내신등급과 수시전형까지 설명을 아이에게 하게 되었다. 아이가 본인의 꿈을 이루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이제는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아이 아빠는 주말에 아이가 좋아하는 쿠키와 머랭을 열심히 구웠다. 아이가 공부할 때 간식으로 먹으면서 힘을 내면 좋겠다는 아빠의 마음이 가득 담긴 쿠키와 머랭이었다. 아이가 단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시중에 파는 머랭과 쿠키는 아이 입맛에 잘 맞지 않는다. 정말 아이의 입맛에 딱 맞게 구워낸 쿠키와 머랭을 아이가 먹으면서 문과계열 공부를 잘 마쳤다.


아몬드 가루로 만든 쿠키, 머랭


아몬드 쿠키와 커피, 아이는 커피 대신에 보리차를 마셨다.


나와 아이는 내일 시험 보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아몬드 쿠키를 먹었다. 나는 커피를 마시고 아이는 보리차를 마셨다.

아이는 아빠가 열심히 만들어 놓은 쿠키를 먹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암기과목을 공부하는데 다시 힘을 내었다.

퇴근이 늦는 아이 아빠는 자신이 없는 시간에 나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싶어서 쉬는 주말에 부지런히 쿠키와 머랭을 구워내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이는 쿠키를 먹으면서 다시 기운을 내었다.

나는 아이에게 삶에서 공부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공부하기 힘든 과목을 참고 집중하면서 공부하는 이 시간과 과정이 살아갈 때 힘든 순간을 견뎌내는 힘을 가지게 해 줄 수도 있다고 말을 해 주었다.

그리고 아빠가 시험공부로 힘든 우리 딸을 생각해서 미리 쿠키와 머랭을 구워놓듯이 엄마 아빠는 우리 딸 옆에서 늘 우리 딸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될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꼭 안아주었다.





대표 이미지 출처

© nastya_geppphotography, 출처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그 기억이 아이에게 위로를 주는 힘이 되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