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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ul 25. 2021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이 소중하기에

© Myriams-Fotosphotography, 출처 pixabay


나의 엄마는 워킹맘이었다. 그 시절에는 워킹맘으로 살아가기가 지금보다도 더 힘든 시절이었을 텐데 내 엄마는 멋지게 그 일을 잘 해내었다. 내 엄마는 시간이 날 때마다 서재에서 책을 읽었다. 내 어린 시절 엄마의 모습은 늦은 시간에 퇴근하고 오는 모습과 서재에서 책을 읽는 모습 두 가지로 기억이 된다.



나는 어린 시절에 일하는 엄마가 집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한동네 사는 아이들과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동네 골목길에 들어서면 대문이 열려있는 안쪽으로 친구들의 엄마가 보였다. 친구들이 제각각 "엄마!"라고 소리 지르면서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엄마 대신 살림을 하는 분이 나를 맞이했지만 엄마의 빈자리는 항상 내 마음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



나는 결혼 후 지속적인 맞벌이를 하였다. 하루빨리 기반을 잡고 싶어서 맞벌이를 하는 것도 있었지만 늘 사회에서 본인의 이름으로 살아온 엄마를 보고 자라서인지 나도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로 인해 출퇴근이 힘들어져서 재택근무를 오랜 시간 하게 되었을 때는 어떤 섬에 갇혀서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일하는 느낌이 들었다. 신랑이 출근하고 나는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회사일과 아이돌 보는 일을 병행하면서 아마도 마음도 몸도 힘들어진 것 같다.



그 시간이 힘든 줄만 알았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아이의 어린 시절을 함께해 준 것이다. 비록 회사일을 하느라 온전하게 아이의 시간에 다 참여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재택근무였기에 아이를 많이 안아줄 수 있었다.

공간적인 분리 없이 아이와 한 공간에서 시간을 공유한 것이 어쩌면 내가 어린 시절 엄마의 모습을 마음으로 기억하듯이 아이도 나를 기억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을 하고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되었을 때 나는 리본아트와 피오피 그리고 냅킨아트를 배워서 강사 자격증을 따고 중학교 방과 후 수업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을 벗어나는 시기여서 나는 나의 부재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이는 내가 "중학생 언니들에게 수업 가는 것"을 싫어하였다.



아이가 싫어해서 하는 수없이 나는 평일 수업은 제외하고 토요일 수업만 하였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 있으면서도 나의 부재를 슬퍼했다. 결국 나는 2년 만에 그 일도 그만두게 되었다.



내 엄마는 나와 동생이 엄마가 집에 있기를 바랐지만 본인의 선택으로 열심히 사회에서 일을 하였고 나는 나의 의지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선택한 것이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쁜 것은 없다. 다만 각자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이 소중하기에 삶의 목표를 어디에 두었는지에 따라서 선택을 하고 그 길을 가면 된다.



나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선택했지만 내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나는 많은 꿈을 꾸고 내 엄마가 그러하였듯이 항상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한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기에 어쩌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봐주고 공부를 돌봐주는데 시간을 더 많이 분배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체력이 약한 내가 일을 하면서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고 공부를 도와주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온전히 내 시간을 아이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을 분배하여 사용을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또한 미래를 준비하는 공부도 하면서 한 아이의 엄마 모습과 내 모습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항상 자신의 발전을 위해 퇴근하고 와서도 늦은 시간까지 서재에서 공부를 하였던 내 엄마의 모습은 나에게 어떤 가르침을 준 것 같다. 나는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할 때나 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그리고 마음의 위안이 필요할 때도 항상 책 속에서 찾으려고 한다.


© lil_foot_photography, 출처 pixabay


나의 엄마가 항상 책을 읽으면서 본인의 삶의 여정을 꿋꿋이 그리고 잘 지나오는 모습을 내게 보여주었듯이 나 역시 내 아이에게 그런 엄마로 기억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내가 선택한 길은 그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한 선택이라는 것, 나는 그렇게 내 길을 가고 싶다.



지금 중학생인 아이가 얼마 전 "엄마, 나 때문에 학교에서 수업하는 일을 그만두어서 속상했었겠어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내 삶의 여정에서 조금 더 소중했기에 그건 내가 좋아서 그 길을 간 것이라고 나는 내 아이에게 말을 해 주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이 소중하기에 그 인생길의 선택에서 항상 "나 자신이 먼저였다"라고 말을 하였다.



나는 내 아이도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행복하게 자신을 위한 길을 가기를 바란다


내 엄마가 당당하게 그 길을 갔었고 내가 그러하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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