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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Aug 02. 2021

주말 오후에 아이와 함께 외출

© jarmolukphotography, 출처 pixabay

지난 토요일 그동안 우리 가족의 충실한 교통수단이 되어주던 붕붕이를 떠나보냈다. 그 붕붕이는 지금 중학생인 아이가 3살 꼬마 아가씨 시절부터 타던 자동차이다.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을 떠날 때도 그 붕붕이와 함께 했었다. 조금은 긴 해외여행을 다닐 때도 그 붕붕이는 인천 국제공항에서 우리 가족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항상 기다려주었다. 



기계인 자동차와 정이 든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나는 긴 시간 동안 우리 가족과 함께해 준 붕붕이와 정이 듬뿍 들어서 그 자동차를 보내는 것이 못내 섭섭했다. 긴 세월 동안 교통사고도 의도하지 않게 여러 번 있었지만 항상 붕붕이가 크게 다치고 우리 가족은 괜찮았다. 붕붕이는 자신의 몸을 망가트리면서까지 우리 가족을 지켜내 준 것만 같았다.



미래 시대에 인간과 닮은 로봇이 나온다면 로봇은 감정이 없어서 나와 정이 들지 않겠지만 인간인 나는 그 로봇에게 마음을 듬뿍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우리 집 붕붕이를 떠나보내면서 하였다. 떠나보내기 전 우리 집 붕붕이를 새차하고 사진을 찍어주면서 새로운 가족을 만나서 잘 지내기를 빌어주었다.



새로운 자동차를 토요일에 받은 신랑은 너무 기뻐했다. 자동차의 내부는 떠나보낸 붕붕이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현대 과학 기술의 집약체가 자동차인 듯 뽐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신랑이 나와 아이를 새 차에 시승식을 해주고 싶어 해서 주말에 여러 번 가까운 곳을 외출을 하였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차와 인사를 나누었다.


"앞으로 우리 가족을 잘 부탁한다, 사고 없이 잘 다니게 해 줘"라고 그 차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새로운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기분이 좋은 신랑에게 나는 " 자기야 다음번 자동차는 자기가 늘 가지고 싶어 하는 외제차를 사줄게요, 남자들은 가지고 싶어 하는 자동차를 꼭 한 번은 사서 타보고 싶어 한다며..."라고 말을 하였다. 신랑은 지금의 자동차로도 너무 좋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일요일에 집 주변을 드라이브하고 아이가 필요한 노트와 문구류를 구입하기 위해 쇼핑을 다녀왔다. 오랜만의 외출이어서 아이는 매우 기분 좋아했다. 나는 평상시의 삶은 절약하면서 간소하게 살지만 가족들을 위한 추억을 만드는 여행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의 시대에는 6개월에 한 번씩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여행기념으로 그 나라에서 노트와 문구류를 구입을 해 아이는 한 학기 동안 잘 사용하곤 하였다. 우리 가족은 여행지에서 서점에도 들러서 책을 읽고 구입을 하지만 문구류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서 문구류를 파는 곳을 알아보고 그곳에 가서 아이만을 위한 쇼핑을 반드시 하게 해 준다.



아이는 한 학기 동안 사용할 문구류를 늘 여행을 떠났을 때 구입해 왔는데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서 여행을 다니지 못해서 기존에 사용하던 것이 거의 바닥을 보인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한 이유로 아이를 위한 쇼핑을 자동차 시승식을 핑계로 하였다.


© Wokandapixphotography, 출처 pixabay

아이의 쇼핑은 정말 즐거워 보였다. 노트류와 필기류 그리고 스티커류 등등을 많은 고민 끝에  담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웠다.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제한된 금액을 이야기해 주었고 그 경비는 여름휴가비용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번 여름휴가는 동생과 친정 부모님께서 새롭게 자리를 잡은 동해로 잠깐 다녀올 예정이어서 큰돈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생활비에서 지출하는 것보다는 여름 휴가비에서 지출하는 것이 내 마음에도 편안했다.


아이와 함께 고른 스티커류

아이는 다이어리를 비롯해서 노트류와 필기류와 스티커 등을 원하는 만큼 담았다.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스티커 2장을 담았다. 아이에게 엄마가 담은 스티커는 담지 말고 함께 사용하자고 말을 하였다. 나는 많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았고 아이가 구입하는 것과 중복되면 아까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와 나는 스티커를 고르면서 조금은 길게 머물렀던 런던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pstephphotography, 출처 pixabay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지의 추억은 마치 어떤 추억상자에 담겨있는 선물 같다.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꺼내어 볼 수 있는 여행지의 추억을 아이와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아이와 스티커를 고르면서 왠지 학창 시절 친구들과 스티커를 고르면서 수다를 떨었던 그 순간도 함께 생각이 났다. 아이는 나와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눌 만큼 그렇게 훌쩍 커버렸다.



아이와 문구류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우리 가족은 늦은 저녁을 먹었다. 다행히 냉장고에는 토요일에 먹고 남은 삼계탕이 있었다. 닭 한 마리 반이 남아 있어서 우리 가족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오랜만의 외출이어서 외식을 할 수도 있었지만 코로나가 급속히 번지고 있어서 무서운 생각도 들었고 집의 냉장고 안에 남아있는 삼계탕도 생각이 났다. 나는 얼른 삼계탕을 데우고 상추 겉절이를 만들어서 동생이 보내준 김장김치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평범한 주말을 보냈지만 내 가족의 오랜 친구였던 붕붕이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친구를 맞이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나름 역사적인 주말이었다. 그리고 여름방학을 하고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의 첫 외출이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소소하지만 행복한 주말 일상을 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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