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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Aug 07. 2021

아이와 함께한 일상

아이가 찍은 하늘 사진

조금 이른 시간에 잠이 깬 나는 거실로 나와서 창문을 열었다. 하늘은 아침부터 예쁜 파란색을 보였다. 파란색 물감을 칠해놓은 듯한 하늘과 하얀 구름이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약간 더운 바람이 싫지 않았다. 아파트에 조경으로 나무를 많이 심어 놓고 인공으로 작은 개울을 만들어 놓아서인지 계절별로 여러 가지 소리가 난다. 풀벌레 소리도 나는 것 같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매미 소리 비슷한 것도 들리는 것 같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내 마음을 더 행복하게 해 주었다. 마치 노래하듯이 새들이 지저귈 때가 더 많지만 가끔 새들이 싸우는듯한 소리도 들려서 아이가 호들갑을 떨면서 나를 부른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인지 새들이 조금 크게 지저귀는 소리도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되는 것 같다.

초저녁 잠이 많았던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이상하게 늦은 시간에 잠을 자려고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는 밤 11시가 되면 졸려서 눈이 감겼는데 올해는 밤 12시를 거뜬히 넘기면서 논다. 요즘 아이의 최대 놀이는 며칠 전에 구입해온 문구류로 이것저것 꾸미는 일이다.

어제도 늦게 잠든 아이는 아침에 잘 일어나지 않으려고 하였다. 더 잠을 자려고 하는 아이를 설득해서 함께 청소를 시작했다. 내가 청소기를 돌리고 아이가 따라다니면서 대걸레질을 하였다. 나와 팔씨름을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이긴 아이는 나보다 대걸레질을 훨씬 잘한다. 온 집안을 윤이 나게 닦아놓은 아이는 만족스러운지 환하게 웃었다.

나와 아이는 밖의 풍경이 보이는 쪽으로 앉았다. 나는 거실 중앙에 식탁과 책상을 이어 붙여 놓고 사용을 한다. 거실의 두 벽면이 유리창으로 되어있다. 나는 밖의 풍경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가구 배치를 그렇게 하였다. 날씨가 별로인 날은 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내리는 빗줄기에 왠지 마음도 우울해져서 커튼을 쳐버리는데 오늘 같이 맑고 화사한 날은 마음이 좋아져서 창밖 구경을 기분 좋게 한다. 아이는 하늘이 이쁘다고 창밖의 풍경을 연신 찍어대었다.


© congerdesignphotography, 출처 pixabay

나와 아이는 파란 하늘을 보면서 허브티를 마셨다. 나는 베란다에 바질과 민트류 그리고 로즈메리를 키우고 있다.

아이는 베란다에서 허브를 직접 수확해오는 것을 좋아한다. 바로 딴 허브로 차를 우려내서 마시면 거실에 은은하게 허브향이 채워져서 기분을 더 상쾌하게 해 준다.


베란다의 민트, 바질, 로즈메리

아이와 나누는 수다는 하루의 시작을 기분 좋게 해 준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는 마음에는 아직 "어린이"를 품고 있다. 아이는 마음의 널뛰기를 하고 있지만 차를 마시는 그 느낌이 편안해서인지 조잘조잘 자신 주변에 관한 이야기들을 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아이의 마음이 어떠한지 살핀다. 아이의 밝은 웃음에 나도 함께 미소를 짓게 된다.

나는 아이의 여름방학이 한 달 정도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아이가 2주 정도 남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어서 그런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지냈나 보다.


아이와 종일 함께해서 투닥거리는 일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함께여서 심심하지 않고 즐거웠는데 왠지 아이의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나는 아이에게 "가정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9월에 학교를 가면 어떠하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정말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아이에게

"우리 딸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하니까 더운 날이 조금 지난 9월에 학교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그러지."라고 말을 했더니

"엄마! 내가 아무리 아침에 늦잠 자는 것을 좋아해도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나 혼자서 9월에 학교에 가요?"

라고 아이가 말을 하면서 크게 소리 내어서 웃었다. 아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엉뚱한 엄마인가 보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는데 아이가 거의 정색을 하면서 학교에 가겠다고 해서 나는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시험 기간에는 지극히 이과형 스타일인 아이가 암기과목 공부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 아이의 마음을 달래면서 공부하느라 나와 아이 둘 다 힘들었다. 하지만 시험이 없는 방학은 아이와 즐겁게 공부하고 여유 있게 파란 하늘을 보면서 허브차를 마실 수 있어서 참 좋다.

아이의 삶의 여정이

오늘처럼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으로 가득 차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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