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른 시간에 잠이 깬 나는 거실로 나와서 창문을 열었다. 하늘은 아침부터 예쁜 파란색을 보였다. 파란색 물감을 칠해놓은 듯한 하늘과 하얀 구름이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약간 더운 바람이 싫지 않았다. 아파트에 조경으로 나무를 많이 심어 놓고 인공으로 작은 개울을 만들어 놓아서인지 계절별로 여러 가지 소리가 난다. 풀벌레 소리도 나는 것 같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매미 소리 비슷한 것도 들리는 것 같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내 마음을 더 행복하게 해 주었다. 마치 노래하듯이 새들이 지저귈 때가 더 많지만 가끔 새들이 싸우는듯한 소리도 들려서 아이가 호들갑을 떨면서 나를 부른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인지 새들이 조금 크게 지저귀는 소리도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되는 것 같다.
초저녁 잠이 많았던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이상하게 늦은 시간에 잠을 자려고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는 밤 11시가 되면 졸려서 눈이 감겼는데 올해는 밤 12시를 거뜬히 넘기면서 논다. 요즘 아이의 최대 놀이는 며칠 전에 구입해온 문구류로 이것저것 꾸미는 일이다.
어제도 늦게 잠든 아이는 아침에 잘 일어나지 않으려고 하였다. 더 잠을 자려고 하는 아이를 설득해서 함께 청소를 시작했다. 내가 청소기를 돌리고 아이가 따라다니면서 대걸레질을 하였다. 나와 팔씨름을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이긴 아이는 나보다 대걸레질을 훨씬 잘한다. 온 집안을 윤이 나게 닦아놓은 아이는 만족스러운지 환하게 웃었다.
나와 아이는 밖의 풍경이 보이는 쪽으로 앉았다. 나는 거실 중앙에 식탁과 책상을 이어 붙여 놓고 사용을 한다. 거실의 두 벽면이 유리창으로 되어있다. 나는 밖의 풍경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가구 배치를 그렇게 하였다. 날씨가 별로인 날은 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내리는 빗줄기에 왠지 마음도 우울해져서 커튼을 쳐버리는데 오늘 같이 맑고 화사한 날은 마음이 좋아져서 창밖 구경을 기분 좋게 한다. 아이는 하늘이 이쁘다고 창밖의 풍경을 연신 찍어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