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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Aug 09. 2021

절약 생활에도 소비 이벤트가 필요한 이유

나는 평상시의 삶은 간소한 삶을 추구한다. 3인 가족의 한 달 생활비(식비+생필품)를 25만 원~45만 원 정도 사용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아이가 성장기여서 식비를 아끼지 않았고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었다. 코로나가 작년에 발생하고 외식도 못하게 되면서 배달식을 안 하고 집밥을 하면서 생활비를 계속 줄여나간 결과이다.



코로나 이전에 삶에서도 아이를 위해 식비 지출은 있었지만 총생활비에서 다른 품목을 아꼈었다. 나는 무조건 아끼는 삶보다는 "나에게 맞는 선택적인 절약"이 절약 생활을 더 지속하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해서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소비를 최소화한다. 그렇게 절약을 하지만 가끔 나도 모르게 엉뚱한 부분에서 소비가 폭발할 때도 있다. 그렇게 소비를 하고 나면 마음도 좋지 않고 왠지 실패한 느낌이 들어서 다시 절약 생활하는 것에 한동안 동참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일 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 휴가 때는 마음껏 소비하는 것이다. 아주 마음껏은 아니고 휴가비용 적금이 만기 되면 그 금액 안에서 마음껏 소비하는 것이다.


© StockSnapphotography, 출처 pixabay

나는 여름과 겨울 휴가에 맞추어서 적금이 만기 되도록 해마다 정기적금을 개설한다. 어느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지에 따라서 여행적금의 총금액과 한 달 납입금액이 정해진다. 이번 여름휴가비용으로는 한 달에 10만 원씩 납입해서 12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 만기 되었고 50만 원을 주식투자에 사용하고 70만 원으로 마음껏 소비를 하고 있다.


내 기준으로는 마음껏이지만 평소에 절약 생활이 습관이 되어서 인지 휴가비로 정해진 금액 안에서 소비가 초과되지는 않는다.


코로나 이전의 시대에는 주로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평일에 항상 퇴근이 늦는 신랑에게 휴가 때만이라도 회사의 연락을 받을 수 없는 온전한 쉼이 필요했고 그것이 해외여행이었다. 어느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지 또는 그곳에서 어떻게 지낼 것인지에 따라서 여행적금의 기간과 액수가 정해진다. 여행을 위한 적금이 만기 된 금액 안에서 마음껏 소비를 하였다. 여행지에서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런던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갔다.

뮤지컬로 유명한 런던에서는 아이와 함께 뮤지컬 공연을 보았다. 아이는 런던으로 여행을 너무 가고 싶어 했고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5월에 조금은 긴 여행을 다녀왔다. 5월 내내 런던과 프라하 두 곳에 여유 있게 머무르면서 아이가 하고 싶어 하던 것을 런던에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프라하에서 다 하고 왔다. 평소에 아껴서 생활하느라 잘하지 않는 소비를 휴가 때 여행지에서 마음껏 하고 오는 것이다.



작년부터는 코로나로 인해서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한다. 여동생과 친정 부모님이 계시는 동해에 잠시 다녀오고 집에서 마음껏 소비를 하고 있다. 평소 외식이나 배달식을 하지 않지만 휴가 때는 그동안 사 먹고 싶었던 곳에서 음식을 포장해 와서 집에서 오붓하게 먹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나와 아이를 위해 늘 주방에서 요리하느라 바쁜 신랑에게도 휴가 때는 되도록이면 주방에서 자유를 주고 싶다. 나는 "휴가는 가족 모두가 다 함께 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가족 모두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쉼"이다.



하지만 나와 아이가 잘 먹는 요리를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신랑은 휴가 첫날에도 늦은 점심으로 냉동 해물이 들어간 짬뽕을 만들었다. 저녁에는 아이가 너무 먹고 싶어 하는 사골곰탕과 소고기 수육을 잘하는 곳에서 구입해 포장을 해왔지만 신랑은 아이의 간식과 다음날 우리 가족의 브런치를 위해 바게트를 구웠다.


신랑이 두 번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직접 구운 바게트
신랑이 요리한 냉동 해물을 넣은 짬뽕과 외부에서 포장해온 사골곰탕

신랑은 나와 아이가 본인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서 너무 행복해한다. 나는 신랑이 행복을 느끼는 부분을 인정해 주고 신랑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하루에 한 끼는 신랑에게 주방에서 자유로움을 가지게 하고 싶다. 그 시간에 신랑은 좋아하는 스포츠를 하고 왔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사골곰탕과 소고기 수육을 신랑이 포장해 왔다. 나는 하루에 한 끼라도 집에서 만들기 어렵지만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외부에서 구입해 오는 것을 성공했다.


휴가 두 번째 날인 오늘은 쇼핑을 하고 아이가 광어회가 먹고 싶다고 해서 광어회를 포장해 올 예정이다.



나는 휴가 때 만기 된 적금 안에서 마음껏 소비를 하면 평소에 절약 생활을 할 때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내가 평소에 절약 생활을 해도 마음이 힘들지 않게 되는 이유는 휴가 때 "소비의 자유로움을 가질 수 있다"라고 보상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할 때도 한 번씩 휴식시간을 크게 가져 마음껏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푹 쉬어야 다시 공부를 시작할 때 집중을 잘할 수 있는 것처럼 평소에 절약 생활을 할 때에도 정해진 기간에 한 번씩 소비를 자유롭게 해야 다시 일상에 돌아왔을 때 절약하는 것을 새롭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절약 생활에도 소비 이벤트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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