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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Sep 03. 2021

여행이 떠나고 싶은 그런 날

© veerasantinithiphotography, 출처 pixabay

오늘은 금요일이다. 금요일은 회사를 다니지 않고 코로나 시대에 집에만 머무르고 있는 나에게도 왠지 설레는 요일이다. 주말이 이어지는 날이기도 하고 오늘처럼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보이고 열어놓은 창문으로는 비교적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여행 에세이 한 권을 들고 소파에 앉아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준비할 때가 더 마음이 설렌다. 여행 갈 나라와 도시를 선정하고 비행기 표와 호텔을 예약한 후 기다리는 그 시간이 마음을 좋게 한다. 먼지가 묻은 여행 가방을 꺼내서 물걸레로 닦아 거실 한쪽에 펼쳐놓고 여행 가서 입을 옷을 아이와 함께 선정해 패션쇼를 진행한다. 아이는 내 옷을 봐주고 나는 아이 옷을 봐주면서 한동안 "호호,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가 거실 안을 채운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나와 아이는 여행 가방에 생각나는 옷과 소지품을 챙기고 여행지에서 읽을 책 두 권을 골라서 넣는다. 막상 다 챙겨놓고 나면 별다를 것 없는 여행 준비물이지만 이상하게 옷 한 벌을 골라도 아이와 나는 한참 걸리고 그 과정이 내내 즐겁다. 여행지에서 쓸 모자와 액세서리까지 고르려면 나와 아이에게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정말 필요하다. 신랑은 나와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빙그레 웃음으로 대신한다.



내 아이는 키가 훌쩍 커서 내 옷을 함께 입을 때도 있다. 짧은 가디건이나 조금 귀여운 원피스를 가져가 입으려고 하는 아이가 나는 매우 귀엽다. 아이는 외동이어서 그런지 마치 자신이 내 동생이고 내가 언니인 것처럼 행동할 때가 많다.



아이와 내가 옷과 액세서리로 티격태격할 때 가끔 내 학창 시절 동생과 다투던 추억이 생각나서 미소가 지어진다. 중학생인 내 동생은 교복을 입지 않았고 고등학생인 나는 교복을 입어서 내가 먼저 학교에 가면 동생은 내 옷을 입고 등교를 했다가 내가 하교하기 전에 수업을 먼저 마친 동생이 집에 와서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내 옷을 벗어 놓은 적이 많았다. 그러다가 조금 일찍 집에 온 나에게 딱 걸린 날은 "별들의 전쟁"을 치르곤 했다. 지금은 둘도 없이 사이좋은 자매인데 왜 사춘기 때는 그렇게 아옹다옹했는지 모르겠다. 내 아이 덕분에 가끔 나는 이렇게 추억여행을 하곤 한다.


© fietzfotosphotography, 출처 pixabay


한참 사춘기인 내 아이는 한국에서는 귀엽거나 로맨틱한 원피스를 입지 않지만 여행지에서는 일탈을 꿈꾸며 큰 챙 모자에 귀여운 원피스를 입고 거리를 걸어 다닌다. 아마도 내가 그렇게 하고 다녀서 따라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막상 신랑이 파파라치 컷처럼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을 보면 캐주얼하게 입은 아이보다 내 사진이 더 예쁘게 보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와 아이를 위해 두세 장만 정면 컷을 찍고 내 신랑은 나와 아이가 자유롭게 다니는 것을 그대로 두고 대부분 파파라치 컷을 찍는다. 가끔 너무 사진이 잘 나와서 마치 할리우드 배우처럼 보인다고 내가 신랑을 칭찬해 줄 때도 있다. 옆모습과 뒷모습이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 가끔 나와 아이는 원피스를 세트로 입고 다녔다. 자매들이 동일한 옷을 입고 다니는 것처럼 그런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은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행지에서의 일탈은 설레는 마음을 주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행복한 추억 선물이 된다. 은행에 예금을 해 놓고 힘들 때 돈을 인출해 사용을 하듯이 일상을 살면서 고단할 때 추억을 되새기면서 행복한 기분을 다시 갖는 것이다.



오늘은 왠지 그렇게 여행이 떠나고 싶은 날이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내 마음을 흔들고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여행지에서 느꼈던 그 햇살을 가져오며


아이와 브런치 하면서 나누었던 여행지의 추억이


계속 내 마음을 맴도는


반드시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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