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우산 없이 걸으면 내 몸에 빗방울이 스며드는 느낌이 좋았다. 속눈썹에 빗방울이 닿으면 내가 보는 풍경들이 약간의 블러 처리가 된 듯이 보여서 재미있고 같은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점이 좋았다. 나는 동일한 사물을 다양한 시선으로 보는 것을 좋아한다. 같은 그림도 정면에서 볼 때와 옆에서 볼 때 또는 앉아서 볼 때 그 느낌이 다르다. 어쩌면 나는 세상의 모든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비 내리는 날 비와 함께 즐기고 나면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일주일씩 아프곤 했다. 가족은 내가 우산을 준비해 가지 않아서 비를 맞고 아픈 줄 알았지만 내 친구는 나의 본모습을 알기에 나를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하였던 기억이 난다.
청춘시절에만 할 수 있었던, 후일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행복감을 가졌던 청춘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