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을 떠난 나는 운이 좋았는지 나와 여행 경로가 비슷한 청춘들을 여행지에서 자주 만나게 되었고 우연히 그들과 어울리면서 나의 안전을 보장받은 것 같다. 그들은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나처럼 방학 때 여행을 떠나온 것이었다. 영어보다 독일어로 구사하는 것이 더 편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그 아이들과 친해졌다. 그들도 각자 혼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렇게 여행 경로가 겹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아끼지 않았던 마음 따뜻한 청춘이었다.
그들 덕분에 나는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의 밤거리를 안전하게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나는 분명 혼자 밤 산책을 나가면 먼저 나가서 놀던 그들과 우연히 마주치고 내 이름을 반갑게 부르는 그 그룹으로 들어가 함께 어울렸다.
늦은 시간의 구시가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청춘들은 있었다. 아무렇게나 계단이나 바닥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청춘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해서 어두운 밤거리에 노란 가스등이 내리쬐는 거리를 걸어 다녔다. 작은 골목길을 좋아하는 나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어느 중세 시대로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길을 즐거워하며 걸어갔고 나의 안전을 걱정한 친구들이 이내 나를 따라왔다. (그때는 그들이 나를 걱정하는 것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다. 나는 워낙에 눈치가 없는 스타일이다.)
피렌체에서 나는 보석상점이 즐비했던 베키오 다리를 늦은 시간에 걸어 다녔다. 밤하늘은 캄캄했고 별들은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거리의 악사는 쉬지 않고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그 바이올린의 선율이 어두운 밤거리로 실크 커튼을 내리는 듯이 비추는 가스등과 조율되어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아르노 강에서 불어오는 기분이 좋은 선선한 바람과 아름다운 바이올린 연주 그리고 몽환적인 가스등 불빛은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났던 그 로맨틱한 시점인 어느 중세의 피렌체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청춘시절에 자유로웠던 나의 여행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소중히 담겨있다가 오늘처럼 밤늦은 시간에 그 순간과 닮은 바람이 불어오면 슬며시 그 시절의 추억과 마음이 드러난다. 그러면서 이내 내 마음은 설레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