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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Oct 01. 2021

오늘 내가 본 햇살처럼

하교한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하였는데 그 목적지는 병원이었다. 아이의 독감백신 접종을 위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아이 먼저 접종을 하였다. 겁이 많은 나는 주사를 무서워해서 항상 아이 먼저 주사를 맞는다. 3주 전에 이미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한 나는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2주 후에 2차 접종이 예약되어 있어도 독감백신 접종을 맞아도 괜찮다고 해서 나도 접종을 받았다. 주사 맞는 것이 싫은 나는 어쩌면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후 몇 주 후에 독감백신 접종을 맞으세요"라는 말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독감 예방접종을 하면 감기몸살을 앓는 것처럼 아프다. 이번 주말에는 아마도 신랑이 만들어 주는 요리를 먹으면서 요양을 하게 될 것 같다. 작년에 독감백신이 모자라서 접종하는 데 고생을 한 나는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후 천천히 맞을까 고민하다가 오늘 독감백신 주사를 맞았다. 지금 목이 컬컬한 느낌이 들어서 괜히 맞았나 조금은 후회가 된다.

나는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한 지 3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두통이 남아있다. 다른 후유증은 없어졌는데 두통이 여전해서 아직도 타이레놀을 복용 중에 있다. 그래서 더 독감백신 접종을 미루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병원을 다녀오는 외출이었지만 오랜만에 밖의 공기는 기분이 좋았다. 가을 햇살과 바람이 나의 마음을 흔들면서 기분 좋게 하였다. 초록이들은 연신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고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실크 커튼이 내려오는 것처럼 하늘거려서 가을의 풍경을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초록 잎들이 여러 가지 색의 단풍이 들고 그러다가 이내 겨울이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을 많이 느끼고 누려야 하는데 시간의 흐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오늘 중간고사를 마친 아이는 다시 한 달 후에 기말고사를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중학교 3학년은 고등학교 입시가 있어서 인지 2학기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치르는 기간도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아이는 시험이 끝난 것을 즐길 사이도 없이 다시 기말고사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옆에서 재잘거린다.

아이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가을 햇살이 아름답게 조율되어 내 마음에 담긴다. 지금 아이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아이가 성장해야 하지만 너무 빨리 크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많이 내 눈에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데 시간의 흐름이 정말 빠르다. 아이가 꼬마였을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제 몇 달 안 있으면 고등학생이 된다고 하니 기특하면서도 시간이 쏜살같이 빨리 간 것 같아서 이상하다.

나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가 태어난 지 3개월 때부터 5살이 될 때까지 아이를 낮시간 동안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돌봤다. 아이를 돌보지 않고 출근하는 신랑이 부러웠다. 나는 놀아달라고 하는 아이를 내 품에 안고 컴퓨터 앞에서 웹디자인 작업을 하였다. 한참 엄마만 바라보는 아이는 일을 하는 엄마가 서운했고 나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주었지만 아이는 만족감이 덜했을 것 같다. 늘 일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이런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다.

아이가 5살 때 드디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나의 재택근무는 많이 수월해졌다. 하지만 아이는 오후 2시가 되면 하교하였고 다시 내 퇴근시간까지 아이와 전쟁을 치렀다. 아이는 놀이터에서 계속 놀기를 원했고 나는 아이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혼자 놀게 하지 못하고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야만 해서 우리의 다툼은 길어졌다.

내 손길이 항상 필요했던 꼬마 아이는 자라서


몇 달 후 고등학생이 된다


​꼬마 아이의 해맑은 미소가

아이의 삶에 언제까지나 지속되기를


오늘 내가 본 싱그러운 초록이들과 아름다운 햇살처럼

아이가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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