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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Oct 03. 2021

오늘처럼 행복한 느낌을 가진다면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으로 차갑지만 기분 좋은 바람이 들어오고 있다. 신랑과 아이는 식탁에서 고등학교 수학 공부를 하고 있고 나는 식탁 옆에 있는 책상에서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밖의 풍경을 즐기고 싶어서 식탁을 거실 중앙에 두었고 식탁 옆에 책상을 두었다.



평소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책을 주로 읽는 나와 내 가족은 아주 큰 책상이 필요했고 새로운 가구를 구입할까 고민했지만 안방에 있었던 내 책상을 거실로 꺼내어 식탁 옆에 두었다. 인테리어로 볼 때는 어울리지 않지만 편리성을 추구하였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내 삶에 적용하면서 되도록이면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지 않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물건을 활용하고 있다. 많은 것을 비워내면서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에 생각이 들었고 나는 버리게 될 물건을 처음부터 구입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학생인 내 아이는 온라인 수업을 할 때도 거실에서 수업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거실 두 벽이 통창으로 되어있고 밖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서 집에 있는 느낌보다는 카페에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오래 머무르는 공간이 거실 식탁과 책상이기도 하다.


© Andrea Piacquadiophotography, 출처 pexels

아이는 제 중간고사를 마쳤지만 바로 기말고사 공부에 들어갔다. 중학교 3학년인 아이는 아빠가 쉬는 주말에 고등학교 수학 선행을 한다. 작년에 코로나가 발생하였고 아이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수학과 물리는 아이 아빠가 아이를 도와주고 그 이외의 과목은 내가 아이를 도와주고 있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빠와 토론을 하면서 수학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학창 시절부터 수학과 물리를 좋아하는 신랑은 아이가 자신을 닮아서 수학과 물리를 좋아하는 것이 내심 기분 좋은 듯 보인다.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상하게 설명하는 아이 아빠와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조율되어 마치 아름다운 멜로디처럼 거실 안을 행복감으로 채워준다.



신랑은 아이가 수학 문제를 푸는 시간일 때는 부지런히 쿠키 반죽을 해서 버터 쿠키를 구워낸다. 지금 거실 안에는 고소한 버터쿠키의 냄새가 가득 차 있어서 분명 저녁을 먹어서 배가 부른데도 바로 구워 나온 쿠기에 자꾸 손이 가게 된다.


신랑이 구워낸 버터 쿠키

아이는 수학 문제를 풀면서 쿠키를 먹고 있다. 어쩌면 어려운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풀고 있지만 아이는 아빠가 정성껏 구워준 맛이 좋은 쿠키를 먹고 있어서 인지 아니면 아빠와 즐겁게 수학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좋아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지극히 이과형인 아이는 나와 암기과목을 공부할 때는 조금은 힘들어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할 때는 많이도 행복해 보인다. 나는 문득 "그래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이가 지금처럼 즐겁게 공부를 하면 좋겠다


즐거운 마음이 있어야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항상 공부가 재미있을 수는 없지만


오늘처럼 행복한 느낌을 가진다면



아이는 그 마음의 힘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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