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라하의 별 Oct 04. 2021

아이의 시간에 맞추어 함께 걸어가는

© Giftpundits.comphotography, 출처 pexels

나와 신랑은 늦잠을 자고 아이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 본인이 좋아하는 과학 책을 영어 원서로 읽으면서 공부하고 있었다. 당장 중학교 과정에 필요한 책이 아니지만 나는 아이가 주말 아침에 자신의 자유시간을 누리는 것을 인정해 준다. 아이는 관심분야의 책을 영어 원서로 읽고 그 책의 수록된 문제를 책의 내용을 참조해서 에세이로 기록한다.



자신만의 문장으로 글을 쓰고 난 후에 아이는 다시 읽으면서 빨간색 펜으로 교정을 한다. 아이는 여러 번 읽고 교정하면서 에세이가 완성이 되면 워드를 쳐서 프린트를 해서 L자 파일에 따로 보관을 해 둔다. 얼마 전까지는 내가 교정을 일부 도와주었으나 거의 틀리는 것이 없어서 이제는 아이에게 맡기는 편이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이과형 스타일인 아이는 대학교를 공대 계열로 진학하고 싶어 해서 본인 스스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아이에게는 힐링을 주는 시간이어서 중학교 기말고사와 상관없는 공부지만 나는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 준다.



6개월 무렵부터 영어에 노출된 아이는 자라면서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를 하였다. 나는 아이에게 동일한 상황을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 가면서 늘 이야기를 하였다. 아이가 말문이 트일 때 영어와 한국어가 비슷한 시기에 나와서 나는 기뻤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영어가 아이에게 더 쉬운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다섯 살 때도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과 마음을 한국어보다 영어로 더 정확하게 표현을 하였다. 어떤 친구가 내 아이가 블록을 만들어 놓은 것을 부수어 버린 적이 있어서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고 많이 속상해했다고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하원 할 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아이에게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물으면서 기분이 어떠하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한국어로 "너무 슬펐어"라고 말했는데 영어로는 " I felt like window's glasses broke and hit my heart."라고 표현을 하였다. 내 아이는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였지만 표현력은 영어가 더 자유로웠던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이는 영어로 자신의 감정이 들어간 에세이를 쓸 수 있었는데 한국어로는 받아쓰기하는 것을 힘들어할 만큼 두 언어의 편차가 나서 나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학습부진이 염려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 후 나는 아이에게 겨울방학 때 천권의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와 함께 한글도 영어처럼 꾸준히 그리고 한 단계씩 공부해 나갔다.



나는 한국 사람은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구사하고 읽고 쓸 줄 알게 될 거라는 착각을 하여서 아이에게 영어에 관련된 것은 정성을 쏟았지만 한국어는 어린이집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집에서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였던 것이다. 집에서 영어로 된 책만 읽어준 것이 아니고 한국어로 된 책도 읽어주었지만 아이가 본인에게 편안한 언어는 영어여서 혼자 책을 읽을 때는 영어로 된 책을 많이 읽었다. 어떤 언어든 노출된 시간만큼 정직하게 실력이 늘어나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글 실력이 제 나이에 미치지 못한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학교 수업을 받을 때 마음고생을 하였고 나와 아이는 그 시간을 서로를 격려하면서 하루하루 꾸준히 한글 실력을 높이는 공부를 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겨울방학 때 한국어 독립 읽기 책으로 5세 아이가 독립 읽기 하기 좋은 책인 차일드 애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나는 겸허히 받아들였다. 아이의 한글 학습은 결코 한 단계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나는 철저하게 아이의 한국어 레벨에 맞추어서 아이에게 한글 지도를 하였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무렵에는 한글 실력이 많이 향상되어서 학습에 큰 문제가 없게 되었지만 사고력 수학에서 문제의 뜻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여전하였다. 아이는 그 무렵에 해리 포터를 영어 원서로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었다. 여전히 한국어와 영어의 편차는 벌어져 있었던 것이다.


© Marina Abrosimovaphotography, 출처 pexels

어떤 언어든 어느 정도 레벨이 향상되면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레벨을 계속 올려나가는 것 같다. 한글로 된 책을 많이 읽은 아이가 따로 국문법을 배우지 않아도 한글로 글을 잘 쓰고 읽고 하는 것처럼 영어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학 분야를 영어 원서로 읽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국어로 된 과학 관련 책들은 한자어가 많이 나와서 아이는 읽을 줄은 알지만 그 뜻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아무래도 본인이 읽고 이해하기 편안한 영어 원서로 된 과학 책을 더 선호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 중국어를 배운 적이 있어서 나는 아이가 한문에도 익숙할 줄 알았는데 아이의 중국어는 읽고 쓰는 분야보다 듣고 말하기 위주로 실력이 향상되었다. 그래서 아이는 한문에 익숙하지가 않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교과서에 한자어가 중학교 때보다 더 많이 나오게 될 텐데 나는 지금부터 걱정이 된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믿고 꾸준히 한문을 아이의 레벨에 맞게 노출을 시켜주려고 한다. 매일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아이에게 한문을 노출을 시킨다면 아이가 큰 부담 없이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되도록이면 다른 집 아이들의 능력을 보지 않고 내 아이만 보는 마음의 연습하고 있다. 내 아이가 잘하는 분야도 있지만 뒤떨어지는 부분이 반드시 있고 그 점이 부모에게는 크게 다가와서 염려와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다른 아이들을 볼 때 내 아이가 잘하지 못하는 것 위주로 비교하면서 보게 되면 부모의 마음은 조급해진다.


© Gustavo Fringphotography, 출처 pexels

나는 내 아이의 시간에 맞추어 가는 것이 비록 지금은 뒤처져 보일지라도 후일에는 그것이 더 아이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모든 것을 다 잘하면 너무나 좋겠지만


내가 그러하지 못했듯이


아이도 다 잘할 수 없는 것이다



부모는 그런 아이를 믿고 응원하며 기다려 주고


아이의 시간에 맞추어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처럼 행복한 느낌을 가진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