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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Nov 07. 2021

아이와 둘이서 보내는 시간

© Karolina Grabowskaphotography, 출처 pexels

아이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기말고사와 관련은 없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과학에 관한 책을 영어 원서로 읽고 있었다. 아빠는 출근하고 늦잠을 자고 있는 엄마로 인해서 아이는 본인만의 자유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거실 중앙에 있는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아이는 늦잠을 자고 거실로 나온 나와 눈이 마주쳤고 아이는 나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아침인사를 건네주었다. 별다를 것 없는 주말 아침이다.



신랑은 토요일 하루 쉬고 오늘은 회사에 일이 있어서 출근을 하였다. 어제 늦은 밤에 빵 반죽을 해놓고 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바게트를 구워놓은 신랑의 마음이 참 따뜻하다. 


신랑이 출근 준비하면서 구워놓은 바게트

나와 아이가 갓 구운 바게트를 좋아해서 신랑은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빵 반죽을 해놓고 밤새 발효를 시킨다. 출근 준비를 하기도 분주할 텐데 내가 잠에서 깰까 봐 조용히 움직이면서 바게트를 구워놓는다. 신랑이 원두를 갈아서 내려놓은 에스프레소의 향과 갓 구운 고소한 빵 냄새가 거실 안을 채우고 있었다.



아이가 배고플 것 같아서 나는 봉골레 파스타 소스가 절반 남아있는 것으로 파스타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냉장고 안에 햄도 있고 지난주에 아이와 냉동 치킨을 먹고 남은 것도 있었다. 봉골레는 조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어라고 한다. 보통 봉골레 파스타 소스는 해산물을 넣고 함께 요리하면 맛이 좋지만 냉파를 하기로 결심한 나는 아이에게 국적이 모호한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괜찮냐고 물었고 아이는 배고파서 뭐든지 다 좋다고 대답을 하였다.



요리를 잘하는 신랑은 맛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봉골레 파스타를 요리할 때 해산물을 사용한다. 하지만 가성비를 추구하는 나는 냉장고 안에 있는 햄과 냉동 치킨을 이용해서 국적이 모호한 파스타를 만든다. 다행히도 아이는 최고의 맛을 내는 아빠의 봉골레 파스타와 가성비를 추구하는 엄마의 국적이 모호한 파스타 두 가지 전부를 다 잘 먹어준다. 냉장고 안에 어떤 재료가 남아 있는지에 따라서 나의 파스타 요리는 그때그때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가 새롭다고 칭찬해 줄 때도 있다.



햄을 잘게 썰고 냉동 치킨 남은 것을 슬라이스를 하였다. 그리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햄과 냉동 치킨을 볶으면서 이탈리안 레드페퍼와 후추를 넣어주고 봉골레 파스타 소스가 절반 남은 것을 부어서 소스를 완성하였다. 잘 익은 파스타면을 넣고 조리듯이 끓여주었다. 중간에 면수를 넣어서 간을 조절해서 햄과 냉동 치킨이 들어간 파스타를 완성하였다.


파스타와 커피 그리고 아이를 위한 사바티

신랑이 구워놓은 바게트를 썰어서 파스타와 함께 먹었다. 나는 아이를 위해 물을 끓여서 사바티를 우려내었다. 사바티는 코타키나발루의 특산품이다. 가족여행으로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작년 1월 초에 갔을 때 사바티를 구입했고 여태 아껴서 마시고 있다. 홍차의 일종인데 아이가 좋아해서 브런치를 위한 차로 준비하였다.



아이와 브런치를 하면서 아이의 학교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아이는 파스타를 맛있게 먹으면서 연신 친구들 이야기를 하느라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아이의 웃음에 내 마음은 안심이 되었다. 그 웃음은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고 학교생활이 즐겁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이의 사회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베란다에 허브들을 환기시켜 주려고 창문을 열었다가 황급히 다시 닫았다. 바람이 너무 차갑게 느껴져서 허브들이 얼어버릴 것 같았다. 계절이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고 있는 듯하다. 올해 들어 유난히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이의 중학교 시절이 마무리되는 해여서 그런가 보다. 아이는 몇 달 후에 고등학생이 될 것이다. 중학생 학부모와 고등학생 학부모는 그 무게감부터 다르게 느껴진다. 3년 후에 아이가 치르게 될 대학교 입시가 왠지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아직 아이가 중학생인 지금 이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



오늘은 아이와 나 둘이서 시간을 보내게 되어서 하루 종일 국어를 비롯한 암기과목 공부를 할 예정이다. 신랑이 아이의 수학과 과학 중에서 물리 부분을 도와주고 나는 수학과 물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도와준다. 아이의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아서 내 마음도 아이의 마음도 바쁘다. 아이와 티격태격하면서 지내는 모든 시간들이 소중하고 오늘처럼 종일 함께 공부하는 시간도 나에게는 행복하게 다가온다. 아이도 나와 공부하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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