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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Dec 17. 2021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 cottonbrophotography, 출처 pexels

어제 아이의 학교에서 긴급 문자가 계속 왔다. 그 내용은 교직원 중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고 지난주까지 등교했던 내 아이도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내용이었다. 내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어서 기말고사가 끝났고 가정학습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서 이번 주부터는 집에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중에서 가정학습을 신청한 아이들이 생각보다 적어서 등교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숫자가 훨씬 많았다고 한다. 저녁 늦게까지 긴급 문자는 계속 왔고 결국 학생 중에 한 명도 확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같은 학년이 아니어서 1, 2학년도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어제 내 아이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 나는 그 문자를 신랑에게 전송을 하였고 신랑은 회사에서 아이와 신랑 모두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출근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신랑은 부랴부랴 퇴근을 하였고 늦지 않은 오후에 온 가족이 거실에 모이게 되었다. 항상 퇴근이 늦는 신랑이 저녁 먹기 전에 집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아이는 기분이 좋아서 목소리가 신이 나 있었다.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하는 아이는 검사받을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일찍 퇴근해서 온 아빠의 모습을 더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아이의 학교 1,2, 3학년 모두 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중에 나의 가족처럼 아이 아빠도 함께 검사를 진행할 수 있어서 우리는 이른 시간에 잠을 자고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검사를 받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다. 문진표는 인터넷으로 미리 접수를 하고 나와 가족들은 평소보다 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아침에 내가 눈을 떠보니 아이와 아이 아빠는 검사를 받으러 외출하고 없었다. 전화를 걸어서 위치를 확인하니 아직 검사소는 문을 열지 않았고 대기하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도 못 먹고 아이와 신랑은 추위를 견디면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쌀을 씻어서 전기밥솥에 넣고 냉동실에 오징어를 꺼내 데쳐서 오징어 숙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오징어를 데친 물에 무를 썰어 넣고 오징어 다리도 조금 넣어서 따뜻한 국을 끓였다. 그리고 상추를 꺼내어 겉절이를 하면서 식탁에 요리를 마친 것을 하나씩 올려놓았다. 그러면서 아이와 신랑이 검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오징어 뭇국, 오징어 숙회와 겉절이(아이를 위한)
오징어 숙회와 겉절이(나와 신랑을 위한)

이른 시간에 외출했던 신랑과 아이는 생각보다 검사를 일찍 마치고 돌아왔다. 식탁에 따뜻한 국과 밥 그리고 방금 요리한 음식을 차려놓은 것을 보고 신랑과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춥고 배도 고팠다면서 내가 차려놓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와 신랑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아이는 연신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어떤 무용담처럼 조잘거리는 아이를 보면서 내 마음도 안도가 되었다.



일상을 침범하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음이 어수선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이렇게 코로나19 검사를 하면서 그 현실을 더 가까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나와 내 가족을 비껴갈 수 없는 현실이 무섭지만 마냥 두려워할 수는 없다.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주 전에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아이가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다니고 위생에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라서 나는 아이의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 물론 신랑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전쟁터 같은 지금의 상황에서 나와 내 가족은 맛있는 한 끼를 든든하게 먹으면서 웃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일상을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렇게 일상을 침범하려는 코로나19에 맞서서 


우리는 일상을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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