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늦가을이라고 우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는데 겨울 요정이 심술궂게 이런 나를 놀리는 듯이 매섭게 차가운 바람을 있는 힘껏 나의 집 거실로 몰아넣었다.
놀란 나는 열린 창문을 다시 닫으려고 손가락에 힘을 주었는데 밀려오는 바람에 나의 힘이 부족해서 창문이 닫히다가 다시 열리는 것을 반복했다. 나는 바람을 몰고 온 겨울 요정과 싸우듯이 온몸에 체중을 손목으로 실어 창문을 밀어내듯이 있는 힘껏 닫았다. 결국 나는 겨울 요정을 이겼다.
창문을 닫았지만 밖의 바람이 부는 소리가 소라고동을 귀에 대었을 때 나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대부분 단풍잎이 떨어졌지만 아직 나뭇가지에 열심히 매달려 있는 단풍잎이 내 눈에 들어왔다. 매서운 바람에 마구 흔들리는 단풍잎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질까 봐서 내 마음도 이내 조마조마 해졌다. 결국 떨어져야 하는 단풍잎의 운명을 나는 알고 있지만 왠지 안쓰럽게 보였다. 그렇게 자신의 운명에 맞서듯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단풍잎을 응원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여유 있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망중한을 즐기다가 갑자기 배가 고파진 나는 신랑이 주말에 구워놓은 마들렌을 따뜻하게 데우고 아침에 원두를 갈아 에스프레소로 내려놓은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적당히 나에게 알맞은 커피를 만들었다.
원두커피와 버터향이 가득한 마들렌
밖은 추운 겨울인데 거실 안의 따뜻한 공기와 기분 좋은 커피 향과 마들렌의 고소한 버터 향이 조율되어 나에게 행복감을 더해준다.
하루하루의 시간은 더디게만 가는데 신기하게도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2년 정도 시간의 흐름은 빛이 지나가는 것처럼 빠르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