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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Dec 27. 2021

어쩌면 평범한 주말을 보내고

© Mario Pais Ciephotography, 출처 pexels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말은 항상 북적이며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거나 또는 가족이 행복해하는 곳인 코타키나발루로 떠나 그곳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곤 했는데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일반적인 주말처럼 조용히 지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집에서 홈 파티를 하면서 나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었는데 아직 고등학교 입시가 끝나지 않은 아이의 면접 준비와 코로나로 인해 올해도 집안에서 보내는 어떤 우울감이 내 마음에 크리스마스를 들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지 않은 올해는 신랑과 결혼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단 한 번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이의 입시 핑계로 조용한 12월을 보내었다. 이제 며칠을 더 보내면 2022년을 새로이 맞이하게 된다니 코로나 이후 지난 2년의 시간이 하루하루는 더디게 가지만 돌이켜서 생각하면 너무 빨리 지나간 느낌도 든다.


신랑 부서에서 보내온 선물과 내 가족의 크리스마스 저녁식사

신랑 회사의 부서에서 회식을 하지 못하고 다시 회식비가 남아서 이번에는 제주도 흑돼지를 택배로 보내주었다. 지난주에 그 택배를 받고 크리스마스에 적당히 집에서 먹을 것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가족이 모여 앉아 고기를 구워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크리스마스 저녁에 신랑이 구워주는 고기로 간소하지만 행복한 가족만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였다.



가족이 모여 앉아서 맛난 음식을 먹을 때는 어떤 행복감이 드는 것 같다. 그곳이 외식을 하는 멋진 레스토랑이든 또는 거실 식탁이든 그 행복감은 동일한 것 같다. 특별한 날에 모여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월요일, 2021년의 마지막 한주가 시작되었다. 아이는 등교를 하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고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군고구마를 굽고 있다. 아이는 찐 고구마보다 냄비에 고구마를 넣고 구워주는 것을 좋아한다. 창밖을 보니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서 많이 추운 날씨라는 것이 짐작이 되지만 거실은 고구마를 굽고 있어서인지 따뜻하게 데워지고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군고구마

눈 내리는 날 길을 걸어가다가 고구마를 굽고 있는 포장마차를 발견하면 따뜻해 보여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군고구마를 주문했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군고구마를 굽는 통은 기차처럼 생겼다는 생각을 했었다. 긴 연통이 달리고 조금은 통통해 보이는 그 통 안에 칸칸이 손잡이가 있어서 군고구마를 굽는 아저씨가 그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잘 익은 고구마들이 줄줄이 달려 나왔다. 그 고구마를 사서 집으로 가서 가족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군고구마를 굽고 있는 포장마차를 종종 만났었는데 언젠가부터 사라져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12월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주는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좀 더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평소에 나는 즐겁게 지내는 편인데 어디론가 떠나지 못했던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마음이 즐겁지 않아서인지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소화도 잘 안되고 거의 침대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고구마가 다 구워지면 아이와 즐거운 수다를 떨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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