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가족은 조금은 조용하면서도 여유 있는 설날 연휴를 보내고 있다. 지난주에 미리 양가를 방문해서 인사를 드렸기에 설날 연휴는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양가 부모님께서 이번 설날에도 이동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하셨지만 명절마다 부모님을 뵙지 못한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나는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적은 명절 전주에 양가를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미리 인사를 다녀왔다.
코로나는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나는 집에 친구나 지인들을 초대해서 브런치 하는 것을 즐겼는데 이제는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온전히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여름휴가나 겨울 연월차를 사용해야 하는 기간에는 여행 가방을 챙겨서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여행을 떠났었는데 이제 다시 여행을 언제 떠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설날 연휴에 신랑과 아이는 런던과 프라하 그리고 시드니와 코타키나발루에서 행복했던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역시 그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를 잘 못하는 나는 코로나 이전의 시대에는 주말에 외식을 즐겼는데 코로나 시대에는 외식도 하지 않고 집밥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리고 신랑이 작년부터 요리에 취미를 가지게 되어서 신랑 덕분에 다양한 메뉴를 집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그 때문에 외식을 하지 않아도 아쉬운 마음이 줄어들었다.
신랑이 구운 버터빵, 신랑이 요리한 소갈비찜
신랑이 요리한 호떡, 신랑이 구운 모카번
어쩌면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영어학원 한 군데를 다니고 있던 아이가 중학교 2~3학년 동안에 학원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집에서 공부를 하게 된 아이가 걱정이 되었는데 오히려 아이는 적응을 잘하였고 기대 이상으로 아이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어쩌면 코로나가 아이의 자기 주도 학습을 가속화시켰다고 생각이 든다.
또 하나의 가장 큰 변화는 명절을 보내는 방법이 달라졌다. 항상 명절 때 양가 방문을 하고 가족이 모두 모여서 북적이는 시간을 보내었는데 코로나 시대인 지금은 양가 부모님께서 명절 때 오지 말라고 하셔서 전화로만 안부 인사를 드렸다. 이번 설날에도 오지 말라고 하시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나는 이러다가 계속 명절 때 부모님 얼굴 뵙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명절 전에 양가 부모님 댁에 다녀오게 되었다. 그리고 설날 연휴 내내 나와 아이 그리고 신랑 이렇게 세명이 조용한 일상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예전의 일상이 정말 그리워지는 지금 나는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코로나 시대"를 "그땐 그랬지."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그 순간도 오게 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삶은 어느 순간에도 지속돼야만 하고 이렇게 답답한 코로나 시대에도 일상을 버텨내야만 한다. 새롭게 주어지는 2022년에 나는 내가 간절히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시작하고 싶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