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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Dec 20. 2021

일상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누릴 수 있도록

© cottonbro Saint-Petersburgphotography, 출처 pexels

지난주 목요일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밤늦은 시간에 받고서 다음날 금요일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아이와 신랑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결과 문자를 기다리는 것이 내심 불안하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검사 결과 "음성"을 받고 부녀는 안도하였다. 금요일 하루 회사를 가지 못한 신랑은 일이 밀려있어서 토요일에 출근했고 다행히 늦지 않는 저녁 시간에 퇴근을 해서 나와 아이 그리고 신랑이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신랑 회사에서 회식비를 사용해야 해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 또는 파리바게트의 케이크 등등 여러 가지 쿠폰을 제공해 준다. 그런데 그중에서 치킨 쿠폰이 있는 줄 몰랐던 나는 신랑이 치킨 쿠폰이 있다는 말에 정말 기쁨을 표현하였다. 외식비를 아끼기 위해서 배달음식을 먹지 않고 대신 냉동식품을 집에서 데워먹는 나와 아이는 "외부 음식인 치킨"이 정말 반가웠다.


쿠폰으로 구입한 치킨

신랑은 퇴근하면서 전화로 주문을 하였고 치킨집에 들러서 회사에서 받은 쿠폰으로 계산을 하고 치킨을 가져왔다.

매운 양념과 간장 양념치킨 그리고 구운 감자와 치킨무가 한 세트로 되어있었다.

예전에 배달음식을 자주 먹을 때는 별거 아닌 치킨이 이렇게 반갑고 기쁠 줄은 몰랐다. 중학생인 아이는 아주 오랜만에 냉동 치킨이 아닌 "제대로 된 치킨"을 먹는다고 연신 웃었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나와 신랑도 미소를 지었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아이의 웃음을 통해서 만났다.



정말 돈이 없어서 치킨을 사 먹지 못할 형편이면 그렇게 치킨 한 가지로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면서 내 마음이 안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주 배달음식을 먹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집밥을 주로 먹기 시작하면서는 외부 음식이 아이에게 이벤트가 되었다.



여름에 동해에 있는 친정집에 다녀올 때 치킨을 마지막으로 먹었었다. 코로나로 인해 외식을 하기에 부담이 되어서 가족들이 먹을 치킨과 피자를 그 동네에서 주문해서 친정집에서 먹었었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맛있게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했던 행복한 추억이다. 그날 이후로 외부의 치킨을 만나지 못한 아이는 아빠가 퇴근길에 가져온 치킨에 환호를 할 수밖에 없었다.



늘 어떤 것을 가지고 있을 때는 소중한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아이도 빈번하게 배달음식을 먹을 때는 치킨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음식이었을 텐데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그리고 본격적으로 돈을 모아야겠다고 엄마가 이야기를 하면서 외식과 배달식을 줄이게 되었고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로는 거의 외식과 배달식을 하고 있지 않았기에 아이에게 더없이 반가운 치킨이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인 오늘부터 아이는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에서 교직원과 학생 몇 명이 확진이 되었고 그러한 이유로 당분간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이번에는 녹화된 강의로 수업을 받게 되었다. 아마도 학교에 관련된 분들이 경황이 없으신 것 같다. 확진된 분들이 빨리 완쾌가 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서 그런지 학생도 확진이 되었다는 말에 많이 걱정이 된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본다.



아이와 함께하는 월요일은 아이의 삼시 세끼를 챙겨주느라 바쁘게 지나가고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것은 좋은데 요리를 잘 못하는 나에게 아이의 식사를 챙겨주는 것은 바쁜 업무에 들어간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가 거실 중앙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이 온 집안을 가득 채워주는 것만 같아서 즐겁다.


나는 아이와 점심 먹은 설거지를 좀 전에 끝냈는데 오후 5시쯤 저녁을 먹는 아이를 위해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저녁 준비를 해야 한다. 여전히 주방 일이 서투른 나는 간단한 한 가지 요리를 만들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요리한 것을 치우는데도 평균적인 속도보다 느린 것 같다. 그래서 주방 일이 나에게는 힘들게 다가오지만 그렇게 싫지 않은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아이와 신랑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기쁨이 더 커서 그런 것 같다.



요리를 잘하는 신랑은 토요일 저녁에 치킨을 함께 먹고 나와 아이가 주중에 먹을 모카번을 처음으로 만들어 보았다.


모카번이 먹고 싶었던 나는 신랑에게 모카번을 만들어 볼 것을 권했다. 모카번을 제과점에서 구입하려면 내 기준으로 큰 비용이 지출되기에 나는 그동안 모카번이 먹고 싶었던 것을 참았다. 그러다가 문득 신랑에게 모카번을 주문하게 된 것이다.


신랑은 처음 만드는 것이라서 실패할 수도 있으니 기대하지 말라고 나와 아이에게 당부를 하였지만 매번 처음 만드는 음식도 성공했던 신랑이라서 나와 아이는 당연히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신랑이 처음으로 만든 모카번

나와 아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신랑이 처음으로 만든 모카번은 정말 맛이 좋았다. 아이는 아빠가 주말에 만들어 놓은 모카번을 아침 식사로도 때로는 간식으로도 맛있게 먹고 있다. 신랑의 마음이 담긴 모카번은 내게도 작은 행복감을 주었다.



정말 요리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아쉽게도 나는 그 요리에 대한 재능은 없다. 다만 열심히 할 뿐.



미니멀 라이프를 내 삶에 적용을 하고 간소한 삶을 추구하면서 그리고 미래를 위해 돈을 열심히 모으면서 나는 나와 내 가족의 삶이 마냥 불편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단순하면서 간소한 삶에 점차 나와 가족은 적응해 나갔고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미니멀 라이프는


일상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누릴 수 있도록


감사한 마음을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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