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늘한 느낌이 좋은 이른 시간에 산책을 나섰다. 차가운 듯한 바람이 나의 뺨을 스쳐 지나가고 해가 전부 뜨지 않아 조금은 어둑한 그 시간에 걷는 것도 꽤 괜찮은 기분이 들었다.
함께 산책을 나가려는 신랑을 말리고 늦잠을 자라고 말을 한 후에 혼자서 나선 길이었다. 이른 아침에 출근을 하고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하는 신랑에게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 아침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들을 흔들어서 나는 소리, 졸졸 물이 흘러가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나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 주었다.
이름 모르는 풀들도 민들레 홀씨도 예쁘다
무성한 풀들 사이에 하얀 민들레 홀씨가 눈에 띄었다. 나의 눈에는 무성한 풀들도 민들레 홀씨도 예쁘게 보였다. 이름 모를 풀들의 싱그러움이 내 마음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며칠 전에도 선명한 노란색을 예쁘게 뽐내며 피어있었던 민들레 꽃은 벌써 홀씨가 되어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졌다. 계절별로 피고 지는 꽃들이 많고 민들레 꽃도 그중에 하나이지만 나의 산책길에서 늘 반갑게 맞이해 주던 노란색 민들레 꽃이 없어서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결에 날아가 내년에는 더 많은 민들레 꽃을 보여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하는 계절을 느끼며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자연에 흐르는 시간과 사람에게 머무르는 시간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