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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Aug 27. 2022

코로나 이전의 소중한 일상은

© Daria Shevtsovaphotography, 출처 pexels

열어놓은 창문으로 꽤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고 아이는 거실 중앙에 있는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신랑은 모닝버터빵을 굽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해 놓고 발효를 기다리면서 아이의 수학 공부를 도와주고 나는 노트북을 켜서 글을 쓰는 지금의 시간이 나와 내 가족에게는 행복한 순간으로 다가온다.



평일에 아이는 학교 기숙사에 있고 금요일 저녁에 집에 온다. 금요일 오전에 아이와 한방을 사용하는 친구가 코로나에 확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아이는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였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의 컨디션을 3일에서 5일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씀하였다. 아이는 집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식사할 때는 본인방에서 하지만 나와 문과계열 과목을 공부할 때나 또는 아빠와 수학 공부를 할 때는 거실에 머무른다.



아이는 기관지 알레르기가 있는 나를 위해 각별히 위생에 마음을 쓰고 있다. 혹시나 본인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나에게 옮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아이의 마음이 고맙고 안쓰럽다. 정말 코로나가 내 가족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는 느낌이 들며 피할 수 없고 결국에는 대면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문득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



코로나와 함께 세상의 시간을 보낸 지 3년째이고 내년이면 4년째에 접어든다. 나는 처음에 코로나19라는 단어를 언론매체에서 들었을 때 최대 일 년 정도만 열심히 노력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희망을 가졌었는데 벌써 코로나와 함께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다. 이제는 코로나를 피할 수 없고 공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고 그동안 멈추었던 학교 행사들도 한두 개씩 조심스럽게 재개하고 있다.



아이는 혹시나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수도 있고 그러면 집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할 책을 여행용 가방에 한가득 챙겨 나왔다. 어제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는 음성이고 내일 학교로 복귀하기 전에 다시 검사를 해야 하지만 아이는 본인이 코로나19에 걸려도 공부를 해야 하는 일상을 지키기 위해 과목별로 책을 챙겼다고 나에게 말을 하였다. 내가 아이에게 코로나에 걸리면 며칠 동안은 많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였는데 아이는 친구들이 심하지 않게 코로나를 잘 지나갔다는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아플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공부할 책을 챙겨서 온 아이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자신의 일상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아이가 기특했다. 아이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이 성장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두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일상을 살아야만 한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이


코로나 이전의 소중한 일상은


시나브로 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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