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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Dec 05. 2020

간소하지만 행복한 브런치

행복을 추구하는 간소한 삶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난 나는 가족들이 잠을 자고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늘 퇴근이 늦는 신랑과 한참 크는 아이가 유일하게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 아침에 나는 되도록이면 그들이 잠을 깨지 않도록 그림자처럼 움직인다. 어쩌면 그들을 더 잠을 자게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계획된 의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족이 다 잠들어 있고 아침에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나는 컴퓨터를 켜서 불현듯 생각이 나는 나의 이야기의 한 조각을 생각의 흐름대로 타자를 치면서 내려갔다. 거의 무의식처럼 나는 글을 써 내려가곤 한다.


나의 기억의 한 조각이 사라지기 전에 손가락이 빨리 움직여 글자로 표현해 내고 싶어서이다.
글 한편이 완성이 되어  나는 임시저장을 해 놓았고 나의 가족을 위해 오늘도 브런치를 준비하러 부엌으로 갔다.


나의 가족들은 내가 구워주는 빵을 좋아한다.

특히 추워지는 지금 계절에는 내가 구워준 빵을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을 행복해한다.


오늘은 어떤 빵을 구울까 냉장고를 열어서 재료를 확인한 후 나는 예전에 독일에서 있었을 때 이맘때쯤 먹었던 슈톨렌이 생각이 났다.


슈톨렌은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이다. 슈톨렌을 만들려면
코냑에 절여진 열대과일과 슈거파우더가 필요한데 집에 없어서 분위기만 슈톨렌 빵을 흉내 내기로 했다.


"뭐 어때? 내 맘대로 슈톨렌을 만들지 뭐!"라고 나는 혼잣말을 했다.


코냑에 절여진 열대과일 대신에 꿀에 절여진 레몬 그리고 건포도, 아몬드, 호두를 꺼냈다. 다행히 100% 천연 발효버터는 있었지만 슈거 파우더는 없어서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원래 슈톨렌은 길쭉하게 생긴 빵인데 나는 모양도 집에 있는 빵틀을 이용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 빵을 슈톨렌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그 이유는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나는 빵 굽는 것을 내가 독일에서 공부할 때 그곳에서 사귄 친구들에게 배웠다. 내가 그곳에 있었을 때는 연휴 때 모든 식당이나 마트가 문을 닫아서 나는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다.

미리 장을 봐서 챙겨놔야 했는데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했나 보다.


부엌을 공용으로 사용하던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던 나는 친구들이 빵을 구워내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빵을 구워내 나처럼 굶고 있는 애들과 함께 나눠 먹곤 했다.


그때 그들이 나에게 그들만의 가정식으로 빵을 굽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고 나는 정식으로 빵 굽는 것을 배운 건 아니지만 여태 잘 사용하고 있다.



두 가지 종류로 구워낸 빵



집안에 따뜻한 온기와 빵의 좋은 냄새가 가득 찼을 때 빵이 다 구워졌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테이블 세팅을 시작했다.


처음 우리 가족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곳이 시드니인데 그곳의 주말에 록스 마켓이 열렸다. 그 록스 마켓은 수공예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직접 가지고 나와서 파는 곳이라서 제품의 질이 높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나는 캄포 도마가 눈에 띄어서 파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정말 좋은 캄포 나무를 사서 본인이 정성껏 만든 도마라고 했다. 그 도마의 색상과 무늬가 마음에 들어서 구입을 했고 무게가 꽤 나가서 신랑이 한국으로 가지고 올 때 조금 고생을 했다.





요리할 때 사용하기엔 너무 아까워서 빵을 구웠을 때 접시 대신 사용하곤 한다.


오늘은 특별히 내가 아끼는 캄포 도마를 꺼내서 갖구워진 빵을 올려놓았다.



나와 남편의 브런치 & 아이의 브런치


내가 구운 빵과 과일을 식탁에 올려놓고 밀크티를 담아내었다.


아이는 빵 냄새가 너무 좋다며 신나 하면서 오늘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골라서 틀었다.


우리 가족은 브런치를 먹으면서 일주일 동안 서로 못다 한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내었다.

간소하게 차려낸 브런치를 우리 가족은 마치 최고급 레스토랑의 브런치처럼 행복하게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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