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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Apr 21. 2021

간소한 삶에서 중요한 마음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서 정확히 알기 전 나는 간소함을 나의 생활에 적용하면서 되도록이면 물건을 구입하지 않았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고 새로운 물건이 우리 집에 들어오는 것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다.
아파트 분양받을 때 대출한 돈을 최대한 빨리 갚고 싶어서 나는 맞벌이를 하면서 아끼고 또 아끼던 시절이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 나는 아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학용품을 한 곳에서 구입하면 편리하겠지만 아이가 자주 사용하게 되는 필통과 작은 지갑은 내가 직접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나는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통틀어서 유난히도 바느질을 못했다.


가정과 가사 수업 시간에 항상 선생님께 혼나면서 배웠고 그렇게 자주 혼나도 제대로 만들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버선을 만들 때 버선 입구까지 다 바느질을 해서 선생님은 나보고 신어 보라고 주신 적이 있다.


영문도 모른 채 버선을 받아 들었던 나는 신고 싶었지만 버선 입구가 벌어지지 않았고 같은 반 아이들에게 큰 웃음을 주게 되었다.


한복 저고리를 만들 때도 그랬다. 오른팔 왼팔의 길이와 폭이 이상하게 내 것만 달랐다.


나는 정말 정확하게 한다고 한 건데 내건 밤사이 바느질 요정이 장난쳐 놓은 것처럼 엉망이 되곤 했다.


이런 내가 아이를 위해서 퀼트로 필통과 지갑을 만든다는 건 나의 학창 시절을 함께 겪은 친한 친구들 몇 명에게 큰 뉴스거리가 되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간소함에 대해 거창하게 이야기를 했다. 내가 생각하는 간소함은 다른 것에서 아끼지만
값이 나가더라도 정성으로 만든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들어가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래오래 사용하면서 그 의미가 커질 거라고 말했다.



나와 친한 친구들은 결사적으로 말렸다.
차라리 퀼트 완성품을 사라고 나에게 권했다.
나의 간소함은 친구들에게 궁색함으로 표현되었다.


나의 친정어머니는 맞벌이를 하셔서 항상 바쁘셨다.
어린 시절 나는 친구들이 겨울에 입거나 착용하는 손뜨개로 엄마가 직접 짜준 장갑과 목도리 또는 조끼를 너무 부러워했다.


그 어린 시절의 나는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직접 뭔가를 만들어 주는 것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한 번은 엄마에게 친구들의 손뜨개 장갑, 목도리, 조끼를 나도 가지고 싶다고 말을 했는데 엄마가 백화점 안에 수예품으로 유명한 곳에서 사 오셨다. 난 엄마가 직접 만들어 준 것이 가지고 싶었는데 말이다. 엄마가 사 온 것을 들고 나는 엉엉 울어버렸고 나의 엄마는 당황하였다. 그 서운함이 아직도 있었나 보다.



나는 딸에게 내가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선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 퀼트 수업을 차마 갈 수가 없어서 몇 명의 지인들을 설득해 함께 수업을 들었다.

정말 변함없이 나는 그곳에서도 너무 못하는 학생이었다.
선생님은 항상 내 것을 확인하고 그다음 과정을 설명했다. 퀼트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에서 바느질을 가장 못하는 사람이 나였던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나는 퀼트 필통과 지갑을 결국 완성했고 그것을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선물했다.


아이는 중학생인 지금도 그것을 잘 사용하고 있다.





그 후로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되었고

나의 궁색함은 간소한 삶이라는 단어를 가지게 되었다.



최소한의 소비를 지향하는 간소한 삶에서


내가 정말 가지고 싶은 것은


구매를 해서 아끼고 오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만족감은


다른 물건을 반복해서 사는 것을 안 하게 한다.



간소한 삶에서 중요한 건 마음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내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중요하다.



퀼트가 처음 초기 비용은 들었지만 나의 정성과 마음이 들어갔고 아이가 사용한 년도를 헤아려도

명품 못지지 않는 성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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