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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Apr 26. 2021

베란다에서 잘 자라고 있는 허브

오늘 아침에 촬영한 허브들



일주일 전쯤에 허브 모종들이 도착했다. 애플민트, 스피아민트, 이탈리아 파슬리, 루꼴라 이렇게 내가 주문한 허브들이 왔다. 배송 중에 조금 시달렸는지 시들해서 걱정이 되었다.


허브가 배송되어 오기 전 미리 흙 고르기를 해 놓아서 도착한 허브들을 바로 심었다. 그리고 물을 듬뿍 주고 잘 자라는지 지켜보았어야 했는데 아이 중간고사 시험 준비를 도와주느라 신경을 못 쓰다가 오늘 아침 베란다에 나가보니 며칠 사이에 아이들이 기운을 차렸는지 싱싱하게 잘 적응하고 있었다. 뿌리도 잘 내린 듯이 보인다.



(좌) 작년 스피아민트 , (우) 흙고르기



작년에는 스피아민트만 있었다. 나는 애플민트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새로 모종을 받아보니 스피아민트라고 표기가 되어 있어서 웃음이 났다. 나는 베란다에 물을 주러 나가면 식물들에게 물을 주면서 말을 건넨다.


"애플민트야 이 물 많이 먹고 튼튼하게 잘 자라렴"이라고 늘 말을 하면서 물을 주었는데 속으로 얼마나 답답했을까.
본인은 스피아 민트인데 일 년 내내 애플민트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말이다.


작년 여름에는 복숭아 티를 얼음을 넣고 타서 스피아민트 몇 잎을 따서 넣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주면서 애플민트 넣으니까 더 기분이 나고 좋다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셨다. 정말 사연이 많은 스피아민트였을 듯하다.



(좌) 스피아 민트, (우) 애플민트



스피아 민트는 잎의 표면이 매끈하다. 애플민트는 잎의 표면이 살짝 털이 있는 것처럼 보송보송한 느낌이 든다.
스피아 민트는 페퍼민트와 같이 박하향이 나지만 맛은 페퍼민트보다 훨씬 더 달콤하다
애플민트는 사과와 같은 달콤한 향이 난다.


나와 내 가족은 스피아민트와 애플민트 둘 다 잘 먹는다. 나는 요리에 허브를 잘 넣는 편이고 상추쌈을 먹을 때도 잘 넣어서 먹는다. 식탁에서 동서양의 만남이 될 것 같다!


지금 중학생인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 주말농장을 2년 정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스피아민트와 애플민트 한 모종씩을 밭에 심어 두었더니 민트 정글이 되었다. 너무 무성하게 자라고 잘라내고 잘라내어도 더 무성해졌다. 그때 텃밭 이웃들이 내 허브류를 너무 궁금해해서 내가 없어도 무조건 내 밭에 들어와서 꺾어서 가져가시라면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야기를 했다.


텃밭 이웃들이 고맙다고 말하면서 많이도 잘라갔는데도 여름 내내 무성했고 아파트 지인들까지 나누어 주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게 계속 자라났다. 허브의 생명력이 정말 강인하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가위로 자르는 것이 귀찮아서 손으로 마구 잡아 꺾어서 줄기를 다쳤을 텐데도 일주일 후에 텃밭에 가보면 꺾어진 줄기에서 두 줄기가 나와서 자라고 있었다. 허브는 강인했다.


나는 사람도 허브처럼 강인하게 삶을 살아간다면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좌) 이탈리아 파슬리, (우) 루꼴라



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한식은 정말 내가 만들어 놓고 못 먹어서 버릴 때가 종종 있다. 한국요리는 양념이 너무 어렵고 나의 엄마에 말에 의하면 "입만 장금이"인 나는 내가 만들어 놓은 음식이 내 입에 맞지 않는다.


내가 독일에 있을 때 부엌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기숙사에 있었다. 유럽 곳곳에서 온 친구들에게 서양요리 몇 가지를 배웠다. 나는 요리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유학을 가서 처음에는 홈스테이를 해서 괜찮았지만 기숙사에 들어가고 평일이 아닌 주말에는 사 먹을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결국 요리를 직접 해야만 했었다.


빵 조금만 뜯어먹고 있는 내가 불쌍하게 보였는지 친구들이 요리를 가르쳐 주었다. 그녀들도 특별하게 잘하는 것이 아니고 집에서 본인 엄마나 아빠에게 배운 요리라고 말했다. 나는 요리를 그녀들에게 배우면서 더 많이 그녀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때 배운 요리들이 허브류가 잘 들어간다. 일반 마트나 코스트코에서 생허브를 몇 번 사보았는데 내 기준으로 너무 비싸서 집에서 키워서 먹고 있다.


파슬리도 말려서 갈아놓은 것을 넣어도 되지만 나는 생 파슬리가 더 향미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루꼴라는 샐러드나 집에서 피자를 구울 때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나와 내 아이가 제일 사랑하고 좋아하는 허브는 바질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우리 집 베란다에 60센티 정도로 자란 로즈메리가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겠지만 바질은 내 아이가 제일 잘 먹는 허브고 없어서는 안 된다.


샐러드나 스파게티 또는 피자에도 골고루 바질이 들어간다. 꼬맹이 바질이 꽤 어린이 바질로 자라났다.



꽤 자라난 바질


오늘 아침에 사진을 찍으면서 바질이 꽤나 싱싱해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바질은 나와 내 가족의 행복한 먹거리가 될 것이다.


살짝 보이는 로즈메리는 아침에 몇 개 잘라서 차로 우려내어 마신다. 머리도 맑아지고 잠도 깨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는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은 꿈이 있다. 마당이 크지 않아도 된다. 작은 마당에 허브류를 골고루 심어 놓고 한쪽에 동그란 테이블을 두고 아침에 그곳에서 허브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아니면 정원을 바라보면서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그 순간을 즐기고 싶다.


지금 마당이 없는 나에게 베란다는 허브를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언젠가는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 살게 될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현재의 삶에서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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