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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Dec 25. 2020

마음도 나이를 먹나요?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시절을 그리워 하며

나의 아빠가 40대 후반인 지금의 내 나이일 때 나는 갓 스무살이 된 대학생이었다. 어느날 아빠가 텔레비전의 드라마 "모래시계" 를 보면서 슬픈 장면이 나올때 너무 슬퍼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아빠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빠, 아빠도 슬픈 드라마를 보면 슬퍼져요?"


"그렇지, 아빠도 슬픈 이야기의 드라마를 보면 슬퍼지지" 라고 아빠가 대답을 했다.


나는 눈이 부신 청춘 이었고 그때는 어려서인지 어른들은 마음도 나이를 먹는 줄 알았다. 그래서 어른들은 어지간한 일에도 놀라지 않으며 매우 큰일이 일어날 때는 나이가 든 마음이 마치 철로 된 갑옷을 입은것처럼 매우 단단하게 그 일을 해결하고 또 능숙하게 힘든 일을 헤쳐나가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슬픈 이야기의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아빠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나 보다.

나는 다시 아빠에게 질문을 하였다.


"아빠, 마음도 나이를 먹나요?"


"아빠가 살아보니까 마음은 나이를 안 먹는 것 같아" 라고 아빠가 대답을 하였다.


"왜? 나이를 먹으면 몸은 그 나이에 맞게 변하잖아요, 그럼 나이에 맞게 마음도 변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 마음은 젊은 시절 그대로고 몸만 나이를 먹는 것 같아" 라고 아빠가 대답을 하였다.


"그럼 슬프잖아 아빠, 마음은 그대로인데 몸만 나이를 먹으면 그 마음은 너무 슬퍼질 것 같아"


"그렇지, 아빠도 그렇게 생각을 한단다. 왜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는지 그것이 아빠도 슬프네" 라고 아빠가 말을 하였다.


나는 그때 아빠의 말을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머리로만 이해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이해한 이유는 내가 청춘이라 어리고 젊어서 아빠가 살면서 무수히 많이 지나온 세월의 경험치가 나에게는 없었기 때문이였다.


세월이 흘러 지금 나는 그때의 아빠의 나이가 되었고 중학생인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지금 나는 아빠가 말한 모든 것이 나의 마음으로 이해가 된다. 나는 너무나 슬프게도 나의 신체는 나이를 들고 있지만 내 마음은 나이를 먹고 있지 않다. 나의 몸과 마음에서 오는 그 괴리감이 가끔 나를 슬프게 만들기도 한다. 마음도 나이를 먹으면 어느 정도 감정이 무뎌져서 내가 덜 슬퍼질 텐데 나의 마음은 30년 전이나 20년 전 그리고 10년 전과 지금의 시간도 동일하게 느끼는 여리고 여린 청춘이다.


내가 살고 있는 사회는 나이에 따라 사람을 구분하고 그 사람을 구분할 때 그 사람의 마음도 함께 구분을 한다.
년의 사람은 마음도 년인 줄 아는 이 사회에서 나의 마음은 청춘이라서 나는 그 사회의 벽에 부딪힐 때가 많다.
나는 여전히 꿈이 있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사회는 내가 중년이기에 이제 는 저 뒤로 물러가 있으라고만 한다.


"과연 꿈을 꾸는 것에도 나이가 있을까?" 라는 질문이  마음속에서 나에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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