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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an 22. 2021

엄마, 나는 많이 놀아봐서 이젠 공부해도 돼

행복하게 공부하기

어릴 때 한국어보다 영어로 말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꼈던 아이에게 학습 위주로 교육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는 우선 초등학교 수업을 평균만큼 이라도 따라가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아이에게 한글로 된 책을 많이 읽어 주었고 아이도 책을 읽게 해서 서로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되도록이면 아이에게 생각하는 관점의 다른 방향을 일부러 제시해서 아이의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에 포인트를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한글로 된 책보다는 영어로 쓰여 있는 책을 편하게 읽어서 한글과 영어의 폭을 좁히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나와 아이는 꾸준히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그동안 뒤쳐졌던 한글 독해력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다. 나는 아이가 즐겁게 공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어떤 공부든 즐거워야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나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아이와 나는 항상 즐겁게 웃으면서 공부를 하였다.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에 학원들을 다녔지만 태권도나 발레 또는 과학실험을 하는 학원을 주기적으로 기간을 두고 번갈아 가면서 다녔고 영어 학원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 학원이어서 학습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 아이에게는 자유시간이 많았고 학원 시간을 마치면 아파트 단지 내에 조경이 잘 꾸며진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물이나 흙 또는 나무나 풀들을 만지면서 열심히 놀았다. 자연도감에서 나오는 곤충이나 꽃들을 직접 비교도 해보고 나무 위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했던 아이는 눈이 펑펑 오는 어느 날 나무 위를 올라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아파트 이웃에게 발견된 적도 있었다. 그 이웃은 아이를 설득해서 나무 위에 있는 아이를 지면으로 겨우 내려오게 했다고 아이가 정말 위험할 뻔했다며 나에게 말을 해주었다.




달팽이와 아이가 초2때 즐겨보던 영어 자연도감 // 아파트 안에서 노는 아이
눈 오는 날 열심히 노는 아이



그렇다고 아이가 마냥 놀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글실력이 부족했던 아이는 나와 함께 꾸준히 한글로 된 책을 읽고 독해력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공부도 습관이기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 반드시 그날 학교에서 배운 것은 짧게라도 아이가 복습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아이가 학교 수업시간에 어떤 것을 배웠는지 나는 아이에게 질문을 하였고 아이는 과목별로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나에게 설명을 하였다. 학교에 교과서가 있어서 나는 자습서를 사서 집에 두고 아이와 자습서의 문장을 일일이 읽고 그 문장을 아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을 하였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자습서를 가지고 복습을 하였다. 꾸준히 복습을 하던 그 공부습관은 중학교로 이어졌다.




코로나 때분에 등교 수업을 거의 받지 못하고 아이는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는다. 아이는 온라인 수업 진도 나간 것을 짧게나마 반드시 그날 안에 복습을 마친다. 2주일 동안 온라인 수업을 받고 다시 일주일 등교 수업을 하게 될 때는 그동안 온라인 수업 때 배웠던 것을 총 복습해서 학교에서 선생님이 수업할 때 중요하다고 하는 것을 파란색 볼펜으로 열심히 표시를 하고 또 잘 몰랐던 부분은 반드시 질문을 해서 알아온다. 저번 주 등교 수업 때 아이는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을 열심히 표시해 왔다며 나와 식사할 때 의기양양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아이는 코로나 때문에 다니던 학원을 중학교 2학년 3월에 다 그만두고 집에서 나와 함께 공부를 한다. 수학은 내가 봐주기 힘들어서 아이 아빠가 주말에 두 시간 정도 아이 공부를 봐준다. 그때도 아이는 아빠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수학에 관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면서 공부를 한다. 나중에 신랑에게 물어보면 아이와 함께 잘 안 풀리는 문제가 있어서 서로 경쟁하듯이 문제를 고심하면서 풀었는데 아이가 먼저 수학 문제를 풀었고 그 답이 맞아서 너무 좋아한 거라고 말을 하였다.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고민하면서 하는 지금의 공부가 행복하다고 말을 한다.




아이에게 자유시간을 줘도 잘 안 놀고 계속 공부에만 관심을 두는 아이가 걱정이 돼서 나는 "좀 놀기도 하면서 공부를 해야지... 중학생인데... 곧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놀고 싶어도 그때는 잘 못 놀아"라고 아이에게 말을 했더니


 아이는 "엄마, 나는 어릴 때 많이 놀아봐서 이젠 공부해도 돼요!"라고 말을 하였다.




아이는 어릴 때 많이 그리고 열심히 놀았던 기억이 다 난다며 그래서 이제는 공부 좀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아이가 나는 기특하면서도 왠지 안쓰럽게 생각이 되었다. 아이는 등교 수업 일주일을 마치고 다시 집에서 3주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2학기 중간고사 때 아이 시험 준비를 도와주었던 나는 아이에게 공부 계획표 세우는 것을 가르쳐 주고 아이와 나는 계획표 대로 실행을 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 중간, 기말고사를 봐야 하는 아이는 시험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에 나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가 기말고사가 5주 남았다며 스스로 공부 계획을 처음으로 혼자 세워왔다.



아이가 직접 세워 온 기말고사 계획표



나는 혼자 기말고사 준비 공부 계획표를 세워 온 아이가 기특하면서도


나와 함께 시험 준비 할 때보다 더 욕심껏 공부 범위를 추가해 온 아이의 시험 계획표를 보면서 웃음이 났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공부는 늘 해야 하지만 그 과정이 즐겁다면,  즐거움으로 인해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긍정적인 변화는 우리를 좀 더 행복한 길로 가게 하지 않을까.







epilogue

2020년 11월 16일에 써놓은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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