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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an 25. 2021

내 그림자는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기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의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의 생각을 한 두 줄이라도 글로 써서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아이의 반은 선생님의 지도하에 "생각노트" 라는 것을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 한 가지 주제를 선생님이 숙제로 내주고 아이들은 주말에 그 숙제를 해서 월요일 아침에 선생님께 제출해야만 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제출한 생각노트를 일일이 읽고 아이의 글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달아주었다. 나는 선생님의 그러한 노력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친구들이 월요일 아침에 생각노트 숙제를 학교에서 5~10분 만에 급하게 써서 제출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평소 아이와 다양한 책 읽기를 집에서 하고 있었고, 한 가지 책을 깊이 있게 읽고 그 내용에 대해 아이와 토론을 하였고, 아이가 생각하는 것에 되도록이면 나는 다른 방향에서 의견을 제시하여 아이의 사고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기에 선생님의 "생각노트" 숙제는 더없이 반가운 존재였다. 우선 학교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라서 아이는 중요하게 생각을 하였고 선생님이 의견을 달아주는 것에 아이는 너무 행복해했다. 마치 선생님과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느낌이 들어서 아이가 더 좋아했던 것 같다.


나는 이번 주 생각노트 주제가 나오면 그것에 관해 아이와 식사시간에 주로 이야기를 하였다.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하기 자연스러웠고 나의 생각을 아이에게 주입시키기보다는 아이가 생각하기 어려워하면 다른 쪽 방향으로 힌트를 주어서 아이의 생각을 이끌어 내었다.


아이가 글을 쓰기 전에 본인의 생각을 다양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아이에게 유도하면 아이는 본인의 생각을 마음껏 이야기를 하였고 글을 쓸 때 아이는 그동안 이야기했던 것을 곰곰이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글을 썼다.


어느 날 생각노트의 주제가 "내 그림자는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했을까?" 라는것이 나왔다. 지극히 이과 성향의 아이는 그림자가 생각을 한다는 것을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생각하기 어려워했다.


"엄마, 그림자가 생각이 어디 있어요?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왜? 그림자도 생각할 수 있지!"


"어떻게? 그림자가 생각을 할 수 있다고요?"


"그럼, 엄마가 우리 딸이 어릴 때 많이 읽어주었고, 요새도 가끔 우리 딸이 잘 읽는 피터팬을 생각해 보렴, 피터팬에서 피터팬의 그림자가 어떻게 했었지?"


"아! 맞다! 엄마, 생각이 났어요!, 피터팬의 그림자가 다른 데 가서 사고 치고 오고, 피터팬이 그림자를 붙잡아서 붙여놔야 되고 그랬었어요!"


"그랬지? 그리고 피터팬의 그림자가 피터팬에게 말도 하고 그러지 않았었니? 그것 보면 피터팬과 피터팬의 그림자는 별개의 인격체인 것 같은 생각이 엄마는 드는구나, 우리 딸은 어떻게 생각하니?"


"그러네요! 그럼 내 그림자도 나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내가 잠을 잘 때 다른 곳을 다녀올 수도 있고요!  그림자가 살짝 나와서 마음껏 자유롭게 날아서 우리가  여행 다녀왔던 런던에 우리보다 먼저 다녀왔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와! 정말 멋진 생각이구나! 그림자가 우리보다 먼저 여행을 다녀왔었다니 너무 재미있는 생각을 우리 딸이 했네!"


"엄마, 내 그림자는 내가 잠을 잘 때 먼저 런던 여행을 다녀왔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런던 여행을 가기 전에도 내가 잠을 잘 때 그림자가 런던 여행을 다녀와서 꿈에서 나에게 이야기를 해준 것 같아요! 내 꿈에서 런던이 많이 나왔고 내가 런던에 있는 꿈을 꾼 적도 있어요!"


"엄마 생각에도 우리 딸이 잠을 잘 때 우리 딸의 그림자가 런던의 아름다운 곳을 보여주고 싶어서 우리 딸을 데리고 런던에 잠시 다녀온 것 같아!"


아이와 나는 "내 그림자는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했을까" 라는 주제에 관해서 피터팬과 피터팬의 그림자를 연관시켜서 한참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였다. 처음에 아이는 '그림자가 무슨 생각을 할까' 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여겼지만 내가 피터팬의 그림자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아이에게 상상할 수 있는 힌트를 주면서부터는 아이의 상상력은 무한대로 뻗어 나갔다. 아이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면서 나에게 이야기를 하였고 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들어주었다.


아이는 아이의 상상력에 관해 말을 하면서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었고 조용히 글로 쓰기 시작했다.


내 그림자는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림자는 매일매일 나와 함께 한다. 언제나 그림자는 나를 따라 한다. 나는 이런 그림자를 보았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림자는 나와 함께 붙어 다니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만약 진짜 그림자에게 생각이라는 것이 있다면 나와 분리되어 이 넓은 세계를 여행하고 싶을 것 같다. 물론 낮에는 안되지만 밤이 되어 어두워질 때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영화 "피터팬"에 나오는 주인공 피터팬의 그림자처럼 이 넓은 세계를 여행할 것이다. 그리고 낮에 나와 함께 다닐 때 자기가 밤에 다녀온 곳을 그림자의 말로 설명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내 그림자는 활동적인 나의 그림자가 되어 하루 종일 고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어쩌면 나의 그림자가 먼저 런던과 프라하를 다녀오고 난 뒤에 내가 갔었을 수도...



아이의 생각노트


나는 아이의 교육에서 다양한 책 읽기와 책 한 권을 깊이 있게 읽고 토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선생님이 숙제로 내어주신 주제는 아이의 생각을 좀 더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하였고 실제로 글쓰기에 적용해 봄으로써 어릴 때부터 영어를 더 편하게 사용해서 한글을 어려워했던 아이는 점차적으로 한글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내내 나왔던 생각노트의 숙제를 나와 아이는 즐겁게 하였다. 어떤 공부든 즐거워야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은 아이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게 되었다.

중학생인 아이는 집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것을 글로 쓰는 습작을 즐겨한다. 아이의 사춘기 시절에 마음껏 상상을 하면서 그 상상한 것을 글로 쓰는 취미는 아이의 정서에 행복한 풍요로움을 안겨 주게 되지 않을까.









대표 이미지 출처_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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