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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an 03. 2021

살림을 잘해야만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나요?

행복을 추구하는 간소한 삶

고백하자면 나는 살림을 잘 못하는 미니멀리스트이다.

살림을 잘 못하지만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는 노력하는 미니멀 리스트라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하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살펴보니 살림은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이라고 쓰여 있다.




우리 부부는 신혼 때 함께 집안일을 하자고 합의를 하였지만 신혼집이 신랑 회사와 가까운 수원 기흥에 있었고 내 회사는 광화문에 있어서 내가 출퇴근 왕복 5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일 다녀야 했었다. 멀리 출퇴근을 해야 하는 나를 위해 신랑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차려주었다. 나는 입이 짧아서 결혼 전에도 아침을 잘 안 먹고 출근을 했었지만 신랑이 나를 위해 서툰 솜씨를 발휘해 아침마다 차려주는 아침밥을 안 먹고 출근하기 미안했고 또한 그의 정성을 생각해서 밥을 먹었다.




내가 퇴근하고 버스에서 내려 우리 신혼집이 있는 원룸 골목 쪽 길을 걸어오면 원룸 건물의 부엌 쪽에 작은 창으로 그의 옆모습이 보이곤 했다. 나보다 일찍 집에 도착한 그는 집안을 청소하고 아침에 사용한 그릇들을 부엌에서 씻고 있었다. 나는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그의 옆얼굴이 그렇게나 반가웠다. 노을이 스며들듯이 살짝 지는 그 거리에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내 사람의 모습이 나의 마음에 지금까지 소중히 남아 있다. 나는 결혼할 때 그에게 가사분담을 반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결혼 후 그가 합의했던 것을 어기고 살림을 90% 이상을 하는 그의 행동은 나를 위해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는 "남자는 군대 다녀오면 할 줄 아는 게 많아져요" 라고 지금 까지 종종 말을 하고 살림을 한다.




 결혼 전에 다림질을 한 번도 안 해 본 나를 위해 신랑은 내 블라우스를 정성껏 다려주었고 블라우스 단추가 떨어지면 단추도 매번 그가 달아 주었다. 내가 해보려고 했지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나를 위해 신랑은 살림은 좀 더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고 말을 하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족이라고 나에게 그는 말하곤 하였다.




신랑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을 군대에서 다 배웠다고 무슨 전쟁터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수가 승리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듯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지금까지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가 보다 생각을 하였고 매번 그렇게 신랑이 말을 하고 대부분의 살림을 해 이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하였지만 내가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을  집에 있게 되고 다른 이웃을 만나 교류하게 되면서 다른 집은 우리 집과 다르게 산다는 사실을 그때 알고 나는 매우 놀란 적이 있다.




내가 전업 주부가 되면서 신랑에게 다림질하는 방법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배웠다. 한 번에 배우지 못한 이유는 내가 자꾸 주름을 다른 곳에 잡아서 주름이 두줄이나 세줄이 되어 결국 세탁소에 맡겨서 주름을 펴오곤 했다.

다림질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살림은 나에게 한 가지도 쉬운 것이 없었다.




몇 달 전 나는 신랑 와이셔츠 단추가 흔들거리는 것을 발견을 하였다. 그래서 나는 단추를 다시 예쁘게 잘 달아 놓았다. 학창 시절 가사 시간에 늘 바느질을 못해서 실기점수가 엉망이었던 나는 아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 뭔가 기념이 될만한 선물을 해 주고 싶어서 퀼트로 필통을 만들어 주려그때 바느질을 다시 배운 적이 있었다.



퀼트 필통
퀼트를 배워서 필통을 만들었다.


홈질만 할 줄 아는 나는 애쓰면서 정말 예쁘게 신랑의 와이셔츠 단추를 달아 놓았다.


내가 처음으로 단추 달아놨다고 뿌듯하게 자랑하면서 신랑에게 말했고


그는  너무 좋아하면서 와이셔츠를 입었는데 갑자기 그가 머뭇거리면서 당황하였다.




"자기야 왜 그래요?"


"음.. 단추가 안 잠겨요~"


"왜요?"



신랑이 보더니



"단추는 달 때 기둥을 만들어줘야 해요"


"왜요? 단추가 집인가 기둥을 만들게요?"



"기둥을 만들어야 단추를 끼워서 잠글 수 있어요"


"그럼 내가 단추 달아 놓은 건 사용 못하는 거예요?
이렇게 예쁘게 달아놨는데요!"



내가 단추를 예쁘게 잘 달아놨지만 그 단추는 와이셔츠에 너무 딱 붙어있었다.


결국 신랑이 단추를 다시 달았다.


다림질은 몇 번 내가 주름을 잘못 잡아놔서 신랑이 다시 원상 복구하느라 힘들었다.


하지만 여러 번 다림질을 배운 끝에 지금은 내가 다른 집안일 중에서 그나마 꽤 괜찮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다림질이다.




맞벌이할 때는 다림질을 신랑이 하거나 바쁘면 세탁소에 맡겼었다.


내가 다림질을 막상 해보니 서툴게 나와도 다림질이 꽤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나는 신랑 옷을 다림질할 때 아이 옷도 함께 다려준다.


조금 과장한다면,
왠지 전쟁터에 나가는 그를 위해 갑옷을 정리해주는 느낌이랄까...


나는 사회에 일하러 가는 신랑이랑 학교에 공부하러 가는 딸이 입을 옷을 정성스럽게 다려주면서 속으로 기도하게 된다.



"내가 그들을 귀하게 여기듯이 본인이 속한 사회에서 귀하게 여김을 받게 해 주세요" 라고 말이다.





가족을 향한 정성스러운 마음이 미니멀 라이프이지 않을까.


살림을 잘하지 못해도 해보려고 노력하는 마음


아이들이 어질러놔도 잘 놀게 두었다가 아이들이 잘 때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정리하는 마음


가족들의 건강과 돈을 아끼려고 열심히 집밥을 하는 마음


이 모든 것들이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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